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의 미국이 이라크 공격을 위한 카운트다운에 들어가기 직전 상황에서‘이라크 다음은 북한’이라는 가슴 철렁한 시나리오들이 외국으로부터 속속 들어오고 있다. 이럴 때 철없이 ‘북한’이 공격받는 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고 묻지는 말자. 그건 곧바로 한반도 전체가 전화에 휩싸인다는 의미인 줄 모르는 단세포 국민은 적어도 철든 어른 중에는 없을 것이다.

그런데도 이 나라의 몇몇 주류언론들은 전쟁이 벌어지길 간절히 바라는 듯하다. 지난 서해교전 당시에는 자칫 전면전으로 비화할 교전 상황에서 국지적 전투로 마무리한 군을 향해 패배자라고 비난했다. 미국이 한반도를 향해 호전적으로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는 이 즈음에는 한·일 양국이 나서서 한반도 평화유지를 위한 외교력을 발휘하자 한미공조를 위협한다고 정부에 맹공을 퍼붓는다.

지난 18일 열린 민주언론운동연합(이하 민언련)의 한반도 위기 관련 토론회에서는 이같은 언론의 말바꾸기가 정치인들을 훨씬 능가하는 수준을 재미있게 보여줬다. 1994년 한반도 위기에 대한 조선일보 보도태도를 분석한 양문석 언론노조 민실위 정책실장은 1994년 당시 북·미 핵회담이 성사되자 미국의 대북접근을‘쇼크’라고 표현하며 미국은 더 이상 우방국도 아니라고 배신감을 드러냈고 남북관계를 자주적으로 끌어가지 못하는 정부를 맹비난하는 등 매우 높은‘반미’감정을 드러냈다. 직전까지 한미공조를 주장하던 태도가 일변한 것이다.

같은 신문이 이제 또다시 북한 공격의 빌미를 찾는 미국과의 공조를 흔들지도 모른다며 남북관계에 자주성을 상당 수준 회복한 정부를 맹비난한다. 토론회가 열리던 당일자 “北과는 교류하고 美와는 갈등하고”라는 제하의 사설에서는 북한을 미국의 입장에서 압박하지 않는다고 김대중 정부를 격렬히 비난했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현정부가 이런 위험들을 감수하면서까지 대북 교류사업을 눈딱 감고 밀어붙이는 까닭은 도대체 무엇인가?” 사설의 끝문장을 고스란히 옮겨놓고 보니 또다시 색깔론을 들고 나설 태세여서 위태로워 보인다.

지금 세계는 미국의 대이라크전 이후 가장 위험한 지역을 한반도로 보고 있다. 미국의 다음 사냥감으로 가장 유력시되는 한반도를 걱정스럽게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가 미국의 대북 강경정책에 맞장구를 쳐야 할까.

1994년 한반도는 실상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전화에 휩싸일 뻔했다. 미국 본토내 병력의 이동준비가 완료돼 발진 1시간을 앞둔 시점에서 카터와 김일성 주석의 극적 협상타결 소식이 전해졌다고 알려져 있다. 1시간만 늦었어도 미군은 한반도를 향해 대규모 병력을 이동시켰을 것이고 미사일은 한반도를 향해 발사됐을 것이라는 아찔한 얘기다.

‘설마’라고 말하고 싶은가. 위험은 늘 설마 설마 하는 사이에 다가온다. 총한번 쏴본적 없는 여성, 어린이, 노약자들 머리위로 어떤 위험을 부르고 싶은지 곰곰 생각해보고 가타부타 말을 해도 해야 하지 않을까. 비판을 하더라도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망발이 되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제대로 방향을 겨눠가며 해야 하지 않을까. 미친자 총쏘듯 방향없이 마구잡이로 하는 비난을 비판이라는 이름으로 미화시키는 언론의 환상은 깨져야 한다.

홍승희/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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