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사 전시관에 가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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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여학교 이화학당에서 수업받고 있는 여학생들의 모습을 반쪽이 최정현씨가 재현해 냈다. 1915년의 풍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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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들이 일하면서 부르는 여성 노동요를 청각자료로 재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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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인의 여성문화예술인들의 작품을 소리벽을 통해 들어볼 수 있는 신기한 체험의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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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분야에서 뛰어난 여성 선구자 15인의 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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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 여인극장. 1950년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화들에 등장하는 여성의 이미지를 재조명했다.

지난 역사의 발전과정에서 여성들은 어떤 역할을 해 왔는가. 남성 중심의 관점에서 드러나지 않았던 여성의 업적은 또 무언가. 우리의 역할 모델이 될 만한 선구적인 여성들은 또 어떤 사람들이 있는가. 개화기 이후 현대까지 약 100여 년간 여성들의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여성사전시관이 지난 9일 국내 처음으로 문을 열었다. 주변에만 머물러 왔던 여성의 역사를 여성의 시각에서 새로이 조망해 볼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다. 총 5부로 구성된 여성사 전시관의 개관기념전을 소개한다. <편집자 주>

프롤로그

조선시대의 부부관계는 ‘부부유별’이라는 말로 설명된다. 우주 만물에 하늘과 땅이 있듯 인간에게도 남자와 여자가 있는데, 이는 음양의 법칙에 따른 것이란다. 따라서 부부는 상호 보완적으로 각자의 일이 완전히 분리돼 있어 조화를 이루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남녀유별은 평등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으로 남자는 우주만물을 형성하는 근원이며 여자는 그에 종속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이런 불평등한 남녀관계는 아이가 태어나면서부터 자랄 때까지 내내 교육을 통해 주입됐다.

선사시대 이후 근대 이전까지의 역사가 여성사적 시각에서 의미 있는 사건으로 부각돼 연표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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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라이트박스에 스테인드글래스 기법을 활용해 최초의 직업, 사라진 직업, 미래의 여성의 직업을 콜라주 형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1부 : 여성, 깨어나다

조선 후기 이후 여성의 의식 변화 과정을 보여준다. 근대 이후 여성들은 이전과는 다른 교육을 받기 시작했다. 선교사들이 여성들을 위한 학교를 설립했고, 잇따라 민간자본으로 설립된 사립 여학교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또 개화기부터 현대까지 여성교육을 위해 사용됐던 여성 교훈서 및 교과서, 그리고 최초의 여학교를 재현한 디오라마(최초의 여학교는 선교사 스캔턴이 설립한 이화학당. 1915년 이곳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는 모습이 반쪽이 최정현씨의 작품으로 재현됐다.) 등의 전시물로 생생하게 재현된다. 아울러 여권의식의 태동으로 여성이 어떻게 자기 정체성을 확보하고 성장해 나가게 되는지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 관객들은 에듀테인먼트 프로그램인 '스쿨걸 아바타'를 통해 교복, 두발, 책가방 등을 조합해 볼 수 있다.

2부 : 여성, 일어서다

“내가 한낱 여자로 우리 대한 여자를 외국과 같이 문명교육을 받기를 밤낮으로 천지신명께 축도했더니 불행히 남은 생명이 길지 않아 하늘나라로 돌아가게 됐다. 지극히 원통하게 생각하는 점은 내가 죽은 후에 저 학도들을 누가 교육할까 함이요”

여학교 설립 통문을 띄운 최초의 여성단체 찬양회의 중심인물인 김양현당의 말이다.

교육은 분명 여성들에게 힘이 됐다. 이를 통해 여성도 남성과 평등한 사람이라는 자각 하게 됐고 비로소 행동의 대열에 들어설 수 있었다. 나라에 어려움이 닥쳐왔을 때 분연히 일어섰으며, 여성 자신들의 의식을 일깨우기 위한 노력도 아끼지 않았다. 여성들은 이제 불평등한 제도와 편견에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급속한 산업화에 따라 희생됐던 여성 노동자들의 삶을 위한 투쟁이 있었으며, 민주화의 열망에 발맞추어 여성인권운동 또한 활기를 띄기 시작했다.

