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합작 공연 그날이 기다려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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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고사 기간이거든요. 시험보면서 연습하느라 잠을 거의 못 잤어요.”

내년 1월 3일 공연되는 극단 예일의 창작 뮤지컬<꽃피는 모란봉>의 주연을 맡은 조미영(20)씨는 말과는 달리 생기 가득한 얼굴로 말문을 텄다. 연신 카메라 플래시가 터져도 피곤한 표정 하나 없이 “사진 예쁘게 나온 걸로 넣어달라”며 즐거운 모습이다.

한국외대 중국어과 1학년에 재학중인 그는 지난해 6월 탈북했다. 아버지와 오빠가 먼저였고 1년 뒤 어머니가 그 뒤를 이었다. 어머니가 떠나고 난 뒤 한달 후에 그도 중국을 통해 남으로 왔다.

“탈북한 북한예술단 소녀가 남한의 예술학교에 입학해 주역 배우로 선발, 북한에서 남북합작 공연을 하게 된다는 내용이에요. 남북합작 공연 부분만 빼면 바로 내 얘기나 다름없죠. 그래서 이 뮤지컬에 참여하게 됐어요.” 그는 서울 공연 후 내년부터 있을 지방 순회공연을 위해 학교까지 휴학했다. <꽃피는 모란봉>의 주연에 선발된 데는 그의 전력도 한 몫 했다. “함북예술단에서 1년 정도 활동했어요. 경력이라고 하기엔 부족한 시간이죠.” 겸손하게 말하지만 뮤지컬 주제곡인 ‘꽃피는 모란봉’을 부르는 그의 노래 솜씨는 수준급이라는 게 주변 평가다. 특히 고등학교 때 익힌 능숙한 아코디언 솜씨도 이번 공연에서 볼 수 있을 거란다.

“북한에서는 99.9%의 사람들이 통일을 원해요. 남한에서는 통일을 바라는 사람들이 전체의 30%도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고 너무 놀랬어요. 저요? 간절하게 원하죠.”

통일 이야기가 나오자 조씨의 태도가 강건해졌다. “통일 이후에 대해서도 여기서 알려진 것처럼 남한이 북한 사람들을 책임져야 한다는 식의 생각은 절대로 갖고 있지 않아요. 군사비도 줄고 남한의 땅도 넓으니까 지금보다 조금 풍요롭게 살수 있을 거라는 생각 정도죠.”

탈북한 지 1년하고도 6개월. 조씨에게서는 북한 말투를 발견하기 어려웠다. “지방에서 살았기 때문에 억양이 평양말보다 훨씬 강해요. 그 말투로 사람들과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북한 말을 쓰지 않으려고 많이 노력했죠. 다른 사람들보다 빨리 고친 편이에요.” 그가 어려움을 겪었던 것은 말투뿐만이 아니다. “북한에서 온 사람이라는 선입관을 갖고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어요. 처음에는 힘들었지만 이제는 괜찮아요.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거든요.”

그래도 마음 터놓고 이야기할 친구가 곁에 있기 때문이다.

“뮤지컬 극본처럼 남북합작 공연을 할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어요. 통일이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구요.” 고향 사람들과 친구들이 너무나 보고싶다는 조씨의 애틋한 바람이다.

조혜원 기자nanc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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