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차별해도 되는 사람은 없다”
“이 세상에 차별해도 되는 사람은 없다”
  • 진주원 기자
  • 승인 2018.10.29 18:30
  • 수정 2018-10-29 1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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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2018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평등행진 ‘우리가 간다’가 열려 서울 광화문 세종로 공원을 출발한 행진대열이 충정로를 지나고 있다.
20일 2018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평등행진 ‘우리가 간다’가 열려 서울 광화문 세종로 공원을 출발한 행진대열이 충정로를 지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기자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 행진

인권위 2020년 차별금지법 제정 추진

동성애, 징역형 왜곡된 정보 많아

혐오표현은 표현의 자유 아냐

우리 사회에서 혐오와 차별이 여성, 노인, 난민 등 다양한 집단을 대상을 표적으로 확산되면서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10년 넘게 미뤄져온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국민들 사이에서 높아지고 있다.

지난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국회가 있는 여의도까지 2000명이 넘는 국민이 대열을 이뤄 행진하면서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2007년 법 제정이 무산된 후 10년 넘게 표류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세계인권선언 70주년을 맞았다. 내년 3월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한 유엔 사회권위원회에 이행 보고를 해야 하지만 정부와 국회의 의지는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 특히 일상 속에서 더 많은 차별을 경험해온 장애인, 성소수자, 난민, 그리고 여성 등은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같은 분위기 속에서 지난 9월 취임한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이 2020년 차별금지법 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것은 고무적이다. 그렇지만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과정을 거치겠다고 한 만큼 신속하게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차별금지법이란

차별금지법은 국민의 기본권인 평등권을 추구하는 헌법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법이다.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서 차별을 예방하고 금지하며 차별로 인한 피해를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평등권을 실현하고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는 것이 목적이다.

특히 고용이나, 재화·용역 등의 공급이나 이용, 교육기관의 교육 및 직업훈련 등의 영역에서 합리적 이유 없이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제한·배제·거부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를 금지되는 차별로 금지하고 있다.

거리로 나선 이들은 계속 미뤄지고 있는 법 제정을 더 이상 정치인들의 손에만 맡겨둘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6년 제정을 권고했다. 이에 2007년 10월, 법무부는 차별금지법안을 입법예고한다. 이를 일부 보수 기독교 단체들이 ‘성적 지향’ 항목 등을 문제 삼으며 반발해 무산됐다. 이어 같은 해 정부는 차별금지법안을 국회에 발의했으나 애초 입법 예고된 법안과 달리 “성적지향, 학력, 가족형태 및 가족상황, 병력, 출신국가, 언어, 범죄 및 보호처분의 전력”이라는 7개의 차별금지 사유가 삭제됐다. 이 법안은 제17대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이후 제18대 국회에서 노회찬 의원(2008년), 권영길 의원(2011년) 등이 시민사회계와 함께 발의했으나 역시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인권운동사랑방 등 인권단체들은 2007년 당시 정부가 차별금지 사유 7가지를 삭제한 것에 대해 국가가 차별을 허용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과 다름없었고, 해당 사유를 차별금지에서 삭제함으로써 스스로 차별을 조장하는 법이 국회에 상정된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2009년에 이어 2017년에도 한국 정부에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을 권고했다. 정부는 유엔 사회권위원회의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 이행상황을 보고해야 하지만 여전히 어떠한 미동도 없다. 현재 한국엔 포괄적인 차별금지법은 없으며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아래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개별적인 차별금지법만 있을 뿐이다.

차별금지법에 대한 오해와 진실

2003년부터 법 제정이 추진돼왔음에도 지금까지도 제정되지 못한 채 이유는 차별금지법에 대한 오해 와 잘못된 정보들로 조성된 부정적 여론 탓이 크다.

권영길 의원의 발의안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제3조 차별의 범위에 ‘성적지향’이 포함돼 있다. 한국에서는 유독 차별금지법이 '성소수자 차별금지법'인 것처럼 조명되곤 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제정을 반대하는 이들은 ‘성적지향’이 동성애를 옹호한다고 주장하면서 반대한다. ‘동성애’에 관한 공방은 법안 뿐만 아니라 수시로 발생한다. ‘동성애’에 대해 이석태 헌법재판관은 후보자는 인사청문회 당시 “성적지향 차별은 평등권 침해”라면서 “동성애는 찬성·반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라 다수인 이성애와 다른 성적지향의 문제”라고 말했다.

또 차별금지법에 대해 잘못 알려진 정보 중에 하나가 ‘누군가를 처벌하기 위한 법’이라는 것이다. 차별금지법에는 징역형에 관한 내용이 있긴 있지만 단순히 차별 및 혐오 발언을 했다고 해서 형벌을 준다는 게 아니다.

법안에 명시된 징역형은 제42조의 ‘불이익 조치 금지’를 어긴 경우에 한한다. 여기서 말하는 ‘불이익 조치’는, 차별이 발생했다고 주장하는 피해자에게 사용자 및 임용권자, 교육기관의 장이 불이익을 주면 안 된다는 내용이다. 만약 이를 어길 경우 43조에 의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받게 되는 것이다.

차별금지법 제정 운동을 하고 있는 ‘희망을만드는법’ 조혜인 변호사는 “지금까지 입법 추진돼왔던 법안을 보면 교육 예방, 시정, 구제 수단으로서의 법일 뿐 처벌과는 무관하다”면서 “한국만이 아니라 외국의 법안도 마찬가지”고 설명한다. 이어 “차별이 무엇인지를 알도록 하는 법이지만, 그 방식은 처벌이 아니라 다양한 교육 예방책을 통해서 구조를 바꿔나는 것을 목표로 하는 법이다”라고 설명했다.

차별금지법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주장도 곧잘 나온다. 이에 대해 미류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은 “신체의 자유가 있다고 타인에게 돌을 던져도 된다고 하는 사람은 없다”고 설명했다. “표현의 자유도, 종교의 자유도 마찬가지다. 내가 빨간 옷을 입었다고 남에게 빨간 옷을 입힐 자유는 없다. 교리를 강요하면서 ‘이세상은 이래야 해’라고 재단하는 것이 타인을 부정하는 폭력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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