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대한 예의 가르치는 성교육 절실

‘다섯 살 경아(가명)는 요즘 함께 어린이집에 다니는 오빠들이 무섭다. 혹시나 또 내 몸을 아프게 하는 건 아닐까 걱정이 된다. 며칠 전 일곱 살 난 오빠들이 바깥놀이 시간에 경아 팬티를 내리고 막 아프게 했다. 다른 아이들에게 만지게 하고 모래도 집어넣고. 경아는 그래서 나가 놀고 싶지 않다.’

‘일곱 살 영민(가명)이는 여름인데도 짧은 옷을 입지 않으려고 한다. 영민이는 유치원에서 어떤 아이가 하루에도 몇번씩 고추를 만져 긴 옷을 입어야 한다고 했다. 엄마가 유치원에 이야기를 했으나 원장은 아이들이 그럴 수도 있다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안전지대로만 여겨졌던 유아시설 내, 그것도 또래 사이에서 성폭력이 일고 있어 큰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아이들과 거의 온종일을 보내며 함께 호흡하는 유아시설 교육자들도 이에 대해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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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사진·민원기 기자>

그러나 이에 대해 부산 성폭력상담소 고혜경 사무국장은 “이런 일이 발생할 때 부모들이 ‘원에서 뭘 했지’라고 분노하지 말고, 시설에서도 골치 아픈 문제로 접근하지 말고 아이에게 현재 가장 좋은 방법이 뭔지 찾는 게 우선 순위다”며 “이런 행동을 한 아이에 대해서도 어른의 성폭력과 같이 봐서도 안되고, 아이니까 그럴 수도 있다고 해서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부산성폭력상담소는 올 상반기(1월부터 7월) 성폭력상담 총 952건 중에서 7세 이하 영유아의 피해가 5.9%(총 56건)이며, 피해장소로 유아시설이 26.8%, 또래에 의한 피해가 10.7%인 것으로 밝혔다.

고 사무국장은 “또래 사이에서 일어나는 성폭력은 병원놀이, 엄마·아빠 놀이 등의 놀이를 통해 이뤄지거나 남의 성기를 함부로 만지는 경우들이 대다수이다”라며 “이런 행위를 당한 아이만이 아니라 행위를 한 아이도 자신이 한 행동의 의미를 충분히 알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또래간에 발생하는 성폭력의 대처방안에 대해 상담소에서는 “폭력을 가한 아이뿐 아니라 반 아이들 전체를 대상으로 한 성교육이 먼저 진행돼야 한다”며 “단순히 몸의 기능에 대해 설명하는 지식 위주의 한 성교육이 아닌 다른 사람의 몸에 대한 기본 예의를 가르치는 근본적인 성교육이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교사와 부모들의 인식전환이 필요하다.

고 사무국장은 “교사는 ‘00야 왜 그랬어. 거기 손들고 서있어’하는 처벌 차원에서 벗어나야 하고, 부모 역시 아이보다 상처를 더 많이 받아 아이들의 생활을 제약하거나 아이들을 보기 싫어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동성혜 기자do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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