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내가 사는 공간, 내 집을 직접 내 손으로 고치며 개선해 나가는 문화가 우리에겐 낯설다. 오히려 우리는 언제부터인지 모르게 삶에 여유라곤 가져볼 틈 없이 크고 넓은 집을 갖기 위해 그렇듯 평생을 뼈빠지게 일하고 있다. 멀쩡한 물건도 쉽게 내던지고 새 것만을 사는 문화에 익숙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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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쪽이 목공교실은 회원제로 운영된다. 이곳을 거쳐간 ‘아마추어 DIY 전문가’는 4천 여명. 여성이 압도적이다. 사진은 목공교실에 들른 첫 수강자가 반쪽이 최정현씨로부터 드릴 잡는 요령을 익히고 있는 중이다. <사진·이기태>

‘네 스스로 직접 하라’

우리의 생활문화도 이젠 이 DIY ‘Do It Yourself’에서 그 문제와 해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서구에서는 일찍이 DIY는 내 주거공간을 평생을 가꾸며 수리하고 정돈해 가는 하나의 라이프 스타일로, 또 문화로서 생활 깊숙이 자리 잡았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도 최근들어 그 자그마한 움직임이 일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종전까지 취미생활로만 인식됐던 풍토에서 벗어나 이 DIY를 통해 새로운 소비자 운동을 벌여나갈 수 있어야 한다는 자성에 따른 것이다. 인터넷을 통한 DIY 커뮤니티 활동도 활발하다. 최근 만화가에서 DIY전문가로 나선 반쪽이 최정현씨를 주축으로 DIY 협회가 결성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이들이 일궈가는 DIY의 새로운 세상과 만났다. <편집자 주>

‘뚝딱 뚝딱’

어릴때만 해도 우리네 아버지나 할아버지는 망치와 못, 톱을 들면 그 바쁜 손놀림으로 해결 못하는 것이 없었다. 다리가 휘청 주저앉아 버린 의자도 뚝딱.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무너져 내려간 책꽂이도 어느새 멀쩡한 새 것으로 둔갑시키는, 가히 신비한 마술의 세계를 보여주곤 했다.

우리네 어머니들은 어떤가. 모든 먹거리와 생활 필수품은 집안에서 해결했다. 사실 DIY가 다른 것이 아니다. 우리네 생활 속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손수 장만하는 행위에서부터 있는 물건을 고치고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는 그 모든 행위가 바로 DIY라 부를 수 있는 것이다.

산업화가 뿌리 내리기 전 실상 전 세계 모든 이들이 해왔던 몸짓이 다름아닌 DIY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통상 제 본뜻을 가진 DIY는 영국이 출발점이라고 전한다.

2차 대전 후 영국이 경제난 극복을 위한 자구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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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현씨가 사는 15평 집 거실.

우리나라에서는 DIY가 마치 취미생활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영국에서는 2차 대전 후 어려워진 경제난을 극복하기 위해 펼쳐야만 했던 필요에 따른 국가적 운동이 바로 ‘Do It Yourself’였다. 내 손으로 직접 집과 가구를 고쳐 사용하면서 검소한 생활을 해야만 경제난을 극복할 수 있었던 탓이다. 창문도 새로 바꾸어 달고 막힌 배수구를 뚫고 변기도 수리하며 담장을 보수하는 등 모든 우리 생활 주위의 것들을 내 손으로 직접 해내는 문화가 바로 DIY인 것이다.

이것이 단순히 손재주 많은 사람이 갖는 취미생활이 아닌 이유다. 단지 가구를 조립하거나 만드는 좁은 의미의 DIY도 아니다. 서구에서 지금처럼 DIY가 하나의 Life style과 문화로 자리 잡게 된 충분한 배경이다. 이것이야말로 우리가 배우고 받아들여야 하는 좋은 서구의 문화다. 가까운 일본만 해도 DIY는 생활을 바꾸는 힘으로 존재하고 있다.

일찍이 일본은 지난 1977년에 ‘일본 DIY 협회’가 결성돼 DIY산업에 속하는 제조업, 도매업, 소매업이 협력해 DIY보급에 앞장서 왔다. 그로 인한 경제적 실익도 엄청나다.

지난 1977년 260개사였던 회원사가 1999년 현재 844개사로 늘어난 것만 봐도 짐작 가능한 일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선 DIY 관련 사업자들이 단기적인 판매에 그치거나 눈에 보기 좋은 것만 취급하다 보니 잘못 개념이 전달된 것으로 보인다.

DIY열풍 중심에 서 있는 반쪽이 최정현

그러나 우리나라에도 DIY의 개념을 새로이 정립하는 것은 물론 그것이 하나의 새로운 소비자운동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역설하는 반가운 인물이 한 사람 있다. 뚝딱뚝딱 신비한 마술의 세계를 생활 속에서 구현해 내는 만화가, 반쪽이 최정현씨다.

그는 “수영, 자전거, 운전처럼 꼭 배워야 하는 것이 바로 DIY”라고 말한다. 그래야 생존능력이 생긴다는 것이다.

최근 그는 급속도로 번져가고 있는 DIY 열풍의 중심에 서 있다. 그가 펴 낸 DIY책 <뚝딱뚝딱 15평 반쪽이네 집>은 인테리어 부문 베스트 셀러가 됐다. 2년 전 경기도 안양에 처음 문을 연 ‘반쪽이 목공교실’은 연일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그 인기를 한눈에 알 수 있듯 반쪽이 목공교실은 직영점 두 곳을 비롯해 전국에 10곳의 체인으로 불어났다. 얼마 안있어 목동점을 비롯 전국에 5개의 목공교실이 더 추가된다. 그의 공방은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개방돼 있다.

예비신부 최혜련씨는 시어머니 한복순씨와 함께 마치 친구처럼 키득키득 웃어가며 혼수품 화장대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직장인 김지영씨는 못은 전혀 안쓴 가구 만들기에 재미를 들였다. 거의 프로 수준이라고 최정현씨는 전한다. 전업주부인 김혜진씨는 일주일에 서너번은 꼭 공방에 들러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 내고야 만다. 가히 DIY 열풍의 현장이라 할 만하다.

“남편들이여 일요일엔 망치를 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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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정현씨는 남편들이 자동차에 신경쓰고, 오디오에 신경 쓰는 이상으로 부엌에 신경을 쓴다면 자동차보다 편리한 부엌을 만드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DIY는 충분히 우리 생활 전반을 변화시킬 수 있는 미래 소비자 운동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소비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규격화된 가구를 만들어 내는 가구회사에, 건설업체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도 주어진다고. 소비자가 먼저 가구의 개념을 바꾸고, 집의 개념을 바꾼다면 그로써 혁신 아닌가 말이다.

따라서 그는 지자체가 DIY를 실현할 수 있는 공방을 마련해 준다면 우리 사회에는 일대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혜 기자 musou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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