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문학회 주최 학술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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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문학학회 주최 제9회 전국학술대회가 지난달 30일 경희대학교에서 열렸다. ‘진보적 민족문학에 나타난 여성상’이라는 주제로 개최된 이번 대회는 진보적인 문학이 여성문제를 어떤 방식으로 조망하고 있으며, 민족문학의 소중한 성과가 여성문제와 어떻게 만날 수 있는지에 대한 진지한 탐색이 오갔다.

<태백산맥>에 나타난 민족주의 여성상을 발표한 인제대학교 안숙원 교수는 우리 문학사의 민족주의문학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대상으로 한국 민족주의의 한계와 문제점을 여성주의적 시각에서 분석, 가부장사회가 민족주의라는 메카니즘을 통해 반여성적인 담론과 문화, 제도를 정당화한 것을 심문했다.

안 교수는 민중민족주의에 투신한 빨치산들의 진정성을 재현해낸 <태백산맥>의 문학사적 의의에도 불구하고 민족주의와 젠더의 대항은 이 작품의 진보성에 의문을 갖게 된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사례로 ‘뻘밭, 꼬막’ 등의 표현이 섹슈얼리티의 중첩상징으로 남성 민족주의적 시각을 보여주는 것과 미군들에게 강간당한 여성들의 ‘몸씻기 마을굿’으로 상정된 정조 이데올로기가 성애화된 민족주의의 딜레마를 극명하게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작품에 제시된 여성의식은 민족의 재생산을 위한 씨받이 구실로 여성을 기호화 한 점, 빨치산의 여성전사마저도 남성에 의해 교화자(남성)와 피교화자(여성)의 관계에 머무른 점, 자율적이고 주체적인 여성이 없지 않으나 젠더 전략상 그다지 바람직한 여성으로 오르지 못한 점을 비판했다.

다음으로 ‘노동문학 속의 여성상’을 논의한 경희대학교 비교문화연구소 이정희 교수는 노동자의 시각으로 노동현실을 다루는 문학작품으로 주류적인 위치를 점했던 80년대 노동문학 중 정화진과 방현석의 소설에 나타난 여성상을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 두 작가의 작품 속에 나타난 여성상을 세 유형으로 분류해 논의했는데, 첫째 노동해방의 내일을 여는 투사형으로 동지로서의 아내이며 누이로서의 여성투사여야 했던 한정적인 역할의 여성상, 둘째 남성 노동자의 갈등이 투사된, 흔들리는 동지형으로 남성작가의 투사라는 방어기제를 통해 창조되었음을 지적했다. 셋째 노동운동 바깥의 신데렐라와 탕녀형은 남성 안의 부정적 측면이 타자로서의 여성에게 이전되는 양상을 보여줘 여성이 수동적인 대상으로서만 텍스트에 존재해 왔음을 지적했다.

결국 노동문학 속에 여성인물은 부재했고 노동계급 여성의 진짜 목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여성 노동자수기에 눈을 돌릴 필요가 있음을 강조했다. 이에 대해 토론자로 나온 문학평론가 권성우 교수는 ‘노동문학의 질을 평가하는 과정에서 여성문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얼마나 중요하게 취급해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지고, 문학작품을 평가하는 기준으로서 여성문제에 대한 인식의 중요성에 대해 좀 더 많은 논의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노해 시에 나타난 여성상을 발표한 한국여성문학회 회장 구명숙 교수는 문학을 민중운동가로서의 삶과 일치시켜온 박노해의 특이한 이력을 감안해 그의 혁명가적 치열한 삶 속에서 그려낸 여성상을 그의 시집 <노동의 새벽>, <참된 시작>을 중심으로 살펴보았다.

구 교수는 박노해의 시 속에 드러난 여성상은 인내하고 순종하는 현모양처이면서 동지적 현모양처로서의 여성상과 이와 반대로 굳센 어머니이면서 투사적인 강인한 여성상으로 분석, 순종형과 투사형이 복합적으로 내포된 여성상이라고 밝혔다.

이에 토론자로 나온 대구 카톨릭대 김효중 교수는 나중에 출간된 시집 <사람만이 희망이다>와 <겨울이 꽃핀다>가 논의에서 빠진 점을 지적하며, 박노해 전체 작품에 대한 총체적인 연구의 필요성을 제시했다.

마지막 발표자로 나온 대전대 정순진 교수는 ‘인식의 사각지대, 여성문제-김남주 시를 중심으로’논의를 풀어나갔다. 7,80년대 독재와 외세에 대한 분노와 저항을 기반으로 작품 활동을 해온 김남주의 시선에 포착된 여성을 통해 한국의 기층 여성이 안고 있는 민족모순, 계급모순, 성모순이 어느 만큼 인식되고 형상화돼 있는지, 그런 모순 해결에 대해 어떤 전망을 보여주고 있는지에 대해 밝혔다. 그 결과 이런 모순에 능욕당한 여성을 소재로 충격적인 참상을 폭로하고는 있으나 그 참상에 함께 기능하고 있는 성모순에 대한 인식을 찾아볼 수 없었던 점, 또 시인 내부에 내면화된 성차별적인 이데올로기를 자연스럽게 재생산하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토론에서 문학평론가 백지연 씨는 이런 논의에도 불구하고 김남주 시의 전체적인 구도에서 볼 때, 이런 여성의 차별적 이미지는 그 자체로 독립적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민족과 계급, 성모순의 인식 수준과 함께 얽혀있다고 말하고, 작품에 나타난 성차별적 이데올로기에 대한 평가 문제를 작가 개인의 성차별 이데올로기와 연관시키는 것은 조심스러운 문제라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윤혜숙 객원기자 heasoo21@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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