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간호대학에 다니고 있다. 간호대는 의대와 붙어 있고 그래서 간호대·의대 연합동아리가 많다. 지금은 많이 없어지긴 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들 동아리에서 철저하게 지켜지던 암묵적인 원칙 같은 것이 있었다.

의대생이 회장, 간호대생이 부회장을 맡는 것 그리고 의대의 스케줄대로 동아리 일정이 계획된다는 것이다. 간호대생 수가 적은 동아리에서는 아예 간호대의 존재를 잊어버려서 소수의 간호대생들을 당황하게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문제에 대해 처음에 간호대생들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몰랐다. 정원이 간호대의 3배쯤 되는 의대니 당연히 동아리엔 의대생들이 많고 그들이 다수이기 때문에 그들의 일정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하면 지금의 동아리 체제는 당연한 것인지 모른다.

그러나 가끔 ‘그들이 남자이기 때문에 주가 되는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만약에 간호대생들이 대부분 남자이고 의대생들이 여자라면… 그래도 지금과 같은 모습일지 의문이다.

병원에서도 마찬가지다. 의사와 간호사의 권력관계에서 간호사가 더 적은 파워를 갖는 것은 과연 의사가 간호사보다 지위가 높아서인지 아니면 의사 대부분이 남자이고 간호사 대부분이 여자여서인지를 구별하기 어렵다. 그러나 지난 연구에서 소수의 남자 간호사가 소수의 여자 간호사보다 파워가 세고 더 큰 권력을 갖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우리는 많은 경우 그들의 지위나 위치가 나보다 높기 때문에 그들 중심으로 돌아가는 많은 일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다. 어쩌면 그렇게라도 위로를 삼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들은 우리가 여성이라서 그런 대우를 받는 것이 아닌 것처럼 위장하면서 철저하게 여성들이 자신들 밑에 오도록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을지 모르는 일이다. 조직 안에서 여성들의 소외가 아무렇지 않게 당연시되고 있지 않은지 다시 생각해 볼 일이다.

하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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