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들에게 ‘어깨 넓은 여자’로 불린다. 나의 어깨를 보고 어떤 이는 “수영했냐?”고 묻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뒷모습은 완전히 남자다”란 말을 서슴지 않는다.

처음에는 이런 오지랖 넓은 사람들 때문에 적잖은 상처를 받으며 잔뜩 주눅 든 내 어깨는 늘 움츠려 있어야 했다. 그러면서 “나의 몸은 다른 여자들처럼 왜 아담하지 못할까”라고 고민도 하고 어떤 때는 ‘효숙이 어깨뼈 깎기 추진위원회’를 만들자는 말에 화를 냈던 적도 있었다.

크면서 나의 몸을 비롯해서 여성의 몸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부터는 당당히 어깨를 펴고 다니려고 노력도 했건만 이젠 버릇처럼 움츠러든 내 어깨가 굳어버려 좀체 펴질 생각을 하지 않는 것 같다.

그러고 보면 세상사람들은 자신들이 가진 숱한 틀 속에 여성의 몸을 가두려고 하고 심지어 제멋대로 재단하려고 든다. 그 중 하나로 여성들의 옷, 그 중에서도 정장을 들 수 있다.

“처녀 적에는 44도 맞았는데 요즘엔 통 맞는 치수가 없어 미치겠어”라고 말하는 여성들의 푸념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여성들의 몸 상태를 판단하는 기준이 하찮은 숫자에 불과하단 것이 나의 마음을 불편하게 만든다.

얼마 전 언니의 결혼을 앞두고 엄마의 강요에 못 이겨 정장을 사러 갔다가 나 또한 같은 경험을 했다. 가게를 들어서자 점원은 “어떤 스타일을 원하냐” “어떤 색상을 원하냐”라는 질문대신 “치수가 어떻게 되냐”고 묻고는 한번 나의 몸을 훑어보며 “이건 맞을 것 같다”며 제일 큰 치수의 옷을 건네준다. 점원의 표정에는 나의 ‘건장한 체구’에 맞는 옷이 없다고 일언지하에 거절하고 싶은데 차마 그렇게 하지 못하는 모습이 역력했다.(어쩌면 내가 오버 해석한 것일 수도 있지만 보통 이 정도의 간파력은 있지 않나)

나는 마지못해 탈의실에 가서 넓은 어깨와 드문드문 비져나온 살들을 66 사이즈에 꾸역꾸역 구겨 넣기는 했지만 그런 내 모습이 안타까워 씁쓸해하며 결국 가게를 나와 버렸다. 이런 경험을 하는 건 나뿐만이 아닐 게다.

누군가에 의해 정의된 ‘뚱뚱한 여성’들은 아예 정장을 살 엄두조차 내지 못한다. 뭔가 커다란 아량을 베푼 것 마냥 ‘77-88도 있음’이라고 떡하니 써 붙여놓은 가게에 간다손 치더라도 그런 사이즈의 옷을 달라는 말이 쉽게 입에서 떨어지지 않을 게다. 뭔가 특별한 취급(?)을 받는 기분, 그 좋지 않은 기분!

신발이 발에 맞지 않으면 발을 탓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발에 맞는 신발로 바꿔 신을 수 있어야 한다. 옷을 고를 때도 44, 55라는 정형화된 숫자에 우리 몸을 억지스럽게 맞추는 대신 나의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었으면 한다.

김장효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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