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 앞둔 코미디 두 편 <굳세어라 금순아>와 <와일드 클럽>

굳세어라 금순아

~22-1.jpg

너무나 귀여운 젊은 아줌마 금순이(배두나)의 남편 구출기. 이 영화는 170만원이나 되는 술값 때문에 술집에 잡혀있는 남편을 구하기 위해 6개월 된 아이를 들쳐업고 생전 처음 유흥가에 들어선 햇병아리 아줌마 금순이의 하룻밤 무용담을 코믹하게 그려낸 영화다.

이 영화는 남성문화의 집약적 공간으로 상정된 ‘유흥가’속에서 아줌마가 바라보는 요지경 세상만사를 풍자하려는 야심찬 의도를 내비친다. 원조교제, 조선족 여성에 대한 착취 구조 등 향락의 거리 중심에서 금순이가 목격하게 되는 일련의 장면들은 이 영화가 뭔가 말하려고 애쓰고 있다는 인상을 준다.

이 영화는 자상한 남편을 빼앗는 남성들의 직장문화와 ‘술 권하는 사회’에 대한 아줌마의 대결의식(?)을 앞세워 언뜻 영화 <생과부위자료청구소송>을 떠오르게 하기도 하고 난삽하게 여성문제, 사회구조에 대해 발언을 시도하고자 일련의 사건들을 엮어 나열해 영화 <개 같은 날의 오후>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그런데 이 영화가 주는 느낌은 그야말로 ‘짬뽕’이다. 말하고자 하는 바는 그저 줄지어 허공을 맴돌 뿐이다. 가정을 곤경에 빠뜨리는 ‘악의 공간(?)’인 유흥가를 두리번거리는 아줌마 금순이의 시선도 맥락을 잡지 못하고 번번이 끊어진다. 갑자기 얽히는 조직폭력배들과의 예기치 않은 한판 대결은 한국영화시장의 조폭 붐의 끄트머리를 잡고 늘어진다. 배두나의 쉴 새 없는 뜀박질을 따라가는 것조차 지쳐갈 때까지 이 영화는 시종일관 산만하게 웃긴다.

그럼에도 간간이 탄성을 자아내는 것은 전직 배구선수로 등장하는 금순이 배두나의 멋진 강 스파이크와 애교 넘치는 웃음이다. 배구복을 입고(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우뚝 서 술집 주인과 대결하는 판타지 장면은 압권이다. 엉뚱하게도 여성 스포츠인에 대한 멋진 영상이 가득한 영화가 보고싶어진다. 또한 시부모님이 올 때까지 남편을 구출해 집에 들어가야 한다는 절대절명의 과제를 수행하려는 금순이의 노력, 그 북새통 속에서도 시어머니가 좋아하는 고등어 사는 것을 까먹지 않는 금순이의 집착(?), 잔뜩 어질러진 집안 한가운데서 울음을 터뜨리는 금순이의 슬픔은 결혼한 여성들의 현실에 공감할 여성관객들의 감수성을 자극한다.

와일드 클럽

@22-2.jpg

남편의 아내로 아이들의 엄마로 자신들의 이름을 잊어버린 제 3의 성, ‘아줌마’의 바람은 할리우드에서도 마찬가지인 듯 하다. 골디 혼과 수잔 서랜든, 말이 필요 없는 두 배우가 신바람 나는 일탈을 감행한다.

언제나 청춘이고 싶어하는 천진난만한 푼수 수제트(골디 혼)와 고상한 척은 혼자 다하는 현모양처 라비니아(수잔 서랜든). 20년만에 만난 이들이 티격태격 하는 과정을 아줌마 특유의 코믹함으로 그려낸 <와일드 클럽>은 캐스팅만으로도 화제가 될만하다. 두 여배우가 열정적으로 망가지는 아줌마들로 분해 유쾌한 코미디를 선사한다. 단정한 정장차림을 고수하던 현모양처에서 수제트의 꼬임에 늦바람 나는 라비니아로 열연하는 수잔 서랜든의 연기 변신은 가히 파격적이다. 폭탄머리에 몸에 딱 붙는 청바지 차림을 한 수잔 서랜든은 관객들이 어색해 할 틈도 주지 않고 너무나 자연스럽게 코믹한 자신의 끼를 뿜어낸다. 물론 골디 혼이 보여주는 능청스런 코믹 연기는 영화의 재미를 더한다.

영화 <와일드 클럽>은 각본과 감독을 맡은 밥 돌먼의 경험과 특이한 감수성에서 비롯됐다. 1960년대 히피족과 반전 운동의 시절, 락 그룹과 함께 전국 투어를 하던 두 소녀에 대한 기억이 더 도어스(The Doors)의 노래 ‘Stoned Immaculate’ 와 겹쳤던 것. ‘어느 여름 밤 부둣가를 거닐며 마주친 두 소녀. 금발 머리 소녀는 자유, 갈색 머리 소녀는 모험이라 불렀지’ 라는 가사에 영감을 받아 젊은 소녀가 아닌 성숙한 두 아줌마를 주인공으로 시나리오를 써내려 갔다. 자유를 상징하는 캐릭터로는 금발머리의 날라리를, 모험심의 캐릭터로는 갈색 머리 내숭 9단의 현모양처를 설정한 것. 추상적이던 캐릭터는 각각 수제트와 라비니아가 되어 일탈을 꿈꾸는 아줌마들의 대 반란을 그린 영화 <와일드 클럽>으로 탄생하게 됐다.

문이 정민 기자 knnif@womennews.co.kr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