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들의 축제 '2002 워킹우먼 리빙 페어' 성황리에

아줌마들의 축제 ‘2002 워킹우먼 리빙페어’가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3일 동안 서울 삼성동 코엑스 3층 컨벤션홀에서 성황리에 치러졌다.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전시회’로 사회활동을 하는 여성뿐 아니라 전업주부도 당당한 워킹우먼임을 알린 이 행사는 (사)아줌마가 키우는 아줌마연대가 주관하고 (주)여성신문사가 주최했다. 행사임에도 여성 DIY 전시마당, 바꿔!바꿔! 가요제, 제4회 아줌마 동아리 축제, 내 손으로 만드는 DIY 이벤트 존 등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보는’전시가 아닌 ‘참여하는’전시로 자리매김됐다.

이날 행사의 이모저모를 모아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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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날 표정

첫날 오후 1시 30분에 시작한 개막식 행사에는 권영길 후보 부인 강지연 씨, 정몽준 후보 부인 김영명 씨, 이회창 후보 부인 한인옥씨, 인간교육학부모연대 박유희 회장, 여성단체연합 이경숙 회장, 한국여자의사회 정덕희 씨 등 많은 내빈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본사 대표이사 임정희 직무대행은 인사말을 통해 “전업주부들은 자신이 가진 자원을 어떻게 창의적인 사회경제 활동으로 연결시킬 것인가를, 또 취업주부들은 제한된 시간과 에너지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가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하고, “이런 고민을 함께 나누고 새로운 해결 방법을 찾기 위한 첫걸음으로 그동안 3회째 해 왔던 아줌마 축제를 확대, 발전시켜 이번 행사를 준비했다”고 밝혔다. 여성부 한명숙 장관은 이날 축사를 통해 “국내 최초 일하는 여성들을 위한 전시축제”임을 강조하며, “이 리빙페어가 여성의 삶의 질을 높이고 여성의 창의력 및 경제활동 증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축제의 한마당으로 가꾸어 발전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격려했다.

간단한 개회사를 마친 내빈들은 프로우먼의 자기관리, 저금리 재테크, 효율적인 가사 노동, 생산적인 여가 활용이란 주제로 마련된 85개 부스를 일일이 돌아보기도 했다.

개막식이 진행된 첫날은 전반적으로 차분한 분위기였으며 전시장 전체를 꼼꼼하게 살펴볼 수 있는 자리였다. 그러나 아이와 함께 전시장을 참관한 사공혜영(40) 씨는 “이벤트 존이 많이 있음에도 홍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참여하기 어려웠다”는 아쉬움을 밝혔다.

이 사업을 기획한 조도자 부장은 “전시 참가자들이 온전히 주체가 되지 못하는 아쉬움을 남기긴 했지만 이날 행사를 통해 주부들이 갖는 잠재력은 충분히 확인됐다”면서, “차기 행사에서는 주부들의 경제적 자립에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더많은 아이디어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동성혜 기자

여성 DIY 전시마당 참가자

작은 친구 이의선씨

“인형 통해 발도르프 교육 알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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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러운 헝겊에 얼굴표정을 최대한 단순화시킨 인형. 얼굴 형태만 있고 헝겊을 둘둘 만 인형. 자연스럽게 걸린 나뭇잎으로 만든 목걸이와 솔방울, 조개껍질이 걸린 나뭇가지 리스 등 인형과 장식물이 어울리는 이 코너의 이름은 ‘작은 친구’.

‘작은 친구’는 발도르프 인형제작과 함께 대안교육을 모색하는 모임이다. 발도르프 교육인형은 독일의 대안학교인 발도르프 학교에서 유래됐으며, 자연 소재의 섬유와 천연 양모솜을 사용해 아이들에게 유해하지 않게 만들어지는 수제인형이다.

이번 DIY 전시마당에 참여한 이의선 씨는“발도르프 인형을 통해 자연과 함께 하는 발도르프 교육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저희 모임은 인형만 만들지 않습니다. 인형을 만들면서 자연스럽게 발도르프 이론을 접할 기회를 만듭니다. 또한 그 실천 형태로 지역 대안학교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발도르프 헝겊인형은 과장된 형태나 서구적인 형태의 단순한 인형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이 인형의 구체적인 표정은 아이들의 감정에 따라 변하며, 아이들의 상상력에 따라 달라진다고.

동성혜 기자

DIY 이벤트존 참가자

논현동의 주부 김선영(33세)씨

“저도 직접 참여해 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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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워킹우먼 리빙페어’는 무척 차분한 분위기였다.‘바꿔! 바꿔! 가요제’나 ‘제4회 아줌마 동아리 축제’가 주말에 있어 북적거릴 만한 큰 프로그램은 없었지만 찬찬히 부스를 돌아보며 참가자들의 전시품을 감상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했다. 가장 눈에 들어온 것은 ‘여성 DIY 전시마당’. 테디베어, 닥종이 인형, 주름종이 인형, 구슬공예, 비누 만들기, 손뜨개, 점토 공예 등 작품 하나 하나에 쏟았을 정성을 생각하니 벌린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둘러보는 재미도 쏠쏠했지만 역시 재미의 극치는 직접 참여하는 것. ‘내 손으로 만드는 DIY 이벤트 존’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제일 먼저 만들어 본 것은 ‘리본 공예’다. 미리 준비된 리본으로 모양을 만들어 머리핀을 만드는 것인데, 참여한 엄마들은 대부분 딸을 생각하며 아이들이 좋아하는 분홍, 노랑, 연둣빛의 리본을 골랐다.

