여성신문은 최근 아름다운재단이 발표한 2001년 한국기부지수 결과에 대한 보도를 하면서 ‘부자가 자선기부 더 안한다’,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이 기부’한다고 보도했다.(11/15, 11/29자) 부자가 기부를 더 안한다,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은 돈을 기부한다는 건, 아름다운재단의 조사 결과 나온 ‘사실’이다. 그런데 궁금했던 건 여성들이 기부를 더 안한다는 사실 자체가 아니라 어째서 덜 기부할까에 대한 ‘분석’이었다.

그리고 기부라는 걸 어떤 범주로 보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아름다운재단의 조사가 기부를 ‘돈’으로만 보았는지 아니면 ‘자원활동 여부’도 함께 보았는지 궁금했고 여성과 남성의 기부형태가 어떤 유의미한 차이를 가지고 있는지도 궁금했다. 이 보도만으로는 그저 ‘여자는 남자보다 남을 돕는데 인색하다’는 부정적인 인식만이 심어질 뿐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자원봉사자 대부분이 어디를 봐도 여성이 훨씬 많고, 종교적인 헌금부터 새마을부녀회의 리사이클링 운동, 그리고 여성들이 모여 만든 여성재단의 여성기금까지 모두 여성들이 주축이 된 모금과 기부를 하고 있다고 알고 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 못내 의아하다.

남성이 여성보다 많은 돈을 벌고 있기 때문에, 혹은 경제권을 쥐고 있기 때문에 기부를 더 많이 하는 경우는 없을까. 여성이 기부를 더 안 하는 것은 여성이 자기 재량으로 움직일 수 있는 재산이 더 적기 때문은 아닐까. 왜 김밥할머니들은 학교에 기부를 할까. 그녀들은 학벌위주의 사회에서 저학력 빈곤여성으로 살면서 쌓인 한을 그렇게 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의문이 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여성신문의 기부관련 기사들에서 ‘사실’이라는 명목으로 보도된 내용은 마치 여성들은 아무 능력도 없고 아무런 사회의식도 없고, 남을 돕는 이타심마저 부족하다는 질타처럼 보여졌다.

여성신문 기사들은 독자들에게 ‘사실’을 보도하는 신문인 동시에 그 ‘사실’에 대한 성별적인 ‘해석’을 제공해야 한다. 여성들에 대한 통계자료들은 여성들의 삶의 맥락을 파악하지 않고 일방적인 매도를 하는 데 잘 쓰인다. 그런 위험을 막기 위해서 끊임없이 여성들의 구체적인 삶과 통계를 이어서 새로운 해석을 해내는 것, 그것이 여성신문 독자들이 바라는 바가 아닐까 생각된다.

김이 인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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