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고 낮은, 다정한 허스키 보이스의 유혹”

@25-0.jpg

깊고 낮게, 그리고 다정하게 다가서는 허스키 보이스의 유혹을 거부할 수 있을까. 눈꽃 핀 겨울나무처럼 내면을 응시하게 하는 장필순의 음악이 다시 우리 곁으로 돌아왔다. 5년 만의 외출에는 어떤 고백이 담겨있을까. 18일에 있을 콘서트 준비로 피곤해 보였지만 그녀만의 맑은 웃음으로 인터뷰에 응했다.<편집자 주>

5년 만에 내놓은 장필순의 6집 ‘SOONY’는 어쿠스틱 기타 소리에 조근조근 하고 싶은 말들을 읊조리던 예전의 음악과는 확연히 다른 새로운 음악적 칼라가 느껴진다. 첫 곡을 듣기 시작하면 끝까지 듣고 싶어진다는 어느 팬의 말처럼 천천히 사랑하고 싶은 바로 그런 음악이랄까.

‘무료한 공상에 젖어 헤매일 때 헬리콥터 소리가 창문 흔드네 아주 낮게 낮게 날고, 멀리...지루했던 오후, 한낮...’(헬리콥터) ‘난 시계에게 고백했지 찻잔에게 고백했지 베개에게 고백했지 이 모든 상황을 빠짐없이 고백했지...’(고백)

지친 일상의 그늘에 엷은 햇살의 그물을 치는 듯한 일렉트릭 기타 사운드는 우리를 세상의 뒤편에 감추어진 비밀의 화원으로 데려간다.

곡과 곡 사이를 연결하는 라디오 소리, 커피를 목으로 넘기는 소리, 라이터 켜는 소리, 길 떠나는 기차소리들로 ‘SOONY 6집’은 마치 한편의 음악 드라마를 감상하는 듯하다. 조동익이 디자인한 앨범 자켓 또한 몽환적인 음악풍경을 담아내기에 충분하다.

“내가 좀 느려서 오래 생각하고 천천히 하는 편이거든요. 5년 동안 공백기였다고 말하는데, 계속 노래와 함께 있었어요.”

그동안 장필순은 그녀가 너무 좋아하는 하나뮤직(조동진이 이끌고 있는 음악 프로덕션) 식구들과 꾸준히 작업을 해왔다. ‘겨울노래’‘바다’ ‘꿈’ 등의 타이틀로 제작된 프로젝트 음반에도 함께 참여했다. 그러는 동안 정작 6집 음반을 만드는 데는 꼬박 3년이 걸렸다고 한다.

"음반 컨셉을 잡는 데는 10개월 정도 걸렸어요. 그런데 다 만들고 나니 예전 음악과 또 같아진 느낌이었어요. 뭔가 새로운 음악적 변화를 주고 싶어져서 곡의 50%를 다시 썼죠. 새로 곡을 쓰는 데만 2년이 걸렸어요."

예전의 포크적 스타일이 건조한 느낌이었다면 이번 음반에는 전자 사운드와 첼로, 오보에 등의 악기가 첨가돼 현대적인 이미지로 변화를 꾀했다는 설명이다.

이번 음반의 또다른 재미는 음악적 색깔이 다른 세 사람의 곡들이 서로 묘한 조화를 이루는 점이다. ‘soony rock’ 등 그녀가 직접 만든 3곡과 ‘고백’ ‘신기루’ 등 조동익이 만든 4곡, 또 ‘동창’ 등 윤영배가 만든 3곡은 다르면서 또 하나로 음악의 흐름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녀가 작곡한 ‘soony rock’은 기존의 락 형식과는 달라 장르를 말하기 어려웠는데 조동익이 그냥 ‘수니식의 락이다’ 해서 그대로 제목으로 썼다고 한다.

세상의 반열에 끼이지 않아도 억지스럽게 꾸미지 않아도 충분히 자신의 음악을 지켜나가는 자유로운 삶의 방식이 보기 좋다.

“사랑이든 우정이든 일이든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소양에 따라 각자의 표현방식이 다르다고 생각해요. 나의 음악작업 방식이 답답해보일지 모르지만 시간이 걸릴 뿐 자신만의 모양을 만들어가는 거죠.”

그녀의 팬 카페에는 400명의 회원이 있는데 10대에서 50대까지 팬 층이 다양하다. 국외 교포나 유학생 팬들도 새 앨범이 나오면 배송료를 아까워하지 않을 정도로 장필순의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내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나와 비슷한 것 같아요. 공연을 하면 다른 가수 팬들과 다르게 대기실에 찾아와서 사인 부탁을 안해요. 표현을 아끼는 사람들이죠. 하지만 노래를 사랑해주는 마음만은 느낄 수 있어요.”

이번 음반에 수록된 곡들은 듣는 사람마다 좋아하는 곡이 다 다르다. 타이틀곡이 따로 필요 없이 전곡이 모두의 사랑을 받기는 참 어려운 일인데 ‘SOONY 6집’에는 그런 매력이 숨어있다.

18일부터 22일까지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콘서트 ‘동창’을 연다. ‘같이 학교를 다닌 사람, 17살의 추억에 머물러 있는 사람’ 동창이 이 겨울 못내 그리워진다.

윤혜숙 객원기자 heasoo21@yahoo.co.kr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