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숙자/국회여성특위 전문위원

10월 7일 국회 본회의에서는 2003년도 예산안에 대한 정부의 시정연설이 있었는데 여성과 관련해 “내년부터 시작되는 제2차 여성정책기본계획을 차질없이 추진해 여성인력을 적극 개발하고 보육시설 확충 등을 통해 여성의 사회진출을 더욱 확대하겠으며 우리나라 여성지위가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런데 국회에 제출된 2003년도 예산안(일반회계)을 보면 과연 여성의 지위가 향상될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예산안의 총 규모는 111조6천580억원(금년 대비 1.9% 증가)이며 이중 우리나라의 여성정책 전담부처인 여성부의 예산액은 435억원으로 0.039%에 불과하기 때문이다(금년대비 0.001% 증가).

물론 정부예산 중 여성을 위해 쓰여지는 경로가 단지 여성부를 통해서만은 아니기 때문에 국가 전체예산의 0.1%에도 훨씬 못미치는 여성부 예산을 보고 너무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 예컨대 여성노인을 위한 예산은 보건복지부 예산에 포함돼 있으며 근로여성의 모성보호관련 예산은 노동부 예산에 포함돼 있는 등 제2차 여성정책기본계획의 시행이 정부의 모든 부처와 함께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산배분에도 성차별이 있는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드는 것은 원래 여성부가 요구했던 예산액의 절반 이상이 삭감됐기 때문이다. 정부의 예산안이 확정되기 전 각 부처는 5월말까지 기획예산처에 예산요구서를 제출하며 기획예산처는 장·차관협의회, 시·도지사협의회, 예산자문회의 등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확정한 후 국무회의 의결과 대통령의 승인을 얻어 국회에 제출된다.

여성부가 기획예산처에 요구한 2003년도 예산액은 1천87억원이었으나 심의과정에서 무려 652억원(60%)이 삭감돼 435억원으로 확정됐으며 여성부가 제안한 13개의 신규사업 중 5개 사업만 수용됐다. 국회에 제출된 예산안에 포함되지 않은 신규사업들은 국회에서 심사할 수 없으므로 기획예산처의 심사과정은 신규사업 예산을 배정받는데 있어 절대적일 수밖에 없다. 바로 이런 점들이 다른 어느 부처보다 기획예산처에 우선적으로 여성정책을 이해하고 챙길 수 있는 여성정책관이 배치돼야 하는 이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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