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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기행 참가자들은 해녀굿을 본 후 미 여성운동가 글로리아 스타이넘과의 대화시간을 가졌다. 다소 원론적인 대화가 오랜 시간 오갔지만 그 중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여성의 정치참여에 대한 논의는 눈길을 끌었다.

-여성의 힘을 효과적으로 발현시키기 위해 어떤 전략이 필요한가.

“여성들은 경제와 정치면에서 힘을 발휘할 수 있다. 일단 여성은 소비자로서의 힘을 잘 활용해야 한다. 세일 시기, 소비자의 80%가 여성이다, 이런 여성들은 다국적 기업에 압력을 넣을 수 있는 힘을 갖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간디가 소비자들의 보이콧을 통해 독립을 성취한 것은 주목할만하다. 또한 여성들의 투표권은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 억압당하는 인간 그룹 중 억압당하면서도 억압당하는 사람을 투표하지 않는 그룹은 여성밖에 없다. 제대로 판단하고 체크하며 투표하는 것은 중요한 정치적 행위다. 투표시 다른 나라, 예를 들어 남아공 여성들을 데려다 우리가 투표를 제대로 하는 지 살피는 지킴이로 세우는 등 서로의 여성 네트워크를 형성, 지지하고 감시하는 행위가 필요하다. 또한 우리가 뽑은 의원들이 잘하고 있는지 지켜보고 그 의원을 지지하고 지켜내는 여성을 100명 정도 모아 각 의원에게 붙여줘야 한다. 다른 나라의 경우 그런 사례가 있으며 그것은 매우 효과적이었다.”

-개인적으로 힐러리를 어떻게 생각하나.

“힐러리는 상당히 유능한 정치가다. 그녀처럼 공중연설과 즉흥연설에 능한 사람이 없다. 그녀는 머리와 가슴을 조화시켜내면서 훌륭한 정치연설을 해낸다. 그녀가 운영하는 사무실의 조직방식이나 운영방식 역시 전통적인 것과는 다르다. 내 예상에는 이번 대선을 지나 다음 대통령 후보로 나오지 않을까 예상한다.”

-할당제와 여성의 정치세력화에 대한 생각은.

“할당제 없이도 여성들의 정치참여를 유도할 수 있다. 우리가 뽑은 정치가들이 여성이슈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점수를 매겨 공개하고 그 이후 실천에 있어서도 조사하고 공개하는 등의 작업을 통해 활발한 정치활동을 진행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생물학적 여성의 정치참여가 아니다. 남성이라고 해도 페미니스트의 아젠다를 가진 정치인이 중요한 것이다. 생물학적 여성에 집착하는 것은 남성들로 하여금 정치도구로 여성을 심어놓고 ‘우리는 여성을 위해 뭔가를 했다’는 식의 변명의 빌미를 제공하는 것이다. 생물학적 여성이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 정치발전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생물학적 여성들이 보수성 속에 놓여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정치를 할만한 여성을 발견하고 지지하는 것은 중요하며 이에 있어서 페미니스트 그룹의 역할이 중요하다. 그럴만한 인재를 뽑은 후에는 깡패집단이 된 것처럼 그 여성을 보호해야 한다.(웃음)”

제주=문이 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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