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대학에 다녀요”라는 말을 사람들은 참 의아하게 받아들인다. 보통의 한국사람들에게 ‘남들과 다르다는 것’은 뭔가 ‘특별한 것’으로 여겨지는 것일까. 40대 후반의 가정주부인 여성이 살림이나 하지 않고 대학에 다닌다는 것은 정말 이 경직된 사회에서 뭔가 특별한 일임에는 분명한 것 같다. 사실 별로 특별하지도 않은데, 우리 집에선.

엄마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를 나는 잘 알지 못한다. 그게 참 그렇다. 수십 년을 같이 살아온 사람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그 사람은 몇 년에 태어났고 언제 학교를 다녔으며 어떤 집안 환경에서 누구와 결혼을 했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런 사소하고도 단편적인 엄마에 대한 어떤 정보와 지식을 알고 있다. 정말 그녀가 무슨 생각을 하고 살고 있는지 내가 잘 알고 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엄마가 정말 공부를 하고 싶어했다는 것이다. 나는 공부가 싫은데 엄마는 왜 공부가 하고 싶었을까. 엄마가 중학교도 졸업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건 본격적으로 검정고시 준비를 시작한 3년 전쯤이다. 엄마는 그전부터 내게도 늘 고등학교까지 졸업을 했다고 속여왔다.

엄마는 정말 부유한 집안의 딸이었다. ‘○○씨 집안’이라고 하면 알아줄 만한 그런 집안의 둘째딸. 하지만 할아버지의 사업은 실패를 거듭해, 곱게 자라왔던 할머니는 마음속 깊이 정신적인 충격을 입고 말았다. 할아버지는 “대학 나오면 뭐하나. 어차피 사업 망하고 다 그런 거지”란 염세적인 생각으로 딸 셋에 대한 교육을 멈췄던 것이다.

엄마는 열아홉에 집을 나왔다. 그리고 탁아소에서 선생님을 하다가 노동운동을 하는 아빠를 만나게 됐고 그렇게 결혼하게 됐다고 했다. 아빠는 국가보안법 위반 사범이었고 엄마는 그의 옥바라지를 하는 동시에 하나뿐인 딸도 옷 수선을 하며 키워내야 했다. 그것이 자신의 의지였다 해도 어쨌든 엄마는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하며 살아왔던 거다.

배움에 대한 열정은 못 배운 사람들만이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나는 사실 이해하지 못한다.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학교에 보내졌고 등록금을 내며 학교에 다녔기 때문이다. 엄마가 옷을 고친 돈으로.

엄마는 대학에 갔다. 숙제는 너무나 많고 기대했던 대학생활의 낭만 같은 것은 전혀 없다. 학부로 들어간 1학년은 치열한 점수 싸움만이 있다. 아빠와 나는 리포트 쓰는 것을 돕고 있다. 그렇지만 영어와 컴퓨터가 턱없이 부족한 엄마는 많이 어렵고 또 어렵고 힘들다. 하지만 새벽에 일어나서 공부한다. 새벽 3시, 4시에도 방에는 어김없이 불이 켜진다. 새로운 영어 단어를 외우고 새로운 책을 읽어내야 한다.

남들은 우리 집이 돈이 많기 때문에 엄마가 대학에 갈 수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아, 정말 너무 모른다. 모아둔 돈은 전혀 없다. 돈이 있는 사람만이 공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내 어깨에 지워진 책임은 너무 커진다. 가끔은 정말 어렵게 느껴지지만 엄마는 늘 남과 비교하지 말 것을 가르친다. 그래. 가끔은 그렇게 위안하면서.

얼마 전엔 월간 <말>에서 인터뷰 요청이 들어왔지만 거절했다. 엄마는 부담스러워 한다. 물론 대안학교 선생님이 되고 싶어하지만 자신의 생각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 남들의 시선과 질타가 무섭다고 한다. 엄마는 정말로, 정말로 이루어낼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이루어냈을 때 세상에 보여지기를 원한다. 엄마는 꿈이 많은 것 같다. 어릴 때 꾸는 꿈보다 지금 꾸는 꿈이 더 많은 것 같다. 나보다도.

엄마를 볼 때 여성의 힘은 대단하게 느껴진다. 가끔. 혹은 자주.

장강 혜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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