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사무실 주차장은 조금만 늦어도 차 댈 곳이 없을 정도로 비좁은데 바로 옆 건물 주차장은 텅텅 빈다. 마이카 샐러리맨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이런 불합리한 현상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이럴 때 옆 건물 주차장을 이용할 수 있기만 한다면?

일본 오사카의 니혼주차장 개발은 바로 이런 생활 속의 불편을 비즈니스 찬스로 잡아채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기업이다. 일본에선 주차공간의 전대(재임대)를 최초로 시작한 곳으로 유명하다. 비즈니스 모델은 이러하다. 건물마다 조금씩 남아도는 주차공간을 한꺼번에 장기 임대해 주차장을 필요로 하는 다른 기업이나 개인에게 전대(재임대)함으로써 건물주와 운전자 모두에게 수익과 편리를 제공하면서 스스로도 이익을 올리고 있다는 것. 누이좋고 매부 좋은 격이다. 경제 전체적으로는 잠자고 있는 공간을 ‘달러박스’로 변신시킴으로써 건물의 수익성과 활용도가 높아지는 긍정적인 효과도 가져오고 있다.

이들은 평균적으로는 주차장 고정임대료 시세의 절반에 빌려 시세보다 10~20%싸게 전대하고 있다. 어느 곳이든 한번 빌리면 ‘3모작’으로 돌려대며 가능한 한 최대한의 수익을 뽑아낸다.

한번 주차한 공간이 하루종일 1백% 만차일 확률이 거의 없는 틈새를 활용, 2, 3차 전대를 시도하는 것이다. 니혼주차장 개발이 20대의 전대 주차공간에서 거둬들이는 매출액은 월 1천3백만~1천4백만원에 달한다. 여기서 A빌딩에 대한 임대료 및 주차장 관리인 인건비 등 필요경비를 뺀 이익은 월 5백~9백만원이다.

일본 전국에 자체 주차장을 보유한 건물은 현재 4만7천 동에 달한다. 니혼주차장 개발은 현재 120곳의 주차장에서 3천500대 분의 주차장 공간을 확보해 전대하고 있다. 본사가 있는 오사카를 비롯 도쿄 등 6개 도시에 영업소를 두고 있다. 이들 입장에서는 개척해야 할 시장이 아직도 무궁무진한 셈이다. 더구나 대다수 건물주들은 공실을 줄이려고 애를 쓰면서도 주차장에서 수익을 올릴 생각은 거의 하지 않고 있다. 주차장 임대수입이 얼마나 되겠느냐는 고정관념 탓이다. 니혼주차장개발이 고속성장을 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무관심과 틈새를 새로운 시장으로 개척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성공요인은 비단 여기에만 머무는 건 아니다. 경쟁력의 원천은 다름아닌 방대한 정보량이다. 이 회사는 도쿄나 오사카 도심부의 3층 이상의 주요 빌딩의 주차장 사정이나 주차 수요를 거의 완벽하게 파악하고 있다. 사원들이 인해전술식으로 일일이 발품을 팔아가며 모은 정보들이다. 50명의 사원 중 80%인 40명이 영업담당자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들이 영업에 얼마나 힘을 기울이는지 잘 알 수 있다.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도 역시 현장에서 발로 뛰는 작업을 거치지 않으면 사업으로 성립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최근 이들은 도요타 자동차 및 야후와도 제휴해 인터넷을 통해 개인들을 상대로 주차장 임대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에서 사무실 부근의 지역명을 입력하면 니혼주차장개발이 확보하고 있는 주차공간의 리스트와 각 주차장의 설비와 특징 및 가격이 나온다. 이같은 인터넷으로 주차장을 찾아달라는 신청건수가 매달 1천건 접수되고 있으며 실제 계약이 이뤄지는 것도 1백여 건이나 된다.

김경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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