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여성에 관한 짧은 필름 ‘동행’

“어려운 처지에서 투쟁하는 여성노동자들을 보며 사람에 대한 희망을 갖게 됐다.”

지난 11일 하이퍼텍 나다에서 시사회를 가진 ‘동행’(제작·비정규직여성 권리찾기 운동본부, 연출·김미례)의 주인공 김연숙씨의 말이다. 이 영화는 14년전 경남 마산에 내려와 노동운동의 길을 걸어온 전국여성노동조합 마산창원지부장 김연숙씨의 눈을 통해 그가 만나온 비정규직 여성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대우국민차에서 10년 동안 파견노동자로 지게차 운전을 하던 여성 세명이 1999년 모두 해고됐다. “퇴근시간에 불러놓고 회사 사정이 이러니까 아줌마들이 나가줘야겠다 그러니 눈이 뒤집어져 버리지.” 결국 한영순, 박영자씨는 투쟁 끝에 복직판정을 받아냈다.

그러나 한씨는 해고통보를 받던 날 충격 때문에 교통사고를 당해 아직 회사에 나가지 못하고 있다. 한씨를 찾아간 김연숙씨는 “당시 파견법이 바뀌면서 고용이 더 불안정해졌다. 원래 취지와 달리 안정적으로 일하던 사람조차 잘렸다”고 회고한다. 박영자씨는 지금 지게차 운전을 그만두고 간병인으로 일하고 있다. 때문에 한영순씨가 다시 회사에 간다해도 이제 150여명의 남성노동자들 속에서 혼자 일해야 한다.

김미례 감독은 “복직 이후 자리를 지켜내는 것도 힘들다. 특히 소수자의 싸움일 경우 더 힘들다”고 말한다. 한씨가 지금 마주한 상황 그리고 경상대 조리사의 투쟁이 바로 그렇다. 경상대는 식당을 민영화하면서 정규직을 용역직으로 바꿨으나 식당운영이 부실해지자 다시 직영으로 전환했다. 이 과정에서 조리사들은 정규직 고용승계를 위해 일어섰고 이겼다. 그러나 이후 학교측은 정규직을 없애기 위해 갖은 방법을 동원했다. 결국 처음 13명이었던 정규직은 이제 2명밖에 안 남았다. 이들을 만나고 오는 김연숙씨는 아쉬움에 눈물을 훔친다.

이제 막 일터로 돌아온 극동전자 노동자들은 이 자리를 지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극동전자는 26명의 여성노동자에게 휴업통보를 했다. 이에 여성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자 회사측은 지난해 11월 휴직자 중 노조원 13명을 정리해고했다. 이 결정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이들은 출근투쟁을 시작해 올해 3월 일터로 돌아올 수 있었다.

“오늘은 추워도 따뜻한 현장에서 일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억울한 일을 당했으면 넘어가지 말고 싸웠으면 좋겠다.” 해고당하고 복직하고 다시 자리를 지키기 위해 긴장해야 해도 이들은 자신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일어설 것을 당부한다. 김연숙씨 역시 이들을 보며 “내 활동의 원동력을 찾게 된다”고 말한다.

송안 은아 기자sea@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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