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요가·‘브레인업 타이치’ 강사 황현숙

초고령 사회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전체 인구의 14.3%. 그 중 1.5%가 겪는 것으로 알려진 치매는 초고령 사회의 어두운 그늘이다. 문재인 정부는 치매 환자와 가족을 돕고 부담을 덜어주는 치매국가책임제를 핵심 국정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치매는 예방도 중요하지만 초기에 빨리 진단해 더 이상 중증으로 진행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중요하다. 치매 관리는 약물 치료와 운동 치료로 이뤄진다. 특히 떨어지는 인지능력을 계속해서 자극시키는 가벼운 운동은 치매 관리에 필수다.

지난 19일 황현숙씨가 여성신문사 앞에서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지난 19일 황현숙씨가 여성신문사 앞에서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요가·‘브레인업 타이치’ 강사 황현숙씨는 지역 사회에서 치매 노인들에게 운동 치료를 가르치고 있다. 수서명화복지관에서 매주 수요일 브레인업 타이치를 가르친다. ‘브레인업 타이치는 태극권과 접목된 운동이다. 조기 치매 예방과 치매 진행속도 저하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하고 쉬워서 어느 누구나 쉽게 따라할 수 있다.

“치매에 걸린 어머님 아버님들껜 손을 바깥으로 돌리고 안으로 돌리는 그런 동작들을 해도 쉽지 않아요. 동작을 하면 아버님 어머님들이 핏대가 벌겋게 올라와요. 하지만 그런 만큼 정말 호전이 되겠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씨는 20년 가까이 운동을 강습해온 베테랑이다. 2004년부터 청소년수련관과 주민자치센터 등의 요가반과 태극권반에 꾸준히 출강했다. 현재는 강남구체육회 우슈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황현숙씨의 요가 강습 모습. 일반 회원들이 열심히 동작을 따라하고 있다.
황현숙씨의 요가 강습 모습. 일반 회원들이 열심히 동작을 따라하고 있다.

 

황씨가 처음 치매 노인들을 만난 것은 올 7월의 일이다. 다른 강사들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치매 예방 수업을 다닐 때 치매 노인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을 일부러 찾았다. 단순히 치매에 대해 알고 싶단 생각에서였다. 어느새 한 사람 한 사람에 애정이 생겼고 어머님’ ‘아버님이라는 호칭이 자연스러워졌다. 수업을 갈 때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보리빵을 쪄간다. 환한 미소를 짓는 황씨의 모습에서 치매 노인들을 향한 진심이 우러났다.

한 분 한 분 눈을 마주치며 대단하신 분이라며 격려하며 수업을 해요. 어머님 아버님이 나를 기다리신다고 하니까, 나도 모르게 힘내서 하게 돼요. 그 분들을 볼 때면 내게 과분하다는 생각을 합니다. 남들은 자기 돈 써가며 봉사를 다니곤 하는데 나는 시에서 나오는 지원금을 받고 강습을 다니니까.”

황씨의 수업을 듣는 20명의 치매 노인들은 같은 병을 앓으면서도 성향은 저마다 다르다. 수업시간은 늘 야단법석이다. 눈 한 번 못 마주치고 가만히 있다 가는 사람, 옛날 추억에 사로잡혀 노래만 하는 사람, 자존심이 상해 아무 말도 안 하는 사람 등 행동이 다르다. 황씨는 그런 그들의 눈을 꼭 마주치는 데 신경 쓴다고 한다. 잠시만 방심해도 큰일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심은 통한다. 황씨의 수업에는 파킨슨병과 치매가 함께 온 것에 자존심이 상한 한 회원이 있었다. 복지관에 나오는 2년 동안 말문을 닫아버리고 누가 시켜도 아무것도 따라하지 않았다. 그런 그가 수업이 끝난 어느 날 처음으로 고마워요. 자주와요라고 황씨에게 말했다. 황씨의 진심에 작은 공간 안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황씨는 당시 온몸에 전율이 흐르고 그 감정을 말로 다할 수 없었다고 표현했다.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를 많이 받았죠. 많이 베풀어도 늘 부족해요. 봉사도 하다 보면 받는 사람은 행복하게 받는데 나는 매번 부족하게 해준 것 같아서 조금 더 해줬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러다 보니 활동하고 봉사하는 것도 조금 더 범위가 커지고 깊어져요.”

지난 19일 황현숙씨가 여성신문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지난 19일 황현숙씨가 여성신문사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황씨의 어머니는 30여년을 산악회에 다녔다. 산악회에 다니는 내내 새벽이면 일어나 도시락을 싸서 다른 회원들에게 나누는 봉사를 했다. 콧노래를 하며 음식을 해서 짊어지고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자랐기 때문일까, 황씨는 나누는 것이 자연스럽다. 또 어딜 가나 대접 받으시는 어머니를 보며 베푸는 것이 곧 나에게 돌아옴도 알았다.

힘들지 않냐는 말에 황씨는 고개를 저었다. “치매가 진행이 많이 되면 꼭 아기 같아요. 침을 흘리거나 그런 것도 더럽다 거나 그런 생각을 하면 할 수 없어요. 그마저도 사랑스럽게 보여요. 나도 모르게 그냥 툭 털게 되고 꼬부라진 손을 마주잡고 악수하게 돼요. 내가 어머님 아버님들께 더 많이 배워요. 책에서 공부한 게 아니라 현장에서 직접 배우는 게 많죠. 앞으로도 변화는 없을 거에요. 다만 활동을 더 늘여볼 생각이에요. 이제 어르신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알 것 같아요, 지금 나이가 쉰 여덟인데, 지금 나이니까 할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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