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로 구성된 인디 락 밴드 ‘유레카’가 국내 처음으로 음반 를 출시, 기념 콘서트를 가졌다.

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 7명으로 구성된 ‘유레카’는 지난 15일 홍대 앞 쌈지스페이스 공연장 바람에서의 첫 공연을 필두로 공식적인 음악활동을 시작했다. 힘든 노동과 사회의 편견이라는 벽을 넘어 그들이 발견한 희망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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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 인디 락 밴드 ‘유레카’

첫 음반 출시기념 공연 가져

공연이 시작되기 30분 전 유레카의 음반 발매를 축하하러 온 이주노동자들과 그들의 내국인 친구들이 속속 도착했다. 50여명의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무대 위에 오른 유레카 멤버들은 자기 소개를 제대로 하지 못할 정도로 떨리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인생이란’ ‘장애’ ‘엄마에게’ 등의 노래가 흐르는 동안 곡에 담겨진 이주노동자의 삶의 애환이 그대로 전이돼 객석과 무대는 내외국인 나눌 것 없이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한마음이 됐다. 특히 유레카가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뽑은 ‘엄마에게’는 엄마의 가슴속이 제일 따뜻하고 친절하고 안전하다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마다 그들의 가슴을 어루만져줬다는 내용이다.

이 땅에 불법체류자로 살아가는 외국인 노동자의 수는 30만명. 신분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서 이들이 받았을 냉대와 차별, 불신의 골은 이들을 병들고 지치게 했을 것으로 보인다. 유레카가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 신분으로 공식 음반을 발매하게 된 데는 비디오아티스트 박경주(34세)씨의 숨은 노력이 있었다. 이번 음반 발매도 박경주씨가 기획하고 있는 ‘이주민노동자 뮤직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눈물을 닦아요 포기하지 말자고/우리가 원하는 꿈이 이루어지도록/잃은 것들은 다시 세어보지 말고/그 꿈의 길을 계속 가도록/보고싶은 우리의 고향 가족들은/잠깐 잊어버리고 열심히 일을 하자고/땀으로 이마에서 우리의 발가락까지 젖어도/믿어요 어두움 뒤에는 밝은 날이 온다는 걸/가자 꿈의 길 서로 손을 잡으며 Knock out/(중략)/어느 누구도 우리를 잘 몰라줘도/우리 서로는 잘 알잖아/같은 꿈을 가지고 길을 함께 가고 있다는 걸/믿음을 가슴속에 채워서 Our dream come true...

꿈의 길/ 유레카 작사·작곡

음악관련 기획자가 아닌 영상, 사진작업을 해오던 작가가 사비를 털어 이들의 음반을 제작하게 된 것은 그 역시 독일에 유학하면서 이방인으로서 외로움과 박탈감을 느껴봤기 때문. 1998년 코소보 사태 이후 그가 살고 있는 베를린에 난민이 들어오게 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삶의 단편을 사진으로 담아 지난해 인사동에서 ‘워킹홀리데이’라는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외국인 노동자의 삶에 깊이 천착하게 된 것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그저 한 곳에 머물러 시키는 일만 하는 기계가 아니라 문화적인 삶을 향유하기를 절실히 바라는 문화인이라는 사실이었다. 유레카 멤버들만 봐도 소모뚜와 사나이는 미얀마에서 8~10년간 음악활동을 했고 이번 앨범에 3곡을 작사·작곡할 정도로 음악적 재능을 겸비한 음악인이다.

“이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자신들도 문화를 향유하고 사람들과의 소통을 원하는 한 인간으로 봐달라는 것입니다. 외국인 노동자 관련단체들이 이들의 권익을 위해 애쓰고 있다면 제가 하는 일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지고 있는 문화적 욕구를 스스로 발현할 수 있도록 길을 만들어 주는 겁니다.”

이번 음반은 지난해 8월경 박경주 씨가 외국인 관련단체에 ‘이주민노동자 뮤직프로젝트’의 기획을 알리고 노래가사를 공모하면서 시작됐다. 유레카를 비롯해 네팔, 미얀마, 태국, 중국 등에서 건너온 외국인 노동자들이 직접 가사를 쓰고 유레카와 김종관(전 ‘메이데이’ 베이스주자)씨, 볼프강 인데어 비쉐(독일인) 씨가 작곡, 유레카가 노래하고 연주해 한 장의 음반이 만들어지게 된 것이다.

“지난 7,8개월 동안 유레카 친구들이 고생 많았어요. 하루 10시간의 노동과 일주일 2, 3번의 야근을 견디며 일요일마다 연습에 몰두했어요. 하루도 쉴 날이 없었던 거죠. 연습을 하는 동안은 집중이 안 된다는 이유로 밥도 먹지 않았어요.”

이들은 음반 내 8곡 중 6곡을 한국어로 불렀다. 박경주씨가 유레카를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이들이 자존심을 지킬 줄 안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도움을 바라지 않고 필요한 것은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도 그렇다.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살면서 나를 지탱해주는 것은 바로 자존심이라는 것을 아는 유레카 멤버들이다. 이들은 자신들의 불안한 신분 때문에 TV 출연 섭외를 거절해야 할 때마다 박경주씨에게 미안하다고 말한다고.

“이들을 보호해줄 의무가 있으니 위험한 상황은 만들고 싶지 않아요. 하지만 이번 유레카의 음반을 많은 내국인들이 알고 들어주었으면 하는 소망입니다.”

음반 제작비의 태반을 자비로 충당한 박경주씨는 일부 제작비로 문예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다. 한 쪽에서는 단속을 하고 한 쪽에서는 지원을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바로 지금 이 땅에서 3D업종에 종사하는 외국인 노동자의 현주소일 것이다.

박경주씨는 음반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느껴야 하는 차별과는 다른 성차별을 많이 경험했다고 말했다. 남자들이 주도하는 제도권에서 여자로서 부딪쳐야 했을 일들. 음악분야에 비전문가라는 점, 유레카를 이용해 이득을 취하려는 의도로 의심하는 시선 등 그가 겪어내야 할 차별의 목록도 만만치 않았다.

“이 날 공연이 끝난 후 뒤풀이 시간에 멤버들이 자기들의 꿈이 이루어진 날이라고 고맙다고 하더군요. 저도 정말 기쁩니다. 앞으로 이들의 활동이 더 자유롭게 이루어지도록 많은 분들의 관심과 애정이 필요합니다.”

무관심은 결국 벽을 만들고 벽은 또 다른 소외를 낳게 마련이다. 전 세계 국가 중 망명을 허용하지 않는 8개 국가에 속하는 한국, 인권의 사각지대로 내몰린 이들 불법체류 외국인노동자들의 불안한 눈빛이 공연 내내 마음에 걸렸다.

윤혜숙 객원기자heasoo21@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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