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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만들어 보는 비누 이야기’로 얼마전 본지 주최로 열린 2002 워킹우먼 리빙페어 ‘여성 DIY전시마당’에 참가한 최현주씨가 최근 일을 벌렸다.

직접 만들어 보는 비누 이야기는 ‘다음’ 카페에 등록돼 피부가 민감한 사람들이 모여 손수 비누를 만드는 모임. 내 피부뿐 아니라 단체 생활에 민감한 아이들의 피부까지 책임지고 싶다는 작은 소망으로 시작한 일이다. 더구나 이 모임의 운영자인 최씨는 ‘구슬공예’ 카페 마스터도 함께 맡고 있다. 다음은 그의 자원봉사 체험기다. 〈편집자 주〉

자원봉사를 시작한 것은 ‘구슬공예’부터다. ‘구슬공예’ 카페를 하면서 정기모임도 갖고 번개(급작스런 오프 모임)도 자주 해 회원끼리 만나면서 모임이 차츰 자리를 잡았다. 회원 수도 늘어나 일정 인원이 될 때마다 이벤트를 하곤 했었는데 이왕이면 더 좋은 일로 이벤트를 하는 게 의미 있겠다는 생각에 계획한 것이 자원봉사. 물론 카페 회원수가 3000명이 넘으면서 시작해 생각보다 빠른 실천은 아니었다.

어쨌든 자원봉사를 결심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장소 물색. 처음에는 우리 모임이 손으로 여러가지를 만드는 성격이라 이런 도움이 필요하다는 재활원도 생각했고 도움의 손길이 부족한 전혀 알려지지 않은 곳을 가볼까 물색하기도 했다. 이것저것 고민하는 중에 카페 식구 중 수원에 위치한 ‘동광원’이란 고아원 시설에서 근무하는 분이 계셨다.

솔직히 자원봉사란 처음 시작이 겁난다. 이유 없는 두려움이라고 할까... 그래도 시작은 어렵지만 뭐든 첫 삽을 들면 자연스럽게 진행되기 마련. 우린 드디어 봉사의 기치를 올렸다. (이건 개인적인 얘기지만 처음에 전혀 모르던 곳을 어찌어찌하여 찾아간 것인데 친척들이 모인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연히 고모님도 동광원을 후원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순간 얼마나 반가웠던지! 그래서 동광원 찾아가는 일이 더 즐거웠는지도 모른다.)

지난해 9월. 처음에는 너무 어수선했다. 어른들을 대상으로 강의는 했지만 그렇게 많은 아이들을 데리고 강의해 본 적이 없는 나는 산만한 아이들을 집중시키는 게 가장 큰 고역이었다. 40여 명의 어른보다 20여 명의 아이들이 훨씬 힘들었는데, 거짓말 보태지 않고 한 100여 명을 놓고 가르치는 기분이었다. 두 시간 정도 했나? 가르치는 건 잠깐이고 아이들과 함께 직접 만드는 시간이 대부분임에도 목과 머리가 아프고 나중에는 배까지 고파 내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도와주지 않는 것처럼 느껴지는 ‘동광원’ 선생님들이 얼마나 야속했는지... 그럭저럭 적응하느라 힘들었던 시간들을 보내고 벌써 1년이 지났다. 작년에 아이들과 함께 전시회를 열고 이번 전시회를 앞둔 심정이란. 작년 가을에 시작해 겨울에 아이들과 전시회를 준비하느라 헉헉거리며 분주하기만 했던 때를 생각하니 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그래도 한 번의 경험이 있으니 올해는 좀더 여유로운 마음도 생기고 아이들의 전시가 기대된다.

‘비누 만들기’ 봉사는 올해 시작했다. ‘비누 만들기’는 카페 식구 중 한 분이 비누 재료를 구입해 시설에 갖고 가서 함께 만들었다는 글을 올렸는데 그게 동기가 됐다.

비누 만들기는 만드는 과정이 단순해 원리만 알면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그래서 앞으는 한 곳만 정기적으로 가기보다 여러 곳에 도움을 줄 예정이다. 눈길이 닿는 곳, 도움이 필요한 곳이면 어디라도 비누재료를 들고 찾아갈 생각이다.

아마도 많은 분들이 자원봉사란 걸 해보고 싶어할 것이다. 그러나 실천하기가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우리 역시 처음 시작할 때 고민을 했다. 하지만 봉사란 뭔가 새로운 시작이 아니라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을 남과 나누는 것이다. 아주 간단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구슬공예를 하고 비누를 만들 듯이...

한 달에 한번. 작지만 소중한 추억들이 많았다. 언니라고 부르는 아이, 선생님이라고 부르는 아이, 선생님 드린다며 하나 더 만들겠다고 서두르는 아이 등. 보는 것만으로도 너무 이쁘고 기특하고 사랑스럽다. 막상 아이들을 만나면 소리지르고 힘들어도 만나기 전 아이들을 위해 디자인을 고르고 재료를 선정하는 일이 가슴을 설레게 한다. 뭘 하든 투덜거리고 하지 않는 척 하면서도 끝까지 다 만들어 날 즐겁게 해주는 아이들에게 고맙기만 하다.

처음엔 아이들을 가르치러 갔지만 지금은 놀러간다. 오후 시간 아이들하고 소리지르고 놀면서 스트레스도 풀고 이젠 내 삶의 활력소가 되는 시간. 많은 사람들도 이런 시간을 만들었으면 한다.

최현주

※〈생활의 발견〉에서는 숨겨진 자원봉사자들의 사는 이야기를 담으려고 합니다. 무급이든 유급이든 의미 있는 활동을 하시는 분들의 많은 연락을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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