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교실이 붕괴되고 있다. 무엇이 문제인가. 교육이 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보의 홍수 속에 놓인 지금 학생들에게는 암기식 교육이 아닌 정보의 가치를 판별하고 재구성할 수 있는 창의성 교육이 절실하다. 이와 관련, 최근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이하 문화연대)’가 발벗고 나섰다. 감성교육 추진을 위해 내달 11월 ‘문화교육위원회’를 발족하겠다고 선언한 것. 문화교육위원회의 활동 계획을 토대로 문화교육이 담고 있는 의미를 살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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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월 열린 ‘안면지역연합 거리문화추게-산속축제’에서 학생들이 교과통합 수업을 하고 있다.

학창 시절 미술·음악·체육 수업은 노는 시간으로 통했다. 시험이라도 닥치면 그 시간은 다른 과목 혹은 자율학습으로 활용되기 일쑤였다. 전인교육을 해보겠다고 시작된 수학능력시험의 등장은 예능 과목들의 존재 의미조차 무색하게 만들었다. 뿐만 아니라 최근에는 국가고시나 다름없는 초등학교 3학년 대상 전집 평가까지 시행되기도 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최준호 교수는 “기존의 초·중등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독서량과 사고가 부족해 단편적인 이해에 머무르며 남과 타인에 대한 이해·존중심도 적어 함께 무언가를 하는 데 있어 손해본다는 생각을 먼저 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문화연대 강내희 정책기획위원장도 “교육은 문화사회를 구성할 인간을 만들어내는 가장 중요한 사회적 제도이나 우리 학생들은 교육을 통해 꿈·희망을 키우기보다는 평가를 받기 위해 학교를 다니는 꼴이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우리의 교육은 어디로 가고 있는지 심각하게 되짚어 볼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는 이야기들이다.

예술과 미디어가 결합된 꿈을 실현하는 학교

문화교육은 현재의 교육 체제를 완전히 바꿔보자는 시도다. 기존 교과의 주제들과 예술·미디어를 결합하는 방식으로 새로운 과목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대중문화와 인터넷의 발달로 문화적 욕구가 강하고 멀티미디어적 감수성을 지닌 청소년들에게 현재의 주입식 교육은 다가가기 어렵다. 그러나 교육 내용이 문화적 프로그램과 결부됐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일단 재미가 있기 때문에 능동적으로 다가설 여지가 생긴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심광현 영상원장은 “지식정보 전달이 아닌 문화·생태적 가치판단을 중심으로 학생들의 신체와 감수성, 창의적인 지적 역량의 발달에 역점을 둔 감성교육이 문화교육”이라고 설명했다. 즉, 문화적 도구를 활용해 개인의 자율적인 표현과 상상력을 극대화시키는 것이 이 교육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교육은 교육시스템의 개혁과 함께 특별활동·방과 후 수업활동의 교재나 현직 교사들의 교육지침서로서 앞으로 윤리·도덕 과목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교과목으로도 가능하다는 것이 문화연대의 설명이다. 다양한 매체들을 통합하는 교육사례들을 개발하면서 청소년들의 감수성 변화를 실험해볼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 교과편성의 체계를 대대적으로 재편하고 문화정책과 교육정책의 상호조율을 통해 중장기 문화교육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일로 떠오른다. 문화연대는 눈앞으로 다가온 8차 교육과정 개편 때부터 이 방안을 추진할 계획을 갖고 있다. 예술과 미디어 분야에 대한 철학적인 재검토와 제작 및 이론 전문가들의 참여, 기존 교사들의 장기적인 연수교육도 요청된다.

이와 함께 인력·재정난을 극복하려면 전국 4천여개의 공공문화기반시설(박물관, 문예회관 등)과 각 학교간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도 필요하다.

학교는 아이들의 생활공간 돼야

학교에서 하는 교육이 생활과 관련된 내용으로 전개된다면 문화교육의 첫 발걸음으로서 시도해 볼만하다. 안면중학교 김인규 미술교사는 “교육은 더 이상 개별화된 지식에 머물러서는 안되며 아이들의 생활공간으로 내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예로 학생들이 자신의 생활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고 그것을 지식화·정서화하면서 미래를 그려내는 과정인 교사와 함께 하는 ‘생활지도 그리기’를 들 수 있다.

여기서 인간관계를 묘사하는 것은 도덕 과목, 경제·정치·행정 관계를 묘사하는 것은 사회 과목, 그리고 그것을 언어화·상징화하는 것은 국어나 예술 교과와 관계될 수 있다. ‘집에서 학교까지’라는 단원을 설정한다면 위의 사항을 접목시킬 수 있다. 김인규 교사는 “학습방법에서도 교과별로 수업을 하되 자기 교과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다른 교과와 병행학습을 하거나 공통의 목표 아래 관련 교과 교사가 동시에 교실에 들어가 협동수업을 할 수 있다”며 “만일 인문적 지도를 그린다면 미술교사는 그것을 효과적으로 그려내는 일을, 사회교사는 그 내용을 지도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시했다.

우리 시대에 필요한 진정한 교육은 무엇일까. 한양대학교 이도흠 국문학과 교수의 말을 빌어 다시금 생각해보자.

“교육이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속에 담긴 다른 이들과 자연을 사랑하고 서로 소통하려는 마음을 드러내 주는 것이다. 교육은 그를 위해서 나를 희생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그리로 가 그를 완성시키고 그를 통해 다시 나를 완성하는 행위다.”

조혜원 기자nanc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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