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소유와의 이별>

탄생부터 죽음까지 소유로 점철된 우리 인생. 철저히 무소유인 삶은 과연 가능할까.

하이데마리 슈베르머는 이책 <소유와의 이별>(장혜경 옮김/여성신문사 펴냄)에서 대담하게 “그렇다”고 대답한다. 2차대전이 한창이던 어린 시절, 아름다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겠노라 한 다짐을 그는 평생 실천해 오고 있다. 그가 기인이라서? 그렇진 않다. 무미건조한 교사생활, 남미 여행에서 만난 라틴계 남편, 이혼, 편모로 아이 둘을 키우는 삶의 무게 끝에 어린 시절 다짐을 깨우치게 된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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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구속의 근원이 소유란 것을 깨우치자 저자는 자신이 가진 것들을 이웃들에게 하나씩 나눠주기 시작했다. 집을 버리고 필요한 이들에게 책을 나눠줬다. 의료보험까지 해지해 사회와 연결된 소유의 끈을 홀가분하게 놓아버렸다. 그리고 독일 도르트문트에서 지역 품앗이 운동인 ‘주고받기 센터’를 설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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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적 지역통화 운동인 이 품앗이는 ‘내가 집을 지켜주면 누군가가 내게 채소를 대주고 그 사람은 다시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는’ 식이다. 주고받는 관계가 꼭 일대일이어야 할 필요는 없다. 내가 도움을 받았으면 다른 누군가에게 또 베풀면 된다. 소박하지만 이상적인 이 운동을 통해 저자는 제안한다. “우리 삶을 옥죄고 있는 돈이라는 괴물로부터 벗어나는 순간 모든 것이 편안해진다”고.

슈베르머는 “철저히 무소유가 됨으로써 세상이 열리고 다르게 다가오는 것이야말로 기적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라고 말한다. 구두가 떨어지면 누군가 새 구두를 기증하고 옆 사람들과 얘기하는 중에 고민의 해결책이 찾아지고 하는 식이다. 실상 그건 기적이 아니라 각박한 삶 속에서 사람들이 미처 눈 돌리지 못하는 부분을 찾아내는 것일 게다. 그녀의 이력을 보면 ‘욕심을 버릴 때 행복이 보인다’는 말이 실감난다.

그녀가 이런 별난 삶을 사는 이유는 간단명료하다. “한쪽에선 먹을 게 없어 굶주리는데 한쪽에선 돈을 써가며 다이어트를 하는 세상의 불합리를 바꾸고 싶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알고 있지만 시도도 못해보고 지레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지침이 되는 말이다.

돈이 삶의 지침이 되고 ‘돈 히스테리’가 사회적 최면으로 작용하는 게 우리네 삶이다. 그 속에서 돈없는 생활이 분명히 가능하다는 점, 품앗이를 통해 오히려 낭비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선뜻 내키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슈베르머는 다른 이들에게 교조적으로 가르치려 들진 않는다. 오히려 의견이 부딪치면 그들의 얘기를 경청하고 남들의 말에서 항상 교훈을 찾으려고 한다.

갈등이 없는 건 아니었다. 재산을 처분하고 빈집 지킴이를 하다 갈 곳이 없을 때도 있었다. 덜컥 품앗이 운동을 시작하긴 했지만 운동체 안에서 사람들이 싸우는 것을 보며 회의도 들었다. 하지만 그 모든 과정을 거치며 저자는 삶의 가치들을 하나하나 터득했다. 가진 것이 있고 없음으로 신분이 나눠지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품앗이를 통해 사람들 간 경계를 허물게 된 것 역시 덤으로 얻은 수확이다. ‘변화하는 과정에 의미를 둔다’고 말하기에 주고받기 센터는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그러기에 이 실험은 계속된다.

사회를 바꿔보겠다며 나서는 이들을 순진파라고 냉소하는 독자들은 슈베르머의 경험담을 순진한 도전으로 접어버릴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가 벌써 6년이 넘게 완벽히 빈털터리 삶을 살고 있다면 삶을 변화시킬 싹이 엿보이는 게 아닐까? 소유하는 만큼 불안과 구속이 증대하는 자본주의의 아이러니한 법칙을 무너뜨릴 싹 말이다.

독일 여성이 쓴 책이지만 번역투가 남아 있지 않고 쉽고 매끈한 문장 덕에 책장은 술술 넘어간다. 읽고 나면 슈베르머의 진솔한 경험담을 통해 머리가 상쾌해질 것이다. 용기있는 독자들, 한국에서도 품앗이 운동본부를 제창해 보시길.

이박 재연 기자revival@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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