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력 부여 관건 차관이 책임관 맡아야

내년부터 모든 부처에 적용·운용될 여성정책책임관제가 제대로 되려면 주요 부처의 경우 적어도 차관이 책임관을 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책임관을 1∼3급 공무원으로 명시한 시행령(안)대로 하면 공무원 사회의 조직생리상 가장 낮은 직급이 맡게 될 공산이 큰 탓이다. 현행 여성정책담당관(4급)이 기를 못 펴고 있는 것도 같은 이치란 얘기다.

이화여대 김선욱 교수(법학과)는 지난달 29일 국회에서 열린 ‘여성정책책임관제 실효성 확보를 위한 간담회’에서 “지금 여성정책책임관이 있는 6개 부처는 차관을 여성정책책임관으로 지정하고 담당관이 보좌토록 해 조직문제를 보완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차관 책임관, 담당관 보좌해 조직 보완

김 교수는 “다른 중앙행정기관들도 해당 기획관리실장을 책임관으로 지명하고, 그를 보좌하는 담당관을 따로 둬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 여성정책담당관이 있는 부처는 농림·행자·법무·복지·교육인적자원·노동부 등 6곳이고, 기획예산처·통계청·외교통상부·국방부 등은 여성정책담당관 설치가 꼭 필요한 부처로 꼽혀왔다.

김 교수는 또 “지방자치단체들도 여성정책책임관을 둬야 할 것”이라며 “여성부와 행정자치부가 자치단체의 자율시행을 지원할 수도 있고, 국가 위임사무로 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여성정책은 ‘삶의 현장’인 지방에서 이행되지만, 그동안 자치단체는 여성정책을 추진할 체계를 전혀 갖추지 못했다는 것.

김 교수는 또 “여성부가 엄연히 있는 만큼 여성정책책임관은 성 주류화를 실현하는 집행기능을 가져야 한다”며 “앞으로 모든 부분에서 정책을 시행할 때 여성적 시각을 갖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각 부처 담당관 제안=이날 간담회엔 박성자(농림부), 김혜순(행자부), 김진숙(법무부)씨 등 6개 부처 여성정책담당관이 참석, 의견을 나눴다. 그러나 담당관들은 여성부 시행령 초안조차 나오지 않았고, 각 부처 의견조율도 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대부분 말을 아꼈다.

여성정책담당관실 시행령 명시 필요

박성자 과장은 “여성정책책임관제를 논의하는 사실상 첫 모임이라 아직 우리 부의 의견도 정리돼지 않았다”며 “시행령 초안이 나와야 오늘 나온 의견들의 수렴 여부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과장은 차관을 책임관으로 하자는 김 교수의 제안에 대해 “역할을 높이기 위해 그럴 수도 있지만, 실무를 겸비하지 못해 형식적으로 빠질 우려도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담당관은 “여성부가 책임관의 업무를 감독·교육할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며 “관련 네트워크를 잘 살려서 어떻게 일을 시키느냐에 따라 성패여부가 갈린다”고 밝혔다.

또다른 담당관은 “여성정책책임관을 보좌하는 여성정책담당관실의 설치근거를 시행령에 명시해야 한다”며 “책임관제와 따로 ‘담당관실을 따로 둔다’는 조항을 반드시 명문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각 부처 담당관들은 ▲차관급을 책임관으로 하면 부서간 이해를 조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잦은 경질 때문에 업무수행의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고 ▲책임관이 인사 등에서 차별받지 않도록 임무를 명시해야 하며 ▲정책의 분석·평가 업무를 시행령에 명시하자는 의견을 내놨다.

국회사무처, 법원행정처에도 책임관 지정 제안

▲여성부 의견=여성부 장성자 정책실장은 “현재 대부분 여성정책담당관이 4급 서기관이어서 간부회의에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며 “책임과제를 도입하면 간부회의 참석은 물론, 상위직을 변화시켜 여성정책의 시행이 더 원활해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간담회를 주최한 한나라당 이연숙 의원(비례대표)은 “입법부·사법부도 여성발전기본법으로부터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며 “국회 사무처와 법원 행정처에도 여성정책책임관을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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