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묵적 성차별 경향 드러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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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가부장적인 요소를 잔뜩 안고 있는 드라마를 봤을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드라마 자체만을 비판하는 경우가 많다. 생각을 바꿔 그 드라마를 만든 제작자의 성 인지력을 테스트해보는 것은 어떨까. 어떤 작품이든 만드는 사람의 의지는 반영되기 마련이다. 그런 만큼 드라마를 비평하기에 앞서 제작자의 의식을 파악해 보는 것도 드라마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1일 (사)21세기여성미디어네트워크가 주최한 ‘드라마 종사자 성 인지력 향상을 위한 실태조사 및 세미나’에서 성신여자대학교 여성연구소 김태현 소장은 각 방송사의 드라마 제작 관련자 40명에 대한 실태조사를 근거로 “드라마 제작자의 성별 고정관념이 드라마의 양성평등 수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근본 의식부터 변해야

김 소장은 조사항목을 크게 ▲가부장제 이데올로기 또는 전통적 여성관 강조 ▲여성의 성적 대상화 ▲여성에 대한 비정상적 묘사 ▲일하는 여성에 대한 편견/왜곡으로 나누고 드라마 제작자라는 공인의 입장과 한 개인일 때를 구분해 제시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공적인 영역에서는 남·여 모두 고른 성인지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으나 몇 질문에서 취약한 성 인지력을 입증하는 사례가 발견됐다. 전체 응답자의 30% 이상이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 여성의 수가 적은 것은 여성들이 힘든 일을 회피하기 때문이며 드라마에서 다양한 여성을 보여주기 힘든 것은 여성들의 실제 삶이 다양하지 않아서라고 대답한 것이 단적인 예다.

사적 영역에서는 양성평등에 반하는 의견들이 많이 발견됐다.

전체의 67% 이상이 호주제가 여성을 차별하는 제도가 아니라고 대답했으며 여기서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거의 대등했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여성의 성적 대상화도 짚어볼 부분이다.

공적 영역의 조사에서는 여주인공은 미모보다 연기력이 중요하다고 대답했던 많은 사람들이 여기서는 전체의 70%가 ‘여성에게 외모는 재산’이라고 대답했다. 특히 여성들이 더 많은 지지율을 보였다. 아내의 외도는 남편의 그것보다 더 심각하다는 대답도 전체의 40%에 달했으며 남성들의 선택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조사 결과를 통해 김 소장은 “공과 사의 영역에서 가부장적 시각의 차이는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에서 종사자들의 사적 영역의 의식이 반영, 드라마의 가부장성이 계속 유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토론자들의 의견도 다양하게 제기됐다. 미디어세상 열린사람들 전상금 대표는 “제작자들이 전통적 가치관에 무게를 두는 것은 시청률 의식과 함께 스스로 거기에 익숙하기 때문”이라며 “드라마 제작자들의 무의식까지 변화되지 않고서는 드라마에 대한 성인지력이 향상되길 바라는 것은 무리”라고 강조했다.

드라마 작가인 남경숙씨의 경우 “드라마 속의 직업 설정은 그 사람의 캐릭터를 뒷받침하는 도구일 때가 많고 미성숙하거나 사치스런 인물로 설정된 여성의 경우도 마찬가지”라며 “드라마에 비치는 여성의 직업상을 무조건 비판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반박했다.

서강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나은영 교수는 먼저 “조사에 참여한 숫자가 너무 적었다”고 지적하고 “성인지력이 높게 나온 항목이 있지만 실제로 양성평등에 어긋나는 내용을 담은 드라마가 많다는 것에서 드라마 종사자들이 양성평등적인 생각이 있어도 일상 생활이나 일 속에서는 암묵적으로 성차별 경향을 드러내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또 “TV드라마에서 성 고정관념에 일치하는(전통적인 여성상에 맞는) 인물의 긍정적인 측면과 성 고정관념에 불일치 하는 인물의 부정적인 측면을 강조하면서 남녀차별 적 고정관념이 굳어지고 있다”며 “전통적인 여성상을 벗어나려는 진취적 여성을 많이 보여주되 그들의 긍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춰야 드라마 속의 남녀차별이 없어질 수 있다”고 제시했다.

조혜원 기자nanc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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