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한국남성들은 소위 ‘영계’를 좋아했다. 얼굴 예쁘고 날씬하고 거기다 발랄한 젊은 여성이 그들의 성적 코드였다. 반면 여성들에게는 그에 대응할 만한 코드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본다. ‘터프가이’가 여성들이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상대로 규정돼 있긴 했지만 그 말은 여성의 애정의 대상이라기보다는 여성을 보호하고 지켜줄 수 있는 존재의 의미가 강했다. 즉 ‘터프가이’라는 코드에는 여성이 주체적으로 사랑하고 싶은 욕구는 배제된 채 남성이 여성을 지켜줘야 한다는 가부장적 사고가 내재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최근 들어 ‘영계’에 대응하는 신조어가 우리 주변에 나타나기 시작했다. 바로 ‘미소년’(꽃미남)이다. 몇 해전까지만 해도 미소년을 좋아한다면 사회에서 엉큼한 여성이라는 의심스러운 눈초리를 받았겠지만 이제 ‘꽃미남’은 우리 일상의 자연스러운 코드가 됐다.

이전까지 터프하고 근육질의 몸매를 과시하는 남성을 이상적 남성으로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 여자 뺨치는 곱상한 외모에 뽀얀 피부, 적절한 몸매의 미소년들이 TV에 나와 여성들의 눈을 즐겁게 해준다.

남성들은 이제 굵은 팔을 내보이며 강한 힘을 자랑하는 것이 아니라 예쁜 미모와 섬세한 감수성으로 여성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뿐만 아니라 그런 외모와 감수성을 가꾸기 위해 피부 마사지를 받고 성형수술을 하고 미용실에 자주 드나든다.

‘꽃미남’이라는 코드는 수동적으로 남성을 받아들이는 여성의 입장에서 벗어나 자기 마음에 드는 남성을 적극적으로 사랑하는 여성의 변화를 보여준다. TV를 가득 메우는 미소년들의 얼굴 뒤로 이런 여성의 주체적 인식이 흐르고 있다는 사실을 읽을 수 있다면 외모에 대한 가벼운 상품화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잠시 접을 수도 있을 것이다.

서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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