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femi street 네거리 思거리’ 개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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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빨래 널고 가세요!”

학교에서 웬 빨래를? 연세대학교 민주광장 앞에는 갖가지 색의 천들이 걸린 화려한 구조물이 눈에 띈다. 제5회 여성제의 한 코너인 연세성폭력뿌리뽑기 연대회의에서 마련한 ‘성폭력 세탁소’가 바로 그것이었다. 교수 성폭력 사건에 대한 퀴즈, 기지촌 여성들과 아이들의 쉼터 새움터와 함께 하는 수공예품 판매코너 등 다양한 부스도 눈에 들어온다. ‘femi street 네거리 思거리’가 개통된 것이다.

연세대에서 5년째 이어지고 있는 여성제는 해마다 다른 주제를 갖고 남성중심적인 공간에서 여성의 방식으로 즐기는 축제를 만들어왔다. 특히 연고제가 남성중심적인 응원문화를 그대로 보여주는데 반해 여성제는 그와 대비되는 다른 축제로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9월 30일부터 10월 4일까지 일주일간 열린 이번 여성제는 대학/사회에서의 여성현실에 대해 성찰해보는 자리로 마련됐다. ‘네’거리 ‘思’거리라는 모토는 ‘당신의 거리, 생각해봐야 할 거리’라는 뜻이다. 즉, 대학이라는 공간에서 여성의 위치, 이제 막 사회로 나가는 교차로에 선 여성으로서의 고민을 담고 있는 말이다. 페미니즘 강좌, 영화제, 자보전 등 총 4가지의 거리(street)로 구성돼 원하는 거리에 서서 마음껏 구경하고 참여할 수 있는 시공간을 제공한다.

예년에 비해 성폭력 사건이 많이 신고되고 드러났던 지난 학기를 돌아보며 가해자에게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여성제는 막이 올랐다. 성폭력 세탁소를 찾은 학우들은 학내에서 성폭력이 깨끗이 근절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을 적은 빨래를 만들었는데 이제까지 성폭력이라는 단어가 가지는 무게 때문에 부담스러워 하던 학우들도 기꺼이 참여하는 모습이었다.

교수 성폭력 사건을 가지고 만든 ‘퀴즈탐험 교수 성폭력의 세계’는 특히 많은 학우들의 관심을 끌었는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피해자를 명예훼손으로 고소한 사건들을 중심으로 교수 성폭력 사건의 부당함을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됐다. 이 밖에도 3일간 진행된 페미니즘 강좌에선 ‘성매매’ 문제나 ‘과학과 여성’ 등 평소 접하기 어려운 내용부터 여성의 사회진출이나 연애관계와 같은 친숙한 이야기까지 들을 수 있었다. 행사에 참여한 김한선혜(사회학과 00학번)씨는 “이번 여성제는 학내에서 그간 있어왔던 여성운동을 종합선물세트로 묶어 학우들과 나누는 풍성한 시간이었다”고 평가했다.

폐막식 공연과 영화제로 마지막을 장식하기까지 여성제는 많은 학우들의 참여 속에 진행됐다. 가족과 성 정체성의 문제를 유쾌하게 다룬 영화 <인도식 팝콘>이 학우들의 관심을 끌었고 재미뿐 아니라 여성으로서의 고민도 심화시키고자 하는 여성제의 문제의식을 잘 정리해주는 마무리 시간도 가졌다. 행사를 마치고 돌아가는 이들의 얼굴에 꽉 찼던 웃음만큼이나 알차고 즐거운 축제가 아니었나 싶다. 한껏 놀고 난 후의 허탈함이 아니라 무언가 얻은 듯한 뿌듯함이 느껴지는 축제 말이다.

김이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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