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조의 어쨌든 경제]

오래도록 다양한 현장 경제를 경험해온 김동조대표가, 우리 생활에 너무 중요한 그러나 어려운 경제를, 여성신문 독자를 위해 쉽게 정리해 드립니다. <편집자 주>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언제쯤 줄어들까요?

Q: 저는 지방출신입니다. 서울에서 대학을 나왔습니다. 서울은 집값도 비싸고 생활비도 많이 들어 고향으로 내려갈까 생각한 적이 있지만 그 곳에는 제가 원하는 직장이 없습니다. 제가 원하는 직장을 고향에서도 구할 수 있는 날이 올까요?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언제쯤 줄어들까요?

A: 결론부터 말씀 드립니다. 고향에서 원하는 직장을 구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마세요. 서울과 같은 대도시가 아닌 이상 이제 “대학 졸업자”가 원하는 직장을 고향에서 구하는 것은 전세계 어디에서도 가능하지 않습니다. 가능하면 대도시로 가세요. 자신의 가치에 합당한 직장은 대도시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많은 것들이 집적되어 있는 것이 도시의 장점입니다. 도시에는 사람들이 많지만 특히 교육 수준이 높은 인재들이 많습니다. 인재들은 원래가 생산성이 높은 존재이지만 인재들끼리 모여 있으면 생산성은 더욱 높아집니다. 훌륭한 인재를 열심히 찾는 기업이라면 그런 인재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회사를 만들고 그곳에서 인재들을 찾습니다. 훌륭한 인재가 아닌 사람 역시 그런 인재 옆에서 일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저작권 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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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것은 스트레스입니다.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있으면 쾌적하지 않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는 어쩔 수 없이 경쟁이 치열하다는 뜻입니다. 치열한 경쟁은 인간을 고통스럽게 만드는 단점이 있지만 인간이 자신의 가치에 따라서 정당한 가격(임금)을 받게 하는 탁월한 장점이 있습니다. 인간이 자신의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는 것과 인간이 자신의 현재 가치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 중에서 어느 것이 더 고통스러울까요? 대개 전자입니다. 시스템의 문제는 개인 혼자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으니까요.

미국인은 유럽인에 비해 고향을 떠나는 데 미련이 없습니다. 이탈리아와 그리스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기 싫어하지만 핀란드와 네덜란드 사람들은 고향을 떠나는 데 거침이 없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사람이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고향을 떠나는 것에 훨씬 과감합니다.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거침없이 떠나는 사람들이 대개 소득 수준이 높고 잘 삽니다. 직업을 찾아 고향을 떠나는 사람이 많을수록 고향에 남은 사람들의 삶이 윤택해집니다. 남은 사람이 적을수록 임금이 올라갈테니까요. 그래서 미국과 일본과 같은 나라들은 최저임금을 정할 때 지역별로 차등을 둡니다. 최저임금이 낮은 도시에서 높은 도시로 사람들이 이동해야 최저임금이 낮은 도시에 남은 사람이 줄어들고 그래야 그곳의 임금이 올라 잘 살게 되기 때문입니다.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많은 제조업이 개발 도상국으로 이전되고 있습니다.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던 산업 도시들이 쇄락하는 것은 글로벌한 현상입니다. 이런 변화는 지방에 사는 사람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정치인들은 ‘균형발전’이라는 거창한 슬로건을 내세워 갖가지 정책으로 유권자의 환심을 사서 표를 얻으려 듭니다. 안타깝게도 이런 정책들은 돈과 에너지를 낭비할 뿐 아니라 서울과 지방의 격차를 더 악화시키는 결과를 가져옵니다. 예를 들어 지방으로 이전된 공공기관은 집적 효과가 적어서 사람들을 모으지는 못하고 본연의 행정 서비스 기능만 나빠집니다. 연봉이 높지 않아서 지역 상권을 살리지도 못합니다. 힘든 구도심 개발 대신 손 쉬운 신도시 개발에 열을 올리는 바람에 시간이 지날수록 구도심은 공동화됩니다. 신도시 개발에 들어간 돈은 건설업자의 배를 불리고 땅 주인들을 부자로 만들지만 그들이 서울에 집을 사면서 서울 집값을 더 상승시킵니다.

서울과 격차를 줄이고 싶다면 공공기관이 아니라 혁신적인 기업을 유치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혁신적인 기업은 인재들이 구할 수 있는 곳에 있기 때문에 뛰어난 대학을 육성하는 것이 좋습니다. 뛰어난 대학이 있는 곳에 반드시 혁신 기업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혁신 기업은 대개 좋은 대학이 있는 곳에 자리 잡습니다. 대학을 졸업한 뛰어난 인재가 지방에 머물러 있게 하려면 그 도시 자체가 매력적이어야 합니다. 하지만 한국에서 이렇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정책을 꾸준히 추진하면서 라이프 스타일 또한 매력적인 지방 도시를 기대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한국이 선진국으로 나아가는 한 서울에 기업과 사람이 집중되는 현상은 더 심해질 겁니다. 당신에게 맞는 직장 뿐 아니라 어울리는 친구와 연인을 구할 수 있는 곳 역시 도시입니다. 도시에서 승리하세요.

김동조

투자회사 벨로서티인베스터 대표.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로, 시티은행 트레이더로 일했다. <거의 모든 것의 경제학> <나는 나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썼다. <한겨레신문> <조선일보> <에스콰이어> 등에 다양한 칼럼을 연재했다. 경제 블로그인 kimdongjo.com을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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