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이렇게도 생각해 봐요
추석 이렇게도 생각해 봐요
  • 여성신문
  • 승인 2005.05.12 16:29
  • 수정 2005-05-12 16: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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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편을 예쁘게 잘 빚어야 시집을 잘 간다고 해 과거(?) 우리 여성들은 예쁜 손자욱을 내며 반월형의 송편에 꿀 ·밤 ·깨 ·콩 등을 넣어 맛있게 쪄냈다. 그것이 힘들고 고단한 일 가운데 하나였지만 우리 선배님들은 거기다 정갈히 손수 딴 솔잎을 깔아 송편을 맛으로만 드신 것이 아니라 후각적 향기와 시각적인 멋도 즐겼다. 그것이 여성이란 이름이었다. 그러나 요즘의 우리는 어디 그런 낭만이 있기는 한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이미 옛말이 된 지 오래다. 명절 때만 되면 우리 여성들은 도발적으로 변해간다. 왜냐고 묻는 이 있다면? 필경 눈흘김을 당할 터. 그래서 혹자는 추석을 없애자! 이런 도발적인 제안을 내놓기도 한다. 역설이다. 골자는 가족들과의 제대로 된‘온보기’다. 제대로 회포도 풀고 추석 본연의 음식을 나눠 먹으며 즐기는 주체로서 당당히 서자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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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이 아닌 시기에 가족모임을 따로 정례화하자



결혼한 후 처음 나서보는 시댁에 갈 일이 우선 걱정된다. 뭘 해야 할지 막막하다. 죽어라고 일만 해야 하는 건 아닐까. 조상모시기가 의례적인 것이라면 또 그것이 형식적인 참석에 그치는 것이라면 그런 추석은 조상들 볼 낯도 없지 않겠나. 이럴 바엔 차라리 명절을 없앴으면 좋겠다. 명절마저 없다면 가족들이 모일 기회가 없다고 하는 분들에겐 이런 제안을 하고 싶다. 굳이 추석이 아니더라도 가족들은 얼마든지 모일 수 있다는 사실. 차라리 명절이 아닌 다른 시기에 가족들 모임을 정례화하는 건 어떨까. 이를테면 오늘은 큰 집, 작은 집. 번갈아가면서 가족모임을 주도하는 거다. 다만 음식 장만이 힘들다면 외식으로 돌리면 어떻겠나. (이혜정· 35세·편집디자이너)



명절을 공휴일에서 제외시키자



시부모님을 모시고 사는 결혼 경력 7년차 주부다. 명절을 아예 공휴일에서 없애는 방법은 없겠나. 왜 여자들만 고생을 해야 하는가. 우리도 같이 모여서 얘기를 나누고 싶다. 추석때면 의례껏 식구들과 함께 하루도 같이 편하게 앉아 있을 시간이 없었다. 혼자 사는 친구들은 여행 계획 잡는다, 어쩐다 하며 설레는 모습이 너무 부럽기까지 했다. 하지만 그것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다만 부디, 날 그냥 내버려 두세요! 조용히 있을 수 있는 시간만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이정은· 36세·출판사 대표)



친정집에서 차례 지내자



명절이면 친정 어머니에 대한 미안함이 가득하다.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남동생 부부가 명절이면 아내의 친정에 가서 차례를 지내기 때문이다. 평소에 같이 모시고 살기 때문에 며느리가 명절을 친정에서 보내는 걸 인정해주시는 친정어머니의 배려 덕분이다. 이제 천천히 명절 문화를 바꿔보려 한다. 급진적인 충돌은 피해가면서 조금씩 분위기를 바꿔가도록 해보겠다. 음식이나 설거지를 같이 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남동생의 경우처럼 친정에서 차례 지내는 것까지 가능하도록 해보고 싶다. (전현희·39세·변호사)



일의 철저한 분업을



삼형제 중 둘째 며느리인 나는 그래도 시댁의 추석 준비가 다른 집보다 분업화돼 있어 상당히 편한 편이다. 세 며느리는 물론 시어머니까지 분업이 돼 있고 남편 형제들도 상차리기, 설거지 등을 도와주기 때문이다. 음식 밑손질은 시어머니가 많이 해주시고 남자들은 송편 등을 같이 만든다. 차례를 지낸 후에는 시어머니 인솔 하에 노래방도 가곤 하는데 시댁이 여자들만 일을 해야한다는 고정관념에 젖어 있지 않아서 명절 증후군은 없다. (조혜린·36·전업주부)



60대 주부의 좀 더 현실적인 제안

차례품목은 철저히 간소화, 차례상 그대로 뷔페를




자녀들과 따로 살고 있고 식구들의 수도 별로 많지 않기 때문에 추석을 간소화시키도록 노력하고 있다. 추석이면 며느리들이 전, 산적 등 한가지 정도의 음식을 마련해 온다. 집에서는 나물이나 국, 밥 정도를 하고 있다. 차례상에 올려지곤 하는 품목을 최대한 간소화시키고 있을 뿐 아니라 그 양도 한끼나 두끼 정도에 끝낼 수 있을 정도로 적은 양을 마련하고 있다. 떡도 사서한다. 이 같이 하다보니 추석 전날 모였을 때 음식 준비에 큰 시간을 뺏기지 않아도 된다.



물론 아무리 간소화한다고 해도 차례 준비는 힘이 드는 일이다. 그래서 차례 이후의 일이라도 덜어보려고 차례가 끝나면 그 상을 치우지 않은채 그 음식들을 뷔페 형식으로 먹고 있다. 즉 차례상 옆에 빈 그릇들을 놓은 뒤 각자가 먹을 만큼 음식들을 덜어서 먹는 것이다. 따로 상을 차리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다. 뷔페 형식의 식사는 3년 전부터 시작한 것이다. 또 설거지는 식기세척기에서 하기 때문에 남자들이 그릇을 날라주는 방식으로 일이 분담 되고 있다. 차례가 끝나면 며느리들이 친정에 갈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명절 문화가 바뀌려면 어머니 세대들의 개혁이 필요하다. 음식을 적은 양으로 하는 것부터 출발한 여러 가지 개혁들은 위에서부터 진행돼야 아랫 사람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다. (유영주·64세·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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