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색만연 … 단일후보 성사 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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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일화 논의가 급진전된 지난 21일 노무현 후보는 여성계 초청 후보토론에 첫 주자로 나섰다. 단일화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의식한 노 후보는 “누가 집권하면 누군 총리 한다는 식의 흥정은 없으며 모든 것을 국민의 뜻에 따르기로 했다”고 미리 못박았다.

노 후보는 호사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여론조사에서 정 후보를 이겼다. 이날 텔레비전 토론이 승부에 적잖이 반영됐다는 당 안팎의 풀이다. 노 후보는 첫 주자의 부담감을 정면돌파로 덜었고 여성정책에 대해서도 자신감을 나타냈다.

노 후보는 “국가가 보육을 책임져야 한다는 게 우리 당 여성정책의 핵심”이라며 “집권하면 호주제를 1년 안에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표를 가장 많이 쥐고 있는 집단과 만났다”, “어머니가 나의 모든 것이었다”며 여성 유권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기도 했다.

노 후보는 정보통신분야(IT) 등 여성 일자리 50만개(이 후보 100만개) 창출, 여성 정·관계 할당제 확대, 여성부 역할 강화 등 공약을 내놨다. 토론자들은 예산확보와 집행 가능성을 따져 물었다. 노 후보는 이날 “이 후보가 남북 대결구도를 조장하면서 군축을 말하는 등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를 보인다”며 이회창 후보를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특별취재반 ddarijoa@womennews.co.kr

5대 핵심과제

호주제 폐지

“대통령이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러나 온 국민이 함께 뽑은 대표이기 때문에 그만한 정치적·도덕적 권위를 갖는다. 이런 지위를 잘 활용해서 호주제를 폐지하는 데 쓰겠다. 유림과 보수층을 만나 설득하겠다. 1년 안에 폐지한다.”

고용안정·고용창출

“비정규직 노동자 존재는 부득이하지만 너무 많은 게 문제다. 근로기준법을 제대로 지켜야 한다. 제도로 비정규직 확산을 막고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 정규직과 같은 임금을 받도록 근로감독을 하겠다. 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노동자들이 노동자로 인정받게 하겠다. 인권침해도 없애겠다.”

보육 공공성 확보

“예산이 중요한데, 대통령이 의지를 갖고 하는 일은 돈이 모이게 돼 있다. 여성 일자리를 50만개 만들면 10조원의 부가가치가 생긴다. 2조원 넘는 세금을 거둘 수 있다는 얘기다. 이를 활용하면 보육 관련 예산을 1조원 확보할 수 있다. 반드시 지키겠다.”

성매매방지법 제정

“150만명으로 추정되는 관련 종사자들을 놔두고 우리가 아이들 교육을 말할 수 있나. 지금까지는 매매 당사자의 문제로만 봤지만, 성매매는 사회적인 범죄다. 조직적으로 행해진다. 이를 뿌리뽑아야 한다. 인신매매, 알선조직 등을 확실히 해체하겠다.”

여성 정치참여 확대

“결론적으론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해야 해결될 문제지만 현행 제도 아래서는 모든 정당이 30% 할당을 지키도록 해야 한다. 반드시 법률로 풀어야 한다. 비례대표는 3분의 1 정도 여성이 해야 한다고 본다. 독일은 전체 의원의 절반이 여성이다.”

여성 일반

이영자 교수=대통령 후보로서 어떤 여성정책을 고민했나.

노무현=딸이 자라서 취직도 하고 애인도 사귀었다. 그런데 벌써 육아문제를 걱정한다. 아내가 맡을 수도 없고 직장 일을 하면서 딸이 키울 수도 없다는 것이다. 이런 경험으로 육아문제가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내가 아이 맘놓고 낳고 키울 수 있게 하겠다.

=노 후보는 어떤 사람인가.

노무현=부끄럼을 많이 탄다. 개인적으로 여성 만나면 금방 끌리도록 할 수 있다. 시를 좋아한다. 아내와 연애할 때 읽어준 시도 있다. 그래서 아내가 다가왔다.

김상희 여성민우회 상임대표=여성부 강화 목소리가 크다.

