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옥선 사진전 <해피투게더>

외국인 남성과 결혼해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 여성들의 오늘의 초상은 어떤 모습일까.

인사동에 있는 대안공간 풀이 지난 13일부터 26일까지 마련한 제4회 연례 사진작가 초대전 <해피투게더>에는 국제결혼이라는 남다른 결혼제도를 감당하며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이 담담히 표현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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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 신체에 대한 서양미술의 남성적 시선과 미술사의 전통 속에서 이상화된 여성의 신체에 비판적인 해석을 가하는 작가 김옥선 씨(35세)는 “이번 <해피투게더> 작업을 통해 문화와 관습, 언어와 사고, 제도와 관습의 차이와 같은 사회적, 인종적 차이들이 개인적인 삶을 어떻게 통과하고 있는지에 천착하려 애썼다”고 설명했다. 작가 본인이 국제결혼(독일인 남편)을 한 입장이었기에 이번 작업은 결국 그의 결혼생활에 대한 물음에서 시작됐고 그의 정체성을 확인하는 자리가 됐다고 했다.

“근 9년간의 긴 잠에서 막 깨어난 기분이다. 국제결혼이 안고 있는 여러 문제들이 문화적인 차이 때문인지, 아니면 개인적인 차이인지 고민하다가 다른 커플들의 사례들을 통해 내가 풀지 못한 문제들을 알아보기로 했다. 물론 다양한 계층의 국제결혼 부부들이 있겠지만 우선 나의 친구들, 남편의 친구들, 또 그들의 친구들을 소개받아 작업을 시작했다. 내 사진에 등장하는 외국 남편들은 독일, 캐나다. 미국 등의 국적을 가진 사람들이고 대부분 대학교나 외국어 학원에서 자신들의 모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이들과 결혼한 한국 여성들의 직업은 화가, 피아니스트, 자영업자, 주부 등이고 결혼한 지 20년 이상 된 부부부터 막 신혼이 된 부부까지 다양하다.”

국경을 초월한 사랑.

이 말은 이들 국제결혼을 한 부부들이 가장 자주 듣는 말일 것이다. 결혼 당사자들이나 주변 가족들에게는 그만큼 어려운 결단이고 용기가 필요한 선택이기 때문이다. 제도와 상식의 편견에 맞서 또 다른 선택을 한 사람들. 언어와 사고의 차이를 넘어 이룬 그들만의 결혼은 세로 180㎝ 가로 225㎝ 사진틀 안에서 서로 각기 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본다.

‘현순과 킵’이란 제목의 사진 앞에 섰다. 어딘가로 막 떠날 듯 방안에는 짐 가방이 널브러져 있고 남편 킵은 침대 위에 누워 카메라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조금은 피곤한 모습으로 침대에 걸터앉은 현순의 모습에는 측정하기 어려운 미세한 갈증과 허탈함이 느껴진다. 국제결혼한 사람들이 이곳저곳으로 자주 이주하며 살아가는 모습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었다.

“외국인은 1년에 한 번씩 비자를 갱신해야 한다. 학원강사나 학교 객원교수 자격일 경우, 재계약이 안 되면 바로 짐 싸서 떠나야 하기 때문에 가을만 되면 연례행사처럼 불안해진다.”

이전까지만 해도 한국에서 국제결혼을 하면 여자의 성은 남편을 따라야 하는지, 부양의무는 누가 어느 범위까지 지게 되는지, 정조의 의무는 어느 한도까지 법이 규율하는지, 결혼생활 중 벌어들인 재산은 누구 소유로 되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은 ‘남편의 본국법’에 따르게 돼 있었다. 결혼방식의 경우는 혼인을 거행하는 나라의 법률에 따르는데, 혼인신고를 마쳐야만 법률상의 부부가 되는 한국법에 따라 김옥선씨는 아직 등본상으로는 독립 호주다.(호적 초본에만 결혼사실이 명기된다) 그래서 김옥선 씨 딸은 3년 전에야 한국 국적을 취득해 내년에 초등학교 입학이 가능하게 됐다. 이렇듯 불합리한 섭외사법은 지난 2000년 6월 5일자로 전면개정됐다.

김옥선씨는 현재 제주에서 살고 있다. 제주의 산과 바다를 너무 좋아하는 남편은 대학교에 강의 나가던 것을 그만두고 지금은 스쿠버다이빙 샵을 운영한다. 이들 부부의 사진은 실내 조명등을 사이에 두고 아내와 남편이 앞을 바라보고 있다. 건조한 눈빛, 두 남녀 사이에 보이지 않는 유리벽이 놓여있는 듯하다.

“결혼이 나름의 환상으로 시작되는 것이고 오래 살다보면 모두 다 똑같겠지만 국제결혼의 경우 문화와 관습의 차이가 확실히 드러나게 되는 것 같다. 각자 의견이 많아지고 합의를 보기 어려운 상황이 생긴다. 한 집에 살지만 바라보는 시각과 관점이 다름을 표현하고 싶었다.”

그가 가장 어려움을 느끼는 것은 사회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교류를 맺기 어려운 점이다. 서울과 같은 대도시의 경우 외국인의 출입이 잦아 특별히 경계심을 갖지 않는데 반해 지방의 경우 아직도 한국 여자와 사는 외국인을 곱게 봐 주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이번 작업을 부탁했을 때 몇몇 외국인 남편들은 자신들의 신상이 공개되는 것을 꺼리기도 했다.

김옥선씨는 앞으로도 <해피투게더> 작업을 계속할 생각이다. 타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타인의 거울에 비추어진 자신을 바라보면서 그가 만들어갈 행복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윤혜숙 객원기자 heasoo21@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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