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여성의전화 전 공동대표 벌금형…여성계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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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가해자들의 역고소 사태는 그간의 성폭력 해결의 성과물을 일거에 무너뜨리는 큰 문제다. 법적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최근 성폭력 가해자들이 피해자와 주변인, 지원단체를 명예훼손으로 역고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오충현(삼일종합법률사무소)변호사는 대구여성의전화(대표 권정숙)가 지난달 29일 연 ‘성폭력 가해자 역고소 사건에 관한 토론회’에서 “최근 성폭력 가해자 등이 피해자 또는 피해자를 지원하는 여성단체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여 맞대응 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며 “여성계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오 변호사는 “역고소의 형태는 피해자의 성폭력 주장이 허위라며 형법 제 307조 제2항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하는 경우와 성폭력 주장이 사실이라도 형법 제 307조 제 1항에 의한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하는 경우로 나뉜다”고 지적했다.

오 변호사는 “성폭력이 대부분 밀실에서 일어나 당사자의 진술 외에는 객관적인 증거가 없는 경우가 많다”며 “성폭력 범죄의 입증이 쉽지 않은 것을 이용한 가해자의 방어행위로 볼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가해자가 역고소하면 증거가 없고 당사자 사이의 상반된 진술만 있는 경우, 어떤 기준을 적용해 성폭력 유무여부를 인정할 것인지가 문제”라며 “어떤 경우에 성폭력 공개가 공공의 이익을 위한 것으로 판단되는지 여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권정숙 대표는 “성폭력 가해자의 역고소 사태는 그동안 성폭력 해결 노력을 일시에 무너뜨릴 수 있는 큰 문제”라며 “검찰의 기소도 일관성 없이 이뤄지고 있어 상황은 더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권 대표는 또 “여성운동의 차원뿐만 아니라 법적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는 대구여성의전화 전 공동대표 2인(김혜순, 이두옥)이 성폭력가해자를 공개한 후 가해자들에게 명예훼손죄로 고소돼 벌금형을 받은 중에 열려 관심을 끌었다. 두 사람은 지금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성폭력 가해자인 K씨(당시 경산 K대학교 교수)와 L씨(당시 대구 K대학교 교수)가 대구여성의전화 전공동대표 2인(김혜순, 이두옥)을 사이버명예훼손죄(정보통신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고소한 바 있다. 두 사람은 지난 2월 벌금형(각 200만원)으로 약식 기소됐다.

대구여성의전화는 약식재판 결과에 불복, 정식재판을 제기했으나 10월에 열린 선고공판에서 같은 판결을 받았다.

최근 동국대 조은 교수(사회학과)가 성폭력 가해자에게 역고소 당한 사례가 있었으나, 검찰은 조 교수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린 바 있다.

경북 권은주 주재기자 ejskwon@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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