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먹는 남편들
놀고먹는 남편들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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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활동하면서 받았던 상담전화의 대부분은 가정폭력과 관련한 내용들이다. 정확한 통계자료를 보지 못했기 때문에 자세히는 모르겠지만 그 다음으로 많은 것이 남편의 외도인 듯 싶다. 그리고 다음으로 많은 것이 바로 ‘일하지 않는 남편’의 문제다.

나는 세상에 이렇게 많은 남자들이 그야말로 놀고 먹는지 몰랐다. 짧게는 몇 년에서 길게는 수십 년 동안 단 한푼도 벌지 않으며 살아가는 남자들. 어떤 사람은 “여자가 벌면 되지, 뭐”라고 말할는지 모르겠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그럼 자신들이 가사노동을 하던가, 양육을 하던가, 가장이랍시고 아내를 구타하고 지배하지를 말던가. 이건 너무나도 말이 안되는 상황들이다. 24시간 365일을 방에서 뒹굴며 아내가 벌어오는 돈 받아먹으면서 “너같은 것에게 아무도 못해주는 피스톤운동, 나나 되니까 해주니 고마운 줄 알아라”라고 기절할 소리를 지껄인다. 드러누워 있으면서 퇴근하고 돌아온 아내에게 “밥 차려라”“재떨이 가져와라” 고함을 고래고래 질러대다니. 이런 인간들이 어떻게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이런 인간들이 어떻게 이리도 많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여자들이 남자들처럼 돈이나 제대로-자아성취도 해가며, 제 값 받으며-받고 대우받으며 직장 다닐 수 있는 처지라면 이렇게까지 흥분하지 않겠다.

이건 너무하지 않은가. 더 웃기는 건 남편이 노동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이혼하기란 결코 쉽지 않다는 사실에 있다. 남편이 합의해 주지 않는 이상 남편이 돈을 못 벌면 여자가 벌 수도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것은 이혼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혼이 어렵단다. 남편이 평생 놀고 먹으며 가장행세를 해도, 죽을 만큼 구타하거나 바람을 피웠을 때 증거물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말이다. 여성들더러 평생 그렇게 임노동하고 가사노동하고 양육하며 가장의 지배와 학대를 당하며 살라는 것이다.

박수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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