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은 용인이다.

서울시와 비슷한 면적으로 현재 인구 50만이 넘었다. 용인에 이사오기 전부터 교통방송에 단골로 등장하는 풍덕천 사거리를 하루에 3∼4번은 오간다. 휴일이면 내가 사는 죽전에서 상현동까지 10분도 걸리지 않는 길이 평소에는 30분도 더 걸린다. 출퇴근길은 더하다. 그야말로 생지옥 같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수지의 전체 면적은 42.01평방 킬로미터, 용인의 전체면적은 591.62평방 킬로미터다. 수지 면적의 14배가 넘는 곳이 용인이고 또 수지 전체면적 중에 교통으로 고생하는 부분은 풍덕천 사거리를 중심으로 반경 3킬로미터 내외다. 이것 하나 때문에 하루에도 몇 번씩 ‘죽네 사네’하고 돌아다닌다. 자전거를 탈까, 오토바이를 탈까 고민도 한다. 그러다가 가끔 수지를 벗어나, 정확히 말하면 풍덕천 사거리를 벗어나 다른 동네에 볼일이 생겨 가보면 이런 천국이 따로 없다. 시골정경이 눈앞에 펼쳐지는 길을 끝없이 달리면 용인에 이사 온 보람을 느낀다. 역사가 오랜 동네라 많은 문화재가 있고 또 아름다운 명소도 많다. 다녀가 보신 분들은 다들 아시죠?

에버랜드와 한국민속촌, 경기도박물관, 와우정사, 세중옛돌박물관, 삼성교통박물관, 호암미술관, 한국미술관, 한국등잔박물관, 한택식물원….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다들 아시죠? 수지만 해도 심곡서원과 고기리저수지가 있고 50여년 동안 전통한지를 만들어 온 전통한지 체험장도 있다. 자연의 풍미를 한껏 누릴 수 있는 용인으로 달려오세요.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른 채 아옹다옹하다보면 둘은 커녕 셋도 모르고 넷이나 다섯을 모르는 데 어찌 열을 알겠는가. ‘죽겠네, 살겠네’ 아귀다툼에 빠져 있다가 눈을 돌려보면 자연의 혜택과 문화의 혜택을 맘껏 누릴 수 있는 곳이 용인이란 걸 내가 까맣게 잊은 채 살고 있다. 하나가 전부라고 생각해 이전투구 하다보면 나머지를 놓치고 만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사실 용인, 아니 수지에 이사 온 사람들 대부분은 대도시의 교통지옥을 다 경험한 사람들이다. 그런데 유독 용인에 와서 ‘못찾겠다 꾀꼬리’가 아니라 ‘못살겠다 용인’을 외치는 이유는 간단하다. 그만큼 기대가 크기 때문이다. 나도 처음에 ‘이 뭐꼬?’하는 심정이었다. 최근에 나온 ‘이 뭐꼬’란 책 아시죠? 살면서 이런 마음 많이 들지요?

“왜 이리 성급하신가. 우리는 평생 여기 살면서 길 하나 내는데 7년이나 기다린 적도 있는데…. 그 동안 흙먼지 마시고 기다렸건만 이제 이사 온 지 얼마나 됐다고…. 쯧쯧쯧. 오자마자 못살겠다고….” 하루는 동네 분을 만나 ‘이 뭐꼬?’에 대해 한참 푸념을 늘어놓다가 이 화두에 대한 답을 얻었다. 7년? 7개월은커녕 7분의 여유도 없이 살아온 인생살이 아니던가. 하루의 시작이 지옥문이 되느냐 천국문이 되느냐는 각자의 마음에 달렸다. 그쵸? 아닌가요? 아니면 말구.

박남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