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바른 성문화 정착 ‘공익’위한 것

“성폭력을 당한 여성이 문제해결을 위해 주변인과 여성단체 등 이곳저곳에 도움을 요청하러 다니는 과정에서 외부에 사건이 공개된 것은 가해자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한 고의성이 없기 때문에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박선영 서울대 법과대학 연구교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여성인권위원회와 성폭력가해자 역고소 대책회의, 성폭력 추방운동에 대한 명예훼손 역고소 공동대책위원회가 10월 22일 공동주최한 ‘성폭력 가해자의 명예훼손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에서 박선영 교수는 최근 잇따르고 있는 성폭력 가해자의 명예훼손 역고소 사건들에 대해 ‘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성폭력 피해자와 주변인, 시민단체, 그리고 언론이 사건을 공론화했을 때 그 행위가 ‘공익성’‘진실성’‘상당성’을 갖는다는 것이 입증되면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 박 교수가 밝힌 바에 따르면 도지사나 대학교수 노조간부 등의 성폭력을 폭로한 경우 이는 사회 지도층에 대한 비판 내지는 평가의 중요한 자료가 되기 때문에 충분히 ‘공익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대학사회 또는 직장에서 자체의 문제점 진단과 해결책 모색을 위해 대자보를 붙이는 등 사건을 공개한 경우도 성폭력 가해자와 피해자의 관계가 상하관계 또는 권력관계에서 일어났다는 점에서 구조적인 문제를 들추고 건전한 성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것이므로 ‘공익성’을 갖는다.

뿐만 아니라 피해자의 진술과 정황 등을 토대로 시민단체가 성폭력 사건에 개입해 문제해결에 나서고 언론이 사건을 기사화한 경우 ‘직접적인 물증은 없더라도’ 성폭력 사건이 진실이라 믿을만한 ‘상당한 이유’(상당성)가 있기 때문에 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 박선영 교수는 “성폭력 사건은 증거를 대기 어려운 경우가 다수인데 온갖 비난과 위험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드러낸 성폭력 피해자의 손을 잡아주고 사회에 공론화하는 것은 다름 아닌 단체와 언론의 존재이유”라고 강조했다.

한편 스토킹 사건의 판결문을 단체홈페이지에 게시해 가해자가 사이버명예훼손으로 소송을 건 사건에 대해서도 박 교수는 “여성단체가 스토킹 가해자를 비방하기 위한 목적이 없었을 뿐 아니라 공식문서인 판결문을 게시한 것이지 타인의 이름과 사진, 전화번호를 도용한 것도 아니므로 사이버명예훼손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박선영 교수는 또 “최근 성폭력 가해자들이 피해자와 시민단체, 언론을 명예훼손이나 무고죄로 역고소하는 것은 법의 이름으로 피해자를 끊임없이 괴롭히려는 악의적인 일이기 때문에 억제돼야 한다”며 “‘부당제소’에 대해선 피해자 측에 위자료를 지급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대학에서 성폭력 행위가 인정돼 징계조치를 받은 교수나 법원으로부터 유죄판결을 받은 가해자가 명예훼손이나 무고죄로 피해자를 고소하는 행위, 문단 내 남성들의 후진적 성의식에 대해 문제제기한 여성신문사에 대해 ㅂ시인이 계속해서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것 역시 ‘부당제소’에 해당한다.

조이 여울 기자 cognate@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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