뚝딱뚝딱! 나 역시 30분도 안돼 귀여운 리본핀을 완성했다. 핀을 만들며 친해진 아줌마들과 수다떠는 재미란... 다음엔 ‘프레스 플라워’ 카드에 도전했다. 생화를 색 그대로 생생하게 말려 카드 앞면에 풀로 붙이는 거다. 자신의 생각대로 위치를 선정해 만드는 것인데, 생각만큼 쉽진 않았다. 아줌마의 본색을 살려 참여해본 ‘내 손으로 만드는 DIY’ 코너. 지금 내 머리엔 밤색리본의 예쁜 핀이 꽂혀 있다.

둘째날 표정

워킹우먼 리빙페어 둘째날인 15일 오후 2시부터 ‘바꿔 바꿔 가요제’ 행사장은 참가자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뜨겁게 달궈졌다. 이날 가요제는 여성이 살아가면서 느끼는 부당한 문화와 제도를 바꿔보자는 의지를 담아 노랫말을 지어 부르는 것으로 정치문화 개선, 새로운 가족문화 등 창조적인 내용의 개사곡이 나와 관객들의 박수를 받았다.

특히 가요제를 마치고 즉석가요제가 열려 참가자와 관객이 하나가 되는 장이 마련돼 더욱 호응을 얻었다.

서울사대부고 15회 동창회가 모여 구성된 ‘일오회’의 사물놀이로 시작한 가요제는 가수 안혜경, 만화가 최정현씨, 줌마네 대표 이숙경씨가 심사위원으로 참가했다.

이날 미혼남성 5명으로 구성된 ‘독수리오형제’의 ‘총각에서 유부남으로(원곡 서울에서 평양까지)’는 “설거지 5단 빨래 9단 나는 장가 왜 못가, 통장 4개 적금 2개 나만 장가왜 못가”를 연발해 웃음을 자아냈으며 “설날 추석 명절일랑 같이 놀고 함께 일하고, 장인장모 생신도 꼬박 챙겨 드릴라니까”등 현실적인 가사로 관람객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여성창업훈련생의 고민가(원곡 바람에 흔들리고 비에 젖어도)’를 부른 용산여성인력개발센터 김명희씨는 “상품을 만들면 팔리지가 않아요, 여러분 여러분 판로를 열어주세요. 작품은 많은데 팔 수가 없쟎아요” 라며 절절히 호소, 관람객들이 숙연해지기도 했다.

아기공룡 둘리 복장을 하고 ‘귀여운 내몸매(원곡 둘리)’를 율동과 함께 노래를 부른 안티 45는 “아름다운 비너스 통통한 건 마찬가지 안빼 안빼 오늘도 귀여운 내 몸매”등 가사를 통해 ‘여성을 판단하는 45㎏’의 사회적 잣대를 통렬히 비판했다.

‘바꿔 바꿔 가요제’의 으뜸상은 (사)한국여성유권자연맹 서울지부 ‘야인시대’가 버금상은 한국항공대학교 아카펠라 동아리 ‘항아리’와 조영임씨가 각각 수상했다.

야인시대는 ‘선거는 장난이 아니야(원곡 사랑은 장난이 아니야)’에서 여성 유권자들의 참여를 독려해 좋은 평을 얻었으며 항아리는 ‘우리 함께 만들어 가요(원곡 우린 제법 잘어울려요)’를 통해 평등부부의 실천을 강조해 높은 점수를 얻었다. 또 ‘함께 사는 것(원곡 까페에서)’을 부른 조영임씨는 “명심해라 우리 모두들 그대 훈장 뒤에는 밑거름이 되어주고 나를 포기한 주부가 있어 그의 노고를 잊어버리면 그만큼 후회를 하지”라며 직장인과 주부의 역할을 도맡아 하는 여성들의 노고를 그려 관객들의 힘찬 박수갈채를 받았다.

신아령 기자

바꿔바꿔 가요제

바꿔 바꿔 가요제 으뜸상-야인시대

“선거는 장난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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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선거를 앞에 두고 돈 안쓰는 공명선거를 하자고 유권자들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바꿔 바꿔 가요제 으뜸상 ‘선거는 장난이 아니야’를 부른 야인시대 4인방 황보임, 고인순, 김수자, 김삼순씨는 (사)한국여성유권자연맹 서울지부 회원들이다.

이들은 중절모에 남성 정장을 하고 나타나 야인시대의 한 장면을 방불케 하는 열창을 했다.

“여성들이 투표에 참여해 대통령 한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열 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의 미래를 결정짓는 여성유권자들의 힘을 보여주자는 의미에서 바꿔 바꿔 가요제에 참가하게 됐다”고 참여 동기를 밝혔다.

야인시대는 “입으로만 공명선거를 외치고 비리를 저지르는 정치인들에 대한 심판을 여성의 힘으로 했으면 좋겠다”며 “이번 대선에 투표를 하는 것을 시작으로 여성유권자들은 이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아령 기자

인기만발상 -한국보육교사회 등 3팀

평등세상 여는 열쇠는 호주제 폐지와 육아휴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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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상은 한국보육교사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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