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방 법제화 절실

준이 남매가 살던 집은 종합상가를 다세대 주택으로 개조한 허름한 곳이다. 출입문을 열고 들어서면 부엌이 있고 부엌 옆에는 좁디좁은 방 1칸이 있어 낮에도 불을 켜야 할 정도로 어둡다. 화장실은 10세대가 공동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쥐와 바퀴벌레가 득실거리는 열악한 환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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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역아동센터(공부방)가 하는 역할은 사회복지 전반에 관한 것으로 정부의 실질적 지원이 절실히다. <사진·부스러기 사랑나눔회>

준이 남매의 어머니는 10대 때 동거해 아이 둘을 낳고, 둘째인 민이가 첫돌이 되기도 전에 가출했다. 아버지는 형제도 없이 외롭게 자랐으며 조부모도 일찍 사망해 어머니를 대신해 아이들을 봐 줄 사람이 전혀 없었다. 어머니가 가출을 하자 아버지는 심리적으로 위축돼 일도 할 수 없었고, 희망도 없이 술로 세월을 보내면서 아이들을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 그러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아이들을 방안에 가두어 놓은 채 택시운전을 했다. 어린이들은 캄캄한 방에서 아버지가 차려놓은 작은 밥솥의 밥과 간장으로 연명하며 준비된 요강에 배설을 하고 살아왔다. 더구나 화재 위험 때문에 전기밥솥도 두지 못해 찬밥을 먹었다고 한다. 그 후 아이들이 의사표현을 할 줄 알고 대소변 처리가 가능해지자 이제는 거리를 배회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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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여름.

대전에 위치한 지역아동센터(공부방) 섬나의 집 황선업 원장이 때에 절은 겨울내복을 입은 남매가 초등학교 앞 문방구 앞에서 배회하는 모습을 보고 기관으로 데려왔다. 당시 준이는 일곱 살, 민이는 여섯 살로 준이는 말이 어눌해 무슨 말을 하는지 자세히 듣고 몇 번이고 되물어야 할 정도였다 한다. 황 원장이 제일 먼저 한 일은 아이들의 건강상태를 확인한 것. 준이는 신생아 때 심한 황달로 사경을 헤맨 적이 있고 경미한 소아마비 증세가 있어 걸음걸이가 불안정하고, 소근육에 힘이 없어 걸을 때 고개가 한쪽으로 기운다. 게다가 분노 조절이 되지 않아 화가 나면 괴성을 지르면서 매우 폭력적으로 변해 비정상적 행동은 두세 시간씩 지속된다. 여동생을 많이 의지하는 반면 화가 나면 동생의 얼굴을 손톱으로 긁어서 민이의 얼굴은 온통 손톱자국으로 가득했다. 준이의 발음이 좋지 않아 황 원장이 자세히 살펴보니 혀가 아래에 붙어 있었다. 병원을 데리고 다니며 치료하고 혀 밑을 절개하는 수술을 했는데, 매우 간단한 수술임에도 준이 특유의 비정상적 행동에 반나절 넘게 소요됐다 한다. 이후 2년 간 매주 2회 꾸준히 언어치료실에 데리고 다니며 교육을 했고 몸 전체가 경직돼 재활치료도 병행했다. 이때 진료비와 교육비는 의사와 특수교사가 무료로 지원해 줬다.

어머니의 부재로 인한 살림의 어려움을 해결하기 위해 두 팀의 자원봉사자들이 정기적으로 집안 청소와 나들이, 생필품 제공과 학교 준비물 챙기기를 맡았다. 특히 아직도 야뇨증이 있는 준이 때문에 이불 빨래와 목욕, 미용 봉사 등 청결한 생활에 신경을 쓰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지원뿐 아니라 가정설계를 위해 아버지를 지속적으로 만났다. 가장으로서의 책임감을 갖게 하고 삶의 의욕을 불러일으켜 저축도 하게 했으며 현재는 전세 1500만원 빌라로 이사를 하도록 도왔다. 물론 전셋집 알아보기, 계약, 이삿짐 나르기 등도 센터에서 적극적으로 도왔다. 또 센터에서는 편부 가정을 위한 캠프를 진행, 가족간의 관계를 강화하고 아버지들에게 삶의 활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당시 지역의 상황을 보면 동네 사람들은 준이 어머니가 가출하고 지역 주민과의 관계형성이 되지 않은 아버지에 대한 관심이 아예 없었다. 게다가 꾀죄죄한 아이들에 대해 측은한 마음을 갖기보다는 업신여기고, 동네 아이들 역시 ‘거지’라고 놀리며 심하게 괴롭히고 때렸다. 준이가 초등학교에 입학을 하고 얼마 후 감정조절이 안되는 준이의 모습을 본 학부형들과 담임교사가 특수학교에 보내기를 황 원장에게 요구했다. 그러나 준이의 정서적 문제는 어머니의 가출에서 온 환경적 요인이란 생각에 굽히지 않고 준이에게 개인적인 도우미교사를 붙여 학교 생활을 도왔다. 1년이 지나면서 준이는 변했고 학교와 학부형, 지역주민들은 호의적으로 대하며 관심을 갖게 됐다. 준이를 통해 센터를 중심으로 지역에 있는 상담사, 내과, 한의원, 치과, 재활의학과, 언어치료실, 초등학교, 미용실, 주민들이 한마음이 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와 배려를 할 수 있는 분위기 역시 지역 공동체망 구축에 한 몫을 했다.

동성혜 기자do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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