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 치료·자활 치중…사회복지서비스로 한정

피해여성 인권 보호 대책 시급

가정·성폭력 등 여성폭력 문제를 다루는 정부의 정책이 개별적인 심리치료나 자활에만 치우쳐 피해 여성의 인권을 소홀히 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특히 관련 공무원들의 인식 수준이 낮아 제도개선이 더디다는 지적이다.

이문자 한국여성의전화연합 공동대표는 5일 한국성폭력상담소 등 3개 단체가 ‘여성폭력 추방정책,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연 긴급토론회에서 “여성단체들이 10여 년의 운동으로 일군 여성폭력추방정책을 정부가 사회복지서비스로 한정짓는 바람에 심각한 문제가 드러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는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가정폭력·성폭력 상담소 및 보호시설 기능·역할 강화방안’ 보고서의 정책방향이 피해여성의 인권을 외면한 채 단순 복지서비스로 접근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라 급히 열렸다.

이 대표는 “여성부는 보사연의 보고서가 자신의 정책이 아니라고 부인하지만, 그동안 정책 흐름은 이 연구를 바탕으로 이뤄졌다”며 “더 근본적인 문제는 여성폭력을 맡고 있는 공무원이 여성폭력에 대한 의식이 낮은 탓”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여성폭력은 여성 인권의 문제이며, 피해자를 위해 다양한 서비스가 필요하다”며 “하지만 지금 여성부 정책을 보면 개별적인 심리치료와 자활에만 역점을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여성폭력은 복잡한 문제라서 지역의 연계체계 뿐만 아니라 법무부·교육부 등의 협력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또 “민간기관과 정부와의 협력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은 공무원의 인식부족”이라며 “여성 인권의식 강화를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교육부터 해야 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정부는 민간 상담소가 쌓은 경험을 살리기 위해 이들과 손을 잡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대표는 “여성폭력을 뿌리뽑기 위해 여성부는 상담을 잘 하는 것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며 “정부가 만들 여성폭력상담소는 단순 상담소가 아니라 끊임없는 교육·운동·예방에 나서는 종합기관이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배영환 기자ddarijo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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