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여성 연대 통해 제도 변화 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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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장애인대회에 참가한 장애여성들이 대회장에 걸려있는 걸개그림을 보고 있다.

<사진·민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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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장애인연합 초청으로 한국을 찾은 캐나다 여성장애인 단체 DAWN의 대표 도린과 캐시.(왼쪽부터)

올해로 창립 4주년을 맞은 한국여성장애인연합은 ‘여성과 장애를 넘어 평등세상을 향하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지난 6일부터 1박 2일 동안 서울 올림픽파크텔에서 제2회 여성장애인대회를 개최했다.

이번 대회는 특히 장애여성의 모성권 확보(본지 691호 참조)에 초점을 맞춰 장애여성도 어머니가 되고 싶을 때는 어머니가 될 권리가 있음을 천명하고 이를 주제로 다양한 강연과 토론을 마련했다. 또한 국제연대의 일환으로 캐다나 여성장애인 단체 DAWN(1985년 설립)의 대표 도린(Doreen Demas)과 캐시(Kathy Marshall)를 초청해 그곳의 장애인 복지정책과 활동 경험을 들었다.

시각장애인이자 캐나다 원주민이기도 한 도린은 “장애여성은 장애인 복지 정책에서는 여성이라는 이유로, 여성정책에서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이중으로 소외되기 쉽다”며 장애여성들이 모든 정책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요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캐시는 이에 맞춘 DAWN의 다양한 활동들을 소개했다. 우선 DAWN은 정부·사법부·여성단체 등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이들의 중요한 정책결정 과정에 장애여성 문제가 제외되지 않도록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있다. 가령 사법제도 내 여성수감자 정책을 논의할 때 장애여성이 포함되도록 환기시킨다든지 정부가 육아정책을 세울 때 장애여성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식이다.

또한 DAWN은 장애인도 공공서비스에 대한 동등한 권리를 누릴 수 있도록 각종 소송을 지원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1997년 캐나다 대법원에서 내린 엘드리즈 재판 결정은 DAWN의 중요한 법적 승리 가운데 하나다.

이 재판은 엘드리즈라는 청각장애 여성이 출산과정에서 병원측에 수화서비스를 요구했다가 거절당한 사건을 다룬 것으로 대법원은 수화 거부가 명백한 차별이며 정부는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때 장애인도 동등한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캐나다 복지정책은 기회의 평등이 아니라 결과의 평등이라는 측면에서 장애여성이 요구하는 서비스를 일반인과 똑같이 제공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은 도움을 받으며 살 수밖에 없는 무능한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장애인도 비장애인들과 동일한 접근권만 가질 수 있다면 얼마든지 혼자서 할 수 있습니다. 이동을 위해 교통편이나 건물에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것 뿐 아니라 정보와 관련해서도 점자책이나 청각자료를 구비하는 등 장애인이 자립할 수 있는 여건 마련이 우선돼야 합니다.”

캐시는 집안에 고립돼 있는 장애여성들을 조직화해 이들의 개인적 장애를 정치적 문제로 바꾸는 것이야말로 장애여성단체들의 진정한 역할이라며 “숫자가 많아지면 연대의 힘이 생기고 이를 통해 정치적이고 제도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다”고 한국방문의 의미를 밝혔다.

이정주 기자 jena21@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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