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적 실험과 상상력의 앙상블, 김경미 김은정 홍은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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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위쪽에서 시계방향으로)홍은지, 김은정, 김경미씨. <사진·이기태>

개성이 서로 다른 여성 예술가 3인이 일을 냈다(?). 오는 15일까지 국립극장 별오름 극장에서 '별오름 프린지'라는 이름의 기획프로그램이 바로 그것. 김경미씨의 ‘퍼포먼스 Zero Ⅱ’, 김은정씨의‘그때 그 사람’, 홍은지 씨의 ‘내 안의 검은 물소리’다. 기존 공연예술 형식에서 탈피, 새로운 창작경향을 제시하는 이들 3인의 여성 예술가들을 만났다. <편집자주>

“서로 만나서 작품을 해 본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이번 기획전에서 처음 만났지요. 만나는 순간‘노는 물이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하하하~)

김경미(34), 김은정(34), 홍은지(33). 30대 여성 예술가 세 사람이 만났다. 여자가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옛말이 무색하다. 이들이 신선한 무대를 선사한다. 이른바 멀티미디어 퍼포먼스에서 창작 실험극까지 말만 들어도 그들의 색깔을 확연히 알 수 있는 작품들이다.

멀티미디어 퍼포먼스 작품을 안무하는 김경미 씨,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현대무용과의 만남을 모색하는 김은정 씨, 창작 실험극을 연출하는 홍은지 씨. 어느 한 구석 비슷한 것이 없다. 삼색밥처럼 각기 다른 이 세 사람이 도대체 어떻게 만난 것일까.

“서울 프린지 네트워크라는 기획사의 섭외로 만나게 됐습니다. 저희 작품이 모두 2002 문예진흥기금 지원 선정작이거든요. 아무튼 만나고 보니 매우 만족스럽습니다.”

먼저 입을 뗀 홍은지 씨는“각각의 영역에서 아웃사이더로 있던 우리들의 만남은 어쩌면 필연을 예고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각자의 방법이 달라도 30대 여성예술인이라는 커다란 울타리가, 또 함께 공감하는 시대적 상황이 그들의 만남을 부추겼단다. 물론 30대는 이들만이 아니다. 하지만 이들은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시대정신이 작품안에 속속 녹아 있다. 그 시대적 상황을 김은정씨는 이렇게 표현한다.

“어느 시대나 자신이 걸어온 그때를‘과도기’라고 하지요. 그러나 우리만큼 과도기도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80년대 초반 선배들이 갖는 강렬한 사회정신과 90년대 변화하는 사회에 적응하려고 애썼던 우리들이죠. 제가 졸업할 당시인 93년은 학생운동이 정리되었던 시기이기도 하구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하듯 갑작스런 변화가 우리를 너무 혼란스럽게 했고, 그 사이에서 확신했던 여러 가지 사상과 감정들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제 작품엔 이런 피해의식도 깊게 깔려있구요. 어쨌든 그런 공감이 우리 셋을 쉽게 어울릴 수 있게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홍은지 씨도 물끄러미 김씨의 얼굴을 쳐다보며 말을 잇는다.

“명료하지 않는 그 상황을 잡고 싶었던 그런 심정이었습니다. 지금 우리들이 이런 작업을 하는 것은 그 감수성을 표출하고 싶어서일 것입니다. 그런 상황들에 대해 들여다 볼 수 있는 시간이 많아서인지, 들여다보느라 시간이 흐르는 줄도 몰랐던 건지... 자꾸 되새기며 새로운 무언가를 찾아다니죠.”

80년대 후반 학번이며 메이저가 아닌 마이너리그에서 강렬한 실험정신을 발휘하고 있는 세 여성. 그들은 서로의 작품에 대해 어떻게 평가를 내릴까.

“전 김은정 씨의 작품을 보고 울 뻔 했습니다. 은정 씨는 자신이 하고 싶은 말에 대해서는 어떤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풀어갈 사람인데 그가 풀어가는 방법이 독특해서 감동을 받은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 진솔한 얘기를 했을 때 울컥하는 그런 심정이었어요.”

홍 씨의 평이다.

기자는 세 사람에게 관객들에게 서로의 작품이 비교되면서 오는 일종의 경쟁의식은 없는지 짓궂은 질문을 했다. 그들은 한목소리로“공연에 대한 부담은 있지만 서로의 작품에 대한 부담은 전혀 없다”고 말한다. 너무도 다른 영역들이기 때문이며, 오히려 서로가 비교될 수 있다면 더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 아니겠느냐는 것이다. 이들 세 사람은 앞으로 풀어나갈 과제가 있다고 한다.

“이번 기획전을 시작으로 무용과 연극의 만남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 볼 거에요. 예전의 만남이 단순히 두 장르를 섞어보는 과정이었다고 한다면 지금은 감정적 교류를 통한 결합을 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듭니다.”

동성혜 기자dong@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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