노무현=여러 부처에 흩어져 있는 여성관련 정책을 한데 모아야 한다. 가정파괴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여성부가 청소년 교육, 성교육, 가족윤리 등을 정책적으로 다뤄야 한다. 여성가족부 형태로 확대 개편할 수 있다.

조성혜 한국여성노동자회 부대표=여성 일자리 50만개 어떻게 창출하나.

노무현=여성의 사회진출을 막는 장벽을 없애면 남성 자리에 여성도 간다. 정보통신 쪽은 100만명 수요가 있다. 바이오산업 쪽도 유망하다.

정현백 성균관대 교수=수발노동 문제 심각하다.

노무현=가족이 부담하기에 벅찬 치매, 중풍 환자들은 국가가 시설에서 보호해야 한다.

=여성문제 식견이 높아 보인다. 그런데 지지율은 3등에 가까운 2등이던데.

노무현=고민이다. 식견보다 애정이 있는 것으로 봐달라.

정책 일반

=2대 8을 가속화시키는 세계화 흐름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이 많다.

노무현=토론을 많이 해야 할 내용이어서 어렵다. 다만 국민과 지도자가 의지를 갖고 해결하면 된다고 본다. 2대 8의 사회가 된다는 건 경고다. 우리가 미리 대비하면 막을 수 있다.

=농촌 문제 심각하다.

노무현=옛날에 부추 팔러 10리길을 가기도 했다. 농촌 여성들에게 출산관련 지원을 가장 먼저 할 생각이다. 농번기 도우미 제도도 있다. 농촌복지 전반을 개선하는 제도를 마련하겠다.

김상희=부부공동재산법을 만들자는 요구 있다.

노무현=좋다고 본다. 나는 재산이 없다. 전부 아내 앞으로 돼 있다.

남북관계

=군복무 기간 단축 목소리가 높다.

노무현=한시간이라도 줄여야 한다. 우선 남북의 긴장을 완화해야 한다. 군 구조도 바꿔야 한다. 한나라당 주장보다 더 단축하겠다. 한나라당은 군복무 기간 줄이자면서 남북 대결을 부추긴다. 어느 장단에 춤을 출지 모르겠다.

김효선 비즈우먼 대표=북한 지원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노무현=계속해야 한다. 전쟁 나면 여성은 삼중고를 겪는다. 북한이 무너져도 심각하다. 대결구도로 가면 안된다. 온건정책은 돈이 든다. 지원은 투자다. 북한이 응답할 것이다.

정치개혁

김상희=정치관계법, 선거법 등이 개정돼지 못했다. 깨끗한 선거를 어떻게 치르나.

노무현=노무현이 선거 어떻게 치르는지 보라. 법정비용도 다 못 쓴다. 돈이 없어서 그렇다. 깨끗하고 돈 안드는 선거 자신 있다.

=한국 정치의 폐단 가운데 하나가 정책선거가 안된다는 점이다.

노무현=내 주변엔 구시대 낡은 정치세력이 적다. 정치가 공장이라면 정책은 공산품이다. 정치를 개혁해야 좋은 제품이 나온다. 모든 정책을 국민한테 공개하고 토론하겠다.

김상희=집권하면 정치혁명을 한다 했다.

노무현=원칙과 신뢰를 포기하라는 요구에 타협하지 않겠다. 90년 3당합당 이전의 자기 노선이 뚜렷한 정치구조로 갈 것이다. 지역구도 극복하고 정책구도로 간다.

김효선=새로운 정당 운영 방안이 있나.

노무현=정당 안에도 여성 할당제를 해야 한다. 팬클럽인 노사모나 우리를 지지키로 한 개혁국민정당에 여성이 적다. 여성운동 하는 이들이 이런 곳에 적극 참여해야 한다.

경 제

=경제특구법에 대한 생각은 뭔가.

노무현=내용을 자세히 보면 그렇게 심각한 것만 아니다.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다. 시행이 중요하다. 노동자들이 우려하는 건 최악의 경우다. 이 법이 없으면 동북아 물류 중심, 비즈니스 중심 등을 경쟁국인 싱가포르에 뺏긴다. 잘못된 건 고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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