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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단체협의회(회장 은방희)는 지난 10월 23일 오전 7시 30분 롯데호텔 3층 사파이어볼룸에서 대통령 후보 초청 여성정책 토론회 첫 순서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를 초청해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은방희 회장은 “새로운 세기에 국정 최고 책임자가 될 대선 후보들의 여성정책에 관한 비전을 점검하고 보다 발전적인 여성정책의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며 “남성에 비해 여성유권자가 50만명이나 더 많아 그야말로 ‘여성의 손으로’ 대통령을 선출하는 이번 선거에서 특히 여성지위 향상을 위한 여성정책의 방향 설정은 국가 최고 정책결정권자의 의지가 매우 중요한 사안으로 전체 여성의 관심이 각 대통령 후보자의 여성정책에 집중되고 있는 때 후보들의 정책을 제대로 검증해 보고자 한다”고 말했다.

1992년 15대 대통령 선거에서 각 당의 대선 여성정책 공약을 점검하는 여성정책토론회를 개최한 바 있는 여협은 이후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 초청 여성정책토론회도 개최한다고 밝혔다.

이날 정책 토론회에는 한나라당 천안연수원에서의 발언파문 이후 언론노출을 극히 자제해온 부인 한인옥 여사가 함께 참석해 눈길을 끌었는데 이회창 후보는 “아침에 발표는 제가 하지만 집사람이 같이 오는 것이 유리하다고 생각해 같이 왔다”고 한 여사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또 자신이 판사 재직 당시 여성교환원 정년 소송건에서 전화교환원에게만 짧은 정년을 정한 규정이 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하는 등 여성의 편에 선 판결을 많이 내렸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정책 발표를 시작했다.

여성정책 공약을 설명하는 이 자리에서 이 후보는 ▲여성 일자리 창출과 여성 인력 활용으로 제2의 경제도약 ▲보육을 국가적인 사업으로 추진 ▲안정된 가족생활을 위한 가족정책 체계화, 가족 지원 서비스 확대 ▲모든 폭력으로부터 여성 보호, 여성 인권 보장 ▲법·제도상 평등기반 구축, 평등의식 평등문화 정착 ▲여성의 정치 및 사회 참여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내용으로 이 후보는 향후 5년간 25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수 있다며 여성인력의 효율적 활용과 여성인력 양성이 필요하다고 역설하고 실직 여성의 재취업과 정부 지원 직업능력개발사업을 활성화하는 한편 여성이 소규모 창업을 원할 때는 여성기업투자전문펀드 조성액 규모를 늘려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부부가 맞벌이하지 않으면 국민소득 2만, 3만달러 시대로 갈 수 없다”며 보육을 국가적인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공약했다. 보육예산을 현재의 2배 이상으로 확대하고 소형 아파트 밀집지역과 아파트 건설시 보육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겠다고 말했다. 또 2세 미만의 영아와 장애 아동의 보육은 국공립 보육시설이 책임지고 우선적으로 담당하도록 하는 한편 2010년까지 장애아의 완전 무상보육을 위한 예산과 시설을 확충하겠으며 육아휴직급여는 40만원 수준으로 상향조정해 제도의 활용도와 실효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97년 대선과 마찬가지로 올 대선에서도 주요한 이슈가 될 호주제 폐지에 대해서 이 후보는 “우선 친양자제도를 도입하고 호주승계 순위를 조정하는 일부터 시작하겠다”며 혼인중 재산분할, 일방적 재산처분 행위에 대한 권리행사 등을 보장해 주부들의 재산권이 보장받도록 하고 여성의 가사노동이 정당하게 평가되도록 관련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후보는 또 성의 상품화와 성차별적 이미지 개선을 위해 이를 심의하는 ‘성평등 미디어위원회’(가칭)를 설치하고 강제에 의한 성매매 피해자의 인권을 보호하며 사회 복귀를 지원하도록 관련법 개정 그리고 국공립 대학의 교수 임용시 여성인재에 대한 채용할당제 도입 을 약속했다.

이 후보는 한나라당이 광역의원 비례대표의 50%, 국회의원 비례대표의 30%를 여성몫으로 배정키로 한 것과 지난 4·13 지방선거에서 여성구청장 2명을 배출했다고 강조하면서 여성의 정치 및 사회참여를 적극 지원하기 위해 “국무위원 등 정부 고위 임명직의 30%를 여성으로 기용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고 “정부의 전 부처에 여성정책 담당관제를 단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후보의 공약 설명에 이어진 질의시간에 현재의 10% 비례대표 의석 수는 실효성이 낮으므로 국회의원 비례대표 수를 전체 의석의 30%로 확대하는 문제와 전문직 직업 여성에 대한 법적 보장의 일환으로 ‘간호법’ 제정 의지는 없는지, 당장의 호주제 폐지 그리고 영양교사의 정규직화 등을 적극 수렴할 의사가 없는가 하는 질문이 있었지만 이 후보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확실히 지킬 수 있을 때 말하는 것이 좋겠다”면서 즉답은 피했다. 특히 호주제 폐지에 대해서는 “개혁은 많은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가운데 성공할 수 있다”는 말을 인용하면서 호주제의 당장 폐지는 국론 분열이 우려된다며 국민 정서를 기초해 단계적으로 친양자제도 호주승계제도를 제시한 것이라고 길게 설명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김정숙 손경희 최고위원과 이상배 정책위의장, 이연숙 손희정 김영선 오세훈 의원과 오양순 여성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선대위의 2030위원회(위원장 정의화 의원)에 여성사업단을 별도로 만들어 젊은 여성들의 표심을 공략하고 있다. 차세대 주역으로 각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20·30대 여성들의 네트워크 작업을 진행하고 이들의 목소리를 당내에 전달하게 될 여성사업단은 11월 초 간담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간다. 한나라당이 젊은 여성층에 취약하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여성사업단에는 이대 총학생회장을 지낸 김수영씨와 여성계·보건의료계 기자 출신인 최순애씨 등이 포진하고 있다.

신민경 기자 minks02@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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