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내에 있는 이주 노동자의 자녀에겐 아무런 혜택이 없습니다. 보육, 건강, 교육, 진로는 물론 기본적인 인권마저 인정되지 않죠.”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 김영임 원장은 이처럼 자랑스런(?) 대한민국에서 이른바 불법체류 이주 노동자는 물론 그들의 자녀까지 인권의 무풍지대임을 선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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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일 ‘이주 노동자 차별 철폐’ 집회에서의 이주 노동자 자녀. <사진·민원기 기자>

이주 노동자가 이 땅에 들어온 지 벌써 10년이 됐다. 그동안 한국 사람과 이주 노동자의 결혼, 이미 결혼한 상태의 이주 노동자, 아니면 한국에 들어와 결혼한 이주 노동자 등 다양한 형태가 존재하지만 국제결혼을 한 부부 사이의 자녀를 제외하곤 어떤 형태로든 이주 노동자의 자녀는 보호받을 수 없는 처지다.

김 원장은 “한국에 들어와 결혼한 이주 노동자들은 자녀를 갖지 않으려 노력한다”며, “결혼한 지 벌써 3년이 된 스리랑카 부부의 경우도 자녀 갖기를 꺼린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본인들의 신분이 불안한 상태(이른바 불법 체류자)이며, 자녀를 낳을 경우 경제적인 능력이 허락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김 원장은 “우리나라의 경우 국적법상 원칙적으로 이중국적을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더구나 불법 체류자로 분류되는 이주 노동자들의 경우 그 자녀가 태어나면 한달 안에 출입국 관리사무소에 가서 출생신고를 해 외국인으로 등록을 하면 된다 하더라도 일단 부모가 불법 체류자라는 점 때문에 결국 본국으로 핏덩어리를 보내는 생이별을 하거나 아이 역시 불법 체류자로 남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또 “필리핀이나 중국인의 경우 아이를 낳으면 한달 내 본국으로 보낸다”면서, “최소 2~3년 헤어지는 경우도 다반사인데,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인성이 결정되는 가장 중요한 시기에 부모와 함께 있지 못해 오는 문제가 심각하다”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이미 결혼해 한국으로 들어온 이주 노동자들의 자녀들 역시 보호를 못받는 것은 마찬가지다. 더구나 이들은 대부분 취학할 나이의 아동이 많아 교육문제까지 겹치는데 현재 정부에서는 불법체류 이주 노동자의 자녀들도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입학이 가능한 실정이다. 그러나 출입국 사실 증명서류가 필요하다. 김 원장은 이에 대해 “그나마 초등학교까지는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중·고등학교의 경우 아예 교육이 불가능하다”며 “교장이 교육자로서의 양심 때문에 인정하는 경우에 한해 정식 학생이 아닌 ‘청강생’ 신분으로 학교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 경우 학교를 다녀도 졸업장을 받지 못하고 ‘수료’생 정도의 인정을 받는다는 것이다.

김 원장은 “타 문화권에서 자라면서 느끼는 심리적 압박감도 클텐데, 암울한 장래가 그들을 더욱 불안하게 만든다”며 “부모들 역시 아이들 장래를 생각하기엔 삶에 지쳐 생각조차 귀찮아하는 태도를 보면 화가 나기도 한다”며 답답한 심정을 토로하기도 했다.

국제 결혼한 자녀들의 경우는 어떤가. 지난 1998년 6월 14일 개정 시행된 국적법의 부칙 제7조 모계출생자의 국적취득 특례에 따르면 신 국적법이 부모 양계 혈통주의로 바뀜에 따라 아버지가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우리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자녀에 대해 인도적인 차원에서 혜택이 주어진다고 규정돼 있다. 이같은 법률 개정에 따라 어머니가 한국인인 경우라면 어머니의 성을 취득해 기본적인 보장을 받을 수 있다.

김 원장은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느냐”며 “최소한 영주권이라도 보장,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기본 권리라도 주어졌으면 좋겠다”고 강변한다. 한국에 거주, 그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이주 노동자의 자녀들. 필요에 의해 이주 노동자들의 노동력을 유입했다면 그에 따른 책임도 마땅히 져야 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또다른 과제다.

동성혜 기자do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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