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가디언지는 지난 7일자에서 1년전 미군의 오폭으로 모든 걸 잃은 오르파라는 여성이 현재 사는 모습을 보도하며 아프가니스탄 공습이 끝난 후 남겨진 사람들의 힘겨운 생활을 생생히 전했다.

오르파(32)는 지난해 미 공격기 F-16이 카불 외곽에 있는 자신의 마을 비비 마루를 공습하는 동안 친척집을 방문하고 있었다. 며칠 후 돌아와보니 남편과 두 번째 부인, 다섯명의 딸과 한명의 아들은 이미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된 상태였다. 1년이 지난후 그는 “누구든 실수는 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비행사는 폭탄을 떨어뜨린 마을이 지금 어떻게 됐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었는지 봐야 한다. 그러면 그도 우리를 도울 것”이라고 말한다.

가디언은 공습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정확히 추정하기 힘드나 미국 정부는 400명으로 보고 있으며 인권단체 글로벌 익스체인지는 이를 812명으로, 일부에서는 2천명으로도 보고 있다고 밝혔다. 사망자뿐 아니라 생존자들이 겪고 있는 정신적인 후유증도 심각하다. 사이드 비랄(10)은 공습으로 삼촌의 집이 무너지고 곳곳에 살점이 널려 있는 광경을 본 이후로 지금까지 거의 말을 못하고 넋이 나가 있다. 이렇게 살아남은 사람과 피난에서 돌아온 200만명 중 상당수가 가족을 잃은 여성들로 이들은 보수적인 이슬람 사회에서 일자리를 얻지 못해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서방 국가들은 지난해 아프가니스탄이 1989년 소련 침공이 끝났을 때와는 다를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후 1월 도쿄 회의에서는 아프가니스탄에 45억달러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오르파는 아무런 보상도 받지 못했다. 지난해 마을을 방문한 탈레반 관리들로부터 유일하게 수의와 1만7천 루피를 보상받았을 뿐이다.

집은 여전히 부서진 채 그대로며 그는 남아있는 네 딸과 두 아들을 먹여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써야 한다. 오르파는 지금 아이들을 데리고 다른 가족들과 방 두 개짜리 임시가옥에서 생활하고 있다. “미국이 얼마나 오래 원조를 할지도 모르겠다.”

아프간에 약속된 원조액은 카불에서 학교와 병원을 다시 짓는데 일부 쓰였지만 카불 외곽에 사는 사람들은 거의 혜택을 못 받고 있다. 아프간 외무부 대변인 오마르 사마드는 “45억 달러는 너무 적은 금액”이라고 지적했다. 비슷한 재건 계획이 실행되고 있는 보스니아, 레바논, 가자지구의 경우 최소한 1인당 1천달러가 돌아가지만 아프간은 1인당 225달러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아프간 정부는 앞으로 10년간 150억 달러는 제공받기를 희망하고 있다. 세계은행도 향후 10년 동안 아프간 경제를 다시 세우려면 160억 달러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또 세계식량계획은 아프간 가정의 반수 이상이 긴급하게 식량 원조를 필요로 하지만 이중 57%만을 충족시키고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한편 가디언은 비록 올해 18억 달러가 재건 비용으로 쓰였지만 이중 상당수는 유엔 사무관 등에게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유엔이 아프간에서 고용한 인력을 유지하는 비용만도 일년에 25만 달러다.

송안 은아 기자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