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인권 후진국 오명 벗어라”

유엔개발기구(UNDP)의 ‘2002년도 인간개발보고서’ 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회의 여성의석 비율은 5.9%로 조사가능국인 161개의 나라 가운데 겨우 131위다. 또 입법, 고위 행정직, 기업인의 여성비율은 5%로 68개국 가운데 67위다.

이같은 사실을 잘 아는 사람들이라면 한국의 여성권력지수가 0.378로 66개국 가운데 61위라는 사실이 그리 놀랍지만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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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한국은 왜 이렇듯 ‘여성인권 후진국’이라는 지독한 오명을 쓰고 있을까. 여자들이 남자들보다 더 못배워서(?). 한국 여성의 교육지수는 0.95로 173개국 가운데 18위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는 여성교육지수와 세계 최하위를 달리는 여성권력지수 사이의 기막힌 간극, 그 중심에 호주제와 징병제, 취업차별 등 여성을 ‘감옥살이’시키는 한국 사회의 덫이 놓여있다.

차별의 뿌리 ‘호주제’

여성계는 그동안 호주제가 대표적인 ‘남녀차별의 뿌리’중 하나로 지목해왔다. 60년 민법 시행 직후부터 폐지론이 제기됐을 정도. 그러나 ‘전통적인 가족제도를 붕괴시킨다’는 유림의 반발 등으로 큰 틀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어 여성계의 반발을 사고 있다.

호주제는 호주승계 순위를 아들-딸-처-어머니-며느리의 순으로 규정, 남성 우월주의를 조장할 뿐만 아니라 헌법의 양성평등 정신에 위반된다. 호주제를 그대로 둔다면 이혼여성이 자녀의 친권과 양육권을 가지고 있더라도 아이는 남편의 호적에 그대로 두어야 하는 폐해가 발생한다. 미혼모도 마찬가지다. 아버지가 인지한 상태에서 어머니 호적에 올릴 경우 아버지의 성명을 밝힐 수 없는 등 가족의 민주화는 물론 성평등·아동인권에 심각한 문제를 일으킨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부계혈통 위주의 호주제는 자식은 반드시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남아선호사상을 부추겨 1년에 3만명의 여아가 낙태되는 현실까지 초래하고 있다.

여성계는 “호주제는 일본식 가족제도가 한국에 수출된 것으로 일본에서는 1948년 남녀평등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이미 폐지됐다”며 “한국에서도 하루빨리 호주제를 용도폐기해야 할 것”이라고 한 목소리로 말하고 있다.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우선 친양자제도 등을 도입한 뒤 호주제를 단계적으로 폐지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 하지만 여성계는 이번에도 말만으로 끝나는 ‘공약(空約)’에 그치지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징병제’문제도 심각

전 씨네21 편집장이자 소설가인 조선희씨는 한국이 여성인권 후진국으로 남아있는 까닭을 ‘징병제’에서 찾았다. 조씨는 한겨레21 432호에서 “‘군대’라는 주제를 피해가서는 궁극적으로 한국 여성문제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 징병제의 1차 피해자는 젊은 남자들이지만 일생에 걸쳐 지속적으로 피해를 안고 가는 쪽은 여자들이다”고 말했다.

“사회에 나가기 직전, 무려 2년이 넘는 집체교육에서 남자는 여자들과 다른 인종으로 훈련된다”고 말하는 조씨는 “국가가 젊은 남자들을 동원하면 사회는 평생에 걸쳐 보상하고 여자들은 남자들에 대한 보상에 동원된다”며 징병제의 문제를 날카롭게 꼬집고 있다.

“군대에 가보고 싶거나 말거나 간에 원천적으로 군대란 여자들의 선택을 넘어서는 문제며 그들에게 주어진 건, 영원한 2등 시민의 지위를 수락하는 의무뿐”이라고 말하는 조씨의 자조섞인 말 속에서 징병제가 한국에서의 여성인권에 얼마나 악영향을 끼치는지 알 수 있다.

‘취업문 차별’도 여전

여성들이 이 사회에서 본격적으로 겪는 차별의 시작이 바로 취업이라는 점에서 ‘취업문 차별’도 심각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성적에서 영어공부까지 무엇하나 남자들에게 뒤지지 않는 여성들이 막상 취업의 문턱에서 미끄러지는 경우를 너무도 쉽게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이공계의 경우 여성들의 진입을 거의 허용하지 않고 있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취업했다고 해서 비단길이 펼쳐져 있는 건 아니다. 업무배치와 교육, 인사고과 등 험난한 가시밭길을 걸어야 하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처럼 잘 드러나지 않는 차별이 더 무서운 법이다.

결혼과 출산 문제도 여성 취업의 큰 장애물이다. 한마디로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취직하기도 힘들뿐더러 직장에서 쫓겨날 위험성이 크다는 얘기다. 회사를 다니다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은 여성이 ‘분위기 파악해서 알아서 그만두라’는 무언의 회사 분위기에 따르지 않는다면 ‘눈치 없는 여자’로 낙인찍혀 회사에서 버티기가 힘든 게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신아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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