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학기가 시작된 후에 매주 토요일마다 모 연구실에서 하는 ‘동의보감’ 특강을 듣고 있다. 조금이나마 엿본 동의보감이란 단순히 한‘의학’ 서적이 아니라 하나의 거대한 사상을 담은 세계이고 다루는 내용도 매우 심오해 신선의 경지를 행간에서 느낄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서양의학처럼 인간을 수치로 나타낼 수 있는 하나의 일정한 표준을 갖는 살덩어리로 보지 않고, 만물의 이치를 담은 소우주이며 신성한 진리를 구현하는 생명체라 소중히 여기는 사상이 전반적으로 흐르고 있다.

하지만 지난 시간 막바지부터 나는 ‘모든 것을 의심하라’던 말을 떠올려야 했다. 진리를 말하고 있다는 믿음을 줘놓고 배신 때리는 것이기에 더더욱 실망감은 컸다.

문제가 되는 부분은 여자와 남자의 차이점에 대한 것이다. 일단 전체적으로는 언제나 그러하듯 여성은 거세당한 남성 정도로 취급되기 일쑤였다.(수련으로 신선이 된다는 얘기 중에는 온통 남성의 생식기와 관련된 것이라 여자는 어떻게 하면 되나요? 라고 정말 묻고 싶었다.)

또한 어떤 부분에서 여성의 몸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게다가 여성에게는 겨우 ‘밥을 잘 얻어먹으면’ 팔자가 핀 거고 얼굴형상이 남자와 같으면(예를 들어 얼굴이 크고 네모형이라든가 코가 곧게 선 것) ‘팔자 사납게’ 자신이 밥을 벌어먹어야 하는 운명이다. 여자가 입이 크면 잘 받아먹는다는 말도 덧붙인다.

여성의 몸은 유방과 엉덩이가 발달해야 좋으며 그래서 남자들이 본능적으로 가슴과 엉덩이가 ‘빵빵한’ 여자를 좋아하게 되는 것이라 말한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남자의 또 다른 형상은 남자가 여자보다 바람을 잘 피는 습성을 설명해 준다는 해설도 들었다. 도대체 이것이 농담인가.

자신이 밥을 벌어먹는, 어쩌면 자율적인 삶의 긍정과 부정은 여자냐 남자냐에 따라 재수 좋고 없음이 달라진다. 내 친구들 중에는 연애운 안 좋고 남자였으면 장군감이라는 사주를 듣고 온 친구들이 꽤 많다. 남자였으면 장군이 될 수 있지만 여자라서 겨우 ‘밥 벌어먹는’ ‘팔자 사나운’ 운명으로 전락한 것이다.

가부장제 사회에서 도가사상은 얼마나 자유로울 수 있을까.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어느 도교수련원에서는 수련생들의 원칙 중에 ‘남녀평등’을 들고 있다. 어렴풋이 보기에도 동의보감의 뿌리사상이 되고 있는 도교에서는 유교보다 훨씬 차별을 발견하기 어렵다. 여성과 남성을 해석할 때에도 두 성을 대립되는 성으로 보기보다는 공생하는 것으로 여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쩌면 그것은 성인들의 가르침을 ‘해석’하는 데 따른 문제일지 모른다. 동의보감 강의시간에 진리를 말한다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여성을 비하하는 것은 굉장한 오류다. 게다가 몸에서 나온 말이라 본능적이고 자연스러운 거라는 설명을 덧붙인다면 말이다. ‘페미니스트가 이거 보면 안되니 빨리 지웁니다’하는 말을 통해 자기 발언의 문제점을 모르지 않는다는 것을 비쳤기에 더욱더 절망적이다.

수련을 통해 신선이 된 역사 속 여성이나 옛사람들 중 여자 한의사가 있었나를 생각해본다. 한의학에서 몸에 맞는 보약이 개인의 몸에 따라 각각 다른 것처럼 진리도 각각의 시대를 사는 인간에 따라 다른 것이다. 모두가 알고 있듯이 인간은 사회적인 동물 아닌가. 우리의 고전을 좀 더 현대적으로 해석할 수 있어야겠다.

전남 하영

cialis coupon cialis coupon cialis coupon
abortion pill abortion pill abortion pill
what is the generic for bystolic bystolic coupon 2013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