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피해자들 온몸 두드러기등 신체적 고통에 시달려

성폭력 피해자들이 겪는 정신적 후유증에 대해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으나 신체적 거부반응으로 심한 두드러기 증상을 보인다는 사실은 거의 알려진 바가 없다. 그러나 최근 성폭력 피해자들간 정보 교류가 이루어지면서 이들이 거의 공통적으로 심각한 신체적 고통까지 겪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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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교수 성폭력 피해자인 최씨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심한 두드러기가 나타나자 이를 교수 성폭력 피해자 모임의 인터넷 카페(cafe.daum.net/sghope)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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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ㄱ교수 성폭력 사건(본지 675호 참조)의 피해자 최희정씨는 한달 전부터 끔찍한 두드러기에 시달리고 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을 빈틈없이 덮고 있는 붉은 반점들 때문에 가려움과 고열이 일어 밤을 꼬박 새운 탓에 탈진상태가 됐고 몸무게도 6kg이나 빠졌다.

최씨는 “재판이 끝나면 한번쯤 아플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이런 형태로 나타날 줄은 몰랐다”며 “기약도 차도도 없이 계속 이렇게 지내야 한다고 생각하니까 더 이상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라고 괴로운 심정을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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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성폭력 피해자들은 사건 이후 악몽을 꾸고 플래쉬 백(Flash-back 사건 당시를 반복적으로 떠올리는 현상)을 겪는 등 심각한 정신적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이런 정신적 고통과 스트레스는 고스란히 몸으로 전달돼 두드러기·가려움증 같은 피부질환을 비롯해 온갖 질병을 일으킨다. 그러나 이와같은 ‘신체화 장애’에 대한 연구나 자료는 거의 알려지지 않아 피해자들은 어디에서도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다. 더군다나 민사소송을 하는 경우 재판에서‘정신적 피해’를 물리적으로 입증하지 못해 피해자가 배상액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일도 태반이다.

최씨는 성폭력 사건의 공론화 뿐 아니라 이제는 피해자들이 사건 이후 겪는 ‘스트레스 장애’에 대해서도 공론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여성단체나 여성부 자료를 보면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라는 말은 수없이 나오지만 막상 그것의 형태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는 최씨는 “피해자들이 앞으로 겪게 될 일을 미리 알고 있기라도 하면 그 과정을 견뎌내기가 쉽다. 다른 피해자들이 나와 같은 상황을 겪더라도 비관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성폭력 피해자 후유증을 자료로 만들기로 결심했다”고 말한다. 최씨는 먼저 자신의 구체적 피해를 인터넷에 올리고 여성부와 여성단체에 보냈다. 그리고 다른 성폭력 피해자들에게도 각자 겪었던 증상들을 알려줄 것을 요청했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성폭력 피해자들이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었다. 소화불량과 위경련을 앓고 가해자나 가해자의 변호사에게 강간을 당하고 죽임을 당하는 악몽을 꾸며 무기력증과 우울증,‘원인을 알 수 없는’ 두드러기로 고생한다는 것이다. 사건을 공론화했든 개인적으로 덮어버렸든 몸으로 겪는 고통과 증상은 대동소이했다. 일부 피해자들은 그제서야 ‘원인을 알 수 없는’ 두드러기가 성폭력 사건에서 비롯된 것임을 깨닫기도 했다. 피해자들 뿐 아니라 피해자 가족들도 두드러기와 가려움증으로 고생하고 있었다.

최씨가 성폭력 후유증 자료를 만들기로 결심한데는 ‘교수 성폭력 피해자 모임’이 큰 역할을 했다. 피해자 모임을 통해 서로의 경험을 나누지 않았다면 모두들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구조적 문제임에도 ‘내가 재수가 없어서’ 혹은 ‘내가 못나서’라고 자책하며 개인의 문제로 덮어버렸을 것이다. ㅇ대, ㄱ대, ㄷ대 등 교수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대학의 학생들을 중심으로 ‘교수 성폭력 뿌리뽑기 연대회의’가 결성되면서 피해자들은 서로를 알게 됐다.

이메일을 통해 터놓고 이야기하면서 용기를 낼 수 있었던 피해자들은 지난 5월 중순 교수 성폭력 피해자 모임을 결성했다. 한국·일본·미국에 흩어져 있는 피해자들은 매주 수요일 밤마다 인터넷 다음카페(cafe.daum.net/sghope)에서 채팅을 하면서 자신이 겪고 있는 후유증들을 털어놓았다. 자책감, 무력감, 이성에 대한 혐오, 대인기피, 자살 기도, 섹스 거부증 등을 함께 이야기하면서 피해자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상처를 치유해간다.

신체화 장애는 심리적인 안정과 스트레스의 해소, 정신 치료를 통해 증상이 완화되거나 없어진다는 특징을 갖는다. 실제로 한 피해자는 장염, 소화불량, 부비동염, 심한 알레르기성 비염과 기침 등에 시달렸는데 가해자가 재판에서 패소하고 학교에서 징계처리된 후 신체화 장애가 사라졌고, 상담치료를 받고 난 후에는 정신적으로도 치유돼 가고 있다고 털어놨다. 또다른 피해자는 사건 후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도 가해자가 아무런 징계도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존경받는’ 경영인이 돼 학교에 와서 특강하는 모습을 보고는 하혈을 하는 등 다시 심하게 아프기 시작했다고 한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건강한 삶을 되찾고 법적으로 정당한 보상을 받기 위해서는 성폭력 피해 정도에 따른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및 신체화 장애에 대한 체계화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피해자들 스스로 나서서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는 용기와 이들의 용기를 북돋울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

이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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