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방지거 병원에 입사했다.

400병상 규모의 우리 병원은 항상 소아 전문 병원답게 소아과 환자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과다한 업무량에 노동자들만 허덕이고 있었다. 간호사들은 지난 8년간 임금체불로 고생하고 있었다. 나 역시 입사 이후 한달치를 제외하고 월급 구경하기가 쉽질 않았다.

결국 지난 6월28일 경영진은 자신들의 재산을 빼돌린 채 고의 부도를 내고 도망을 가버렸다.

노동자들은 노동조합으로 뭉쳐 이사장 집 항의방문을 시작으로 투쟁을 전개했다. 주로 친인척으로 구성된 병원 경영진 중 병원설립자이자 이사장인 사람은 88세라는 고령의 나이 때문에 어떤 처벌도 받지 않는 특전을 내세울뿐 전혀 사태 해결 의지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 9월 남아있던 의사들마저 진료거부를 하면서 병원은 완전히 문을 닫았다.

가장 최근에 인수하겠다고 들어온 사람들이 차용증을 받고 체불임금을 주겠다고 하는 등 장기간 월급을 받지 못한 노동자들을 회유하기 시작했으나 결국 그들도 사기꾼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사장을 숨기고 광진구청에 병원을 위장폐업신고를 해버린 것이다.

조합간부들이 광진구청에 위장폐업임을 알리고 폐업의 부당성을 말했으나 광진구청은 18년간 지역에서 소아진료를 책임져온 방지거 병원의 폐업을 단3시간만에 처리했다.

우리들은 지금 광진구청 앞에서 위장폐업 철회를 요구하며 농성을 벌이고 있다. 방지거 병원은 10월 5일자로 이미 경매에 들어간 상태인데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으면 언제 끝날지 모르는 긴 경매 기간동안 남아있는 160여명의 노동자들은 더욱 힘들어질 것이다.

투쟁기간동안 우리들은 많이 힘들었다. 자본가들의 악랄한 모습들을 보았고 법도 우리편이 아닌 것을 알았다. 인수자 문제를 놓고 조합원들끼리도 둘로 분열되어 싸우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어쩌면 이 싸움은 처음부터 우리가 이길 수 없는 싸움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우리가 여기까지 온 것은 우리 노동자들의 권리와 생존권을 찾기 위해서였고 그냥 물러서기에는 양심이 허락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열심히 일을 하고도 월급을 받지 못한 것이 억울했고 악랄한 병원 경영진들이 처벌되지 않는 것이 너무도 분했기 때문이었다. 또 따뜻한 동지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앞으로 방지거 병원과 우리 노동자들의 운명이 어찌 될 지 모르지만 우리가 이 투쟁에서 느끼고 배운 것들, 그리고 동지애를 잊지 않고 실천하고 살아간다면 지더라도 이기는 싸움이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박향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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