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화 / 군산대학교 사회복지학과

UNDP에 따르면 2001년 한국의 여성권한신장지수(GEM)는 세계 63위로 과연 우리나라가 OECD 가입국인지를 의심하게 된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싱가포르(38위), 일본(41위), 태국(44위)이 여성권한 상위국에 속한다.

여성권한에 비해 국민 전반적인 상황을 측정한 인간개발지수(HDI)에서 한국은 31위로 상위국에 든다. 인간개발지수에 비해 여성권한지수가 훨씬 못 미친다는 것은 국민의 절반인 여성인권에 대한 점검을 요구한다.

인권은 보장된 상태보다는 억압이나 차별에 의해 침해됐을 때 그 의미가 뚜렷해진다. 여성 인권의 침해는 기회에 있어서의 차별과 결혼과 출산의 결정을 포함한 가정생활의 불평등, 그리고 성폭력 및 가정, 사회, 국가 차원에서의 폭력의 양상을 띠고 있다.

UN은 1979년에 채택한 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을 통해 여성 인권을 명시하고 있는데, 한국은 1985년부터 이 협약의 적용을 받고 있다. 여성차별철폐협약은 성인지적 관점을 뚜렷이 하고 국가의 적극적인 역할을 강조하고 있다. 예를 들면 모성보호가 중요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모성보호가 여성에 대한 실질적인 불평등을 초래하지 않도록 할 것을 촉구한다.

즉 출산이나 양육휴가를 이유로 해고나 승진, 사회보장제도에서의 불이익을 금지하도록 한다. 국가의 역할은 양성평등의식 향상, 농촌여성 보호, 여성폭력 및 성매매 금지에서 더욱 요구된다.

한국여성의 인권침해에 관련된 주요 이슈는 남아선호사상, 성희롱, 성폭력 및 가정폭력, 성매매, 이주 외국인 여성의 인권문제 등이다. 남아선호사상은 왜곡된 출생성비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출생순위 셋째아이 이상에서는 지난 10년간(1991∼2000년) 출생성비가 170.6으로서 태아 성감별에 의한 ‘아들 골라 낳기’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지역별로는 경북·경남·대구·울산·부산 지역의 출생성비가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게 나타나 이 지역에서 남아선호사상이 보다 강하고 양성평등의식이 낮음을 알 수 있다.

여성폭력 및 성매매에 관해 국가는 법률과 제도를 통해 개입하고 있다. 이러한 국가적, 사회적 개입에서 사각지대에 있는 여성집단은 여성장애인과 이주 외국인 여성이다. 성남시 거주 여성장애인 실태조사(2001년)에 따르면 여성장애인들은 장애 때문에 자녀로서, 아내로서, 노인으로서 가족 내에서 많은 차별과 심각한 성폭력, 가정폭력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조사는 이 땅에서 여성이면서, 장애인이면서, 노인인 집단이 가장 억압받는 집단이라고 주장한다. 한편 외국인 이주자에 대한 차별과 노동착취는 한국 사회에 새롭게 등장한 인권문제이다. 코리안 드림을 품고 결혼과 취업을 통해 한국으로 이주한 외국 여성들이 가정, 작업장에서 착취당하거나 적응의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새로운 성매매 피해자로 대두되고 있다.

표면적인 여성인권 상황은 국민총생산(GNP)의 증가만큼이나 향상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제 성차별은 은밀하고 질적인 수준에서 나타나고 있다. 여성인권의 질적 향상은 고용기회 뿐만 아니라 승진에서 양성평등하고, 육아휴직 지원금이 생계비에 준할 때, 복직 후 고용이 안정적일 때 실현 가능하다.

한편 여전히 소외되고 있는 농촌여성, 여성노인, 여성장애인 등의 소수집단의 인권과 어둠 속에 방치되고 있는 여성폭력과 성매매, 외국인 여성에 대한 착취와 같이 기본적인 인권 침해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국가와 여성집단의 노력이 지속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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