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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밤쉘’ - 와이파이를 발명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

할리우드 스타 헤디 라머(1913~2000)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밤쉘’(2017. 알렉산드라 연출). 디즈니의 백설공주와 DC 캣우먼 모두 그를 모델로 탄생했을 정도로 아름다운 여성이다. 영화는 1940년대, 남성과 미국인으로 가득한 할리우드에서 오스트리아 이민자이자 여성인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 투쟁을 쉬지 않은 파란만장한 삶을 다루고 있다.

ⓒ 영화 밤쉘_헤디 라머의 전성기때 모습
ⓒ 영화 밤쉘_헤디 라머의 전성기때 모습

1933 열여덟의 나이에 영화 <엑스터시> 데뷔한 헤디 라마. 데뷔작은 알몸으로 수영을 하고 사실적인 오르가즘 연기로 당시에는 파격적인 작품이었다. 남다른 외모와 성숙한 외모로 과감한 연기를 시도하는 18 소녀의 등장에 유럽 전역은 물론 미국, 아시아에까지 화제를 일으켰다. 이후 강압적인 첫번째 남편에게서 탈출, 출연료가 비교적 유럽 배우를 캐스팅 하기 위해 영국에 있던 할리우드 메이저 스튜디오 MGM 대표 루이 B. 마이어를 만난다. ‘벗는 영화 출연해 화제를 일으켰을 뿐이라 생각한 MGM 라머에게 터무니 없는 출연료를 제시한다. 이를 거절하지만 할리우드를 포기하지는 않은 라머는 마이어가 미국으로 돌아가기 위해 타는 배에 올라탄다. 가장 아름다운 드레스와 장신구를 걸치고 그의 옆을 지나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은 오직 헤디 라머에 꽂혔고 그렇게 자신의 스타성을 MGM 증명, 계약에 성공한다.

헤디 라머는 이국적인 외모와 도발적인 눈빛으로 치명적이고 위험한 여인의 이미지를 불러왔고, 여성들은 물론 배우들에게까지 그의 검은 머리와 의상의 유행을 일으킨다. 그러나 작품이 수록 배우는 영화사의 소유물에 불과한 삶이 계속되었고, 많은 작품을 촬영하기 위해 각성제 복용까지 일상화된다. 자신을 드러내는 두려움이 없었던 배우 헤디 라머는 남성의 성적 대상물로 전락하는 배역을 거부한다. 그리고 그런 그는 세트장의 골치덩어리 치부되어 형편 없는 영화의 시나리오만 들어오는 배우 신세가 된다. 시련이 좌절로 이어지기보다는 도전의 이유가 라머는 자신의 원하는 배역을 스스로 만들어내기 위해 스스로 영화를 제작한다. 그가 제작한 편의 작품은 흥행에 실패하지만 남성중심적 할리우드에서 배우가, 그것도 여성이 자신의 목소리를 감추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인정받을만 하다.

ⓒ 영화 밤쉘_스스로 영화를 제작하는 라머
ⓒ 영화 밤쉘_스스로 영화를 제작하는 라머

각성제를 복용해야 촬영을 계속할 있을 만큼 강행군이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그는 집에 돌아와 책을 읽고 실험을 하며 발명을 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1941. 조국 오스트리아를 파시즘으로 물들게 나치를 대항해 연합군의 승리에 기여하는 방법을 고민했다. 독일군 잠수함 유보트는 연합군의 함대와 유럽 피난민들의 민간 선박을 격침시켰고, 이는 잠수함의 원격조종어뢰에 해결책이 있음을 간파한다. 그리고 작곡가 동료 연구자인 조지 앤틸과 함께 주파수 도약(hopping)’ 기술을 발명해내기에 이른다. 특허를 기술을 들고 해군을 찾아가지만 쓸데없는 말라는 핀잔과 함께 발명특허권은 박탈당하고 기술은 묻힌다.

ⓒ 영화 밤쉘_미모에 의해 가려지는 과학적 재능
ⓒ 영화 밤쉘_미모에 의해 가려지는 과학적 재능

1990 포브스지를 통해 세상에 알려진 헤디 라머의 주파수 도약은 이후 와이파이, GPS, 블루투스, 휴대폰, 위성통신을 가능하게 기술이다. 그는 위대한 아이디어를 생각해내고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겨 세상을 바꿀 기회를 제공했다. 그러나 그것은 헤디 라머의 탁월한 미모에 가려졌다. 독립적이고 창의적이었던 라머에게 인형처럼 앉아 바보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기를 바라는 세상. 세상에 안돼?이라고 질문하는 여성헤디 라머는 괴물이고 귀찮은 존재였다. 영화는 밤쉘 Bombshell’ , ‘성적 매력이 있는 아름다운 여성’, 그리고 불쾌한 폭탄선언이라는 두가지 뜻을 가진 단어를 제목으로 가져와 헤디 라머의 인생을 비춘다.

ⓒ 영화 밤쉘_오리지널 포스터
ⓒ 영화 밤쉘_오리지널 포스터

 

ⓒ 영화 밤쉘_한국개봉용 포스터.  한국 개봉용 포스터에서는 오리지널 포스터에 있는 라머의 스케치를 지웠다.
ⓒ 영화 밤쉘_한국개봉용 포스터. 한국 개봉용 포스터에서는 오리지널 포스터에 있는 라머의 스케치를 지웠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보여준 수잔 서랜든은 영화 ‘밤쉘’의 제작을 맡았다. 서랜든은 “아름다움과 똑똑함을 비롯한 많은 특성을 추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오리지널 포스터를 수정해 만든 한국판 포스터를 보면 헤디 라머의 파란만장한 삶에서 한 세기가 지난 지금 우리는 여전히 아름다움을 똑똑함이 공존할 수 없다고 믿는 세상에 살고 있는 듯 하다. 두 포스터는 영화 제목의 위치, 카피의 차이만 있는 것이 아니다. 헤디 라머가 가장 즐겨했던 ‘발명’이 그의 아름다운 얼굴을 가리지 못한다.

문환이 | 자유기고가

사람을 위한 긍정에너지를 발신하는 콘텐츠 창작집단 [쥴포러스] 대표. hwanyie@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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