1960년대 이후에야 여성교육은 양적확대와 다양화를 경험한다. 초등교육의 의무화와 2002년부터 실시된 중등교육의 의무화로 여성의 교육기회는 남성과 거의 비슷한 수준으로 확대됐고 대학생 중 여성비율도 꾸준히 늘었다. 여성단체와 협력한 정부의 법제도 개선 움직임도 다양하게 진행돼 왔다. 여성들은 아직도 보다 평등한 가운데 남녀가 더불어 사는 세상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런 경험 속에서 여성들이 얻어낸 성공과 실패가 대형스크린으로 상영된다.

3부 : 여성, 일하다

개화기이래 근대식 여성교육을 받은 여성들이 늘고 산업구조가 변화하면서 여성들의 사회참여는 대단히 확대됐다. 여성들은 그동안 한국사회 발전에 크게 기여했지만,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은 미미하기만 했다. 그러나 최근 여성들이 참여하는 영역은 계속 확장되고 있으며, 여성들은 이에따른 자신의 목소리를 찾아가고 있다. 이곳에선 15인의 선구적 여성들의 일생이 한눈에 들어온다.

우리나라 최초의 화가 나혜석, 조선춤을 재창조해 무용계의 찬사를 받았던 대중적 스타 최승희, 임시정부를 지원하기 위한 항일운동단체인 대한민국 애국부인회 의장으로 활동한 독립운동가 김마리아, 배움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학원을 중심으로 농촌에서 학생을 가르치고 생활개혁운동을 전개했던 농촌운동가 최용신, 한국최초의 서양의학 전공 여의사인 박에스더, 한국 최초로 비행사 자격증을 취득한 박경원, 1930년대 식민지 조선의 현실과 여성문제를 사실주의적 문체로 표현한 식민지 페미니즘 작가 강경애, 의병운동으로 항일투쟁의 선봉에 섰던 의병장 윤희순 등 15인의 여성의 기념비가 마련돼 있다. 이들을 통해 분야별, 시대별 다양한 여성의 직업을 알아볼 수 있다.

더불어 가사노동, 육아 등 직업화되지 않은 여성들의 노동에 관해 돌아보는 시간도 마련된다. 이곳에서는 대형 라이트박스에 스테인드글래스 기법을 활용, 최초의 직업, 사라진 직업, 미래의 직업을 콜라주 형식으로 보여준다.

4부 : 여성, 달라지다

개항 이후 서구문화가 유입되면서 여성들의 생활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났다. 의복이나 음식, 가옥 구조 등에서 볼 수 있는 일상생활의 변화는 관혼상제 같은 의례에도 영향을 끼쳐 각종 의식절차의 간소화를 가져왔다. 서구문화의 유입과 근대화는 출산 및 육아, 그리고 가족제도에도 영향을 끼쳤으며 전통적인 대가족제를 해체시키고 핵가족화를 초래했다. 근대 이후 여성들의 의복 변화를 통해 시대의 변화와 여성지위의 변화를 살펴볼 수 있다. 또 전통적인 여성 역할에 커다란 부분을 차지했던 음식문화와 주거문화의 변화는 여성의 사회진출을 확대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5부 : 여성, 표현하다

우리는 이미지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그 가운데 대다수는 여성의 이미지다. 그러나 이런 이미지들은 다분히 본연의 여성의 모습을 왜곡시키고 대상화시켰다. 여성의 이미지는 구체적이고 역사적인 존재로서의 여성들과 구별되면서, 여성을 추상적·상징적 존재로 만든 것이다. 90년대 들어서야 이같은 왜곡된 여성이미지에 대한 연구가 활성화돼 그 이면에 숨어 있는 이데올로기를 밝히려는 노력이 계속된다.

여성의 언어는 남성 언어의 권위와 논리를 초월해 다양한 목소리가 건네주는 개방성, 삶의 복합성 등의 가치를 가진다. 백신애(광인수기), 강경애(인간문제), 박완서(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 등 50인의 여성문화예술인들이 시, 소설, 민요, 노래, 영화 등 자신의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소리벽을 통해 해방적인 여성언어를 체험해본다.

아울러 별도의 상영관으로 마련된 2002 여인극장에서는 1950년대에서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다양한 영화들에 등장하는 영화 속 여성이미지들을 고찰하고 재조명해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에필로그 : 미래의 여성

여성의 역사는 박제된 전시물이 아니다. 지금도 수많은 공간에서 다양한 형태의 새 역사를 쓰고 있는 여성들의 삶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성사 전시관의 에필로그는 새 역사를 쓰는 우리들 여성, 자신의 몫으로 채워져야 한다.

정리=김경혜 기자 musou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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