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월경 9년째다. 한달에 한번씩 날짜 한번 틀리지 않고 속옷을 물들이는 월경혈을 볼 때면 왠지 모를 흥분을 느낀다. 그러나 그런 흥분도 잠시 뿐, 나는 한 이틀쯤 생리통에 고생하고 심할 땐 픽픽 쓰러지기도 한다.

월경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무엇일까. 남자들에겐 여성들의 신체구조상의 문제일 테고 여자에겐 어쩌면 한번씩 임신의 가능성을 확인케 해주는 희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월경과 임신은 엄연히 다르다. 임신은 그나마 축복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월경은 임신을 하기 위한 필요조건임에도 불구하고 거추장스러운 일상으로 느껴질 뿐이다.

설상가상으로 생리대 가격은 해마다 올라서 이제는 돈이 없을 때 생리대를 구입하는 것은 학생인 나로서는 약간 부담스럽다. 여자가 생리대 사는 돈이 부담스럽다니!! 이런 아이러니가 또 있을까. 그러나 생리대의 가격은 결코 싸지 않다. 그것도 생리대는 언제나 수요가 있는 안전한 장사임에도 불구하고 생리대 가격은 해마다 오른다. 매년 같은 상표이지만 제품의 질을 향상시킨다면서 돈을 더 받는 것이다. 나는 솔직히 이런 생리대 가격이 불만스럽다. 월경하는 것이 죄도 아닌데 한 달에 몇천원씩 적어도 30년은 더 써야 한다. 그것도 남들이 내가 월경하는 것을 눈치채지 않게 조심하면서 말이다.

이런 불만사항이 여성들의 공통된 사항이었는지 요즘 거리에 그리고 신문에, 각종 미디어에 ‘생리대 부가가치세를 제하자’는 문구가 유행이다. 그런데 여기에다 대고 어떤 남자들은 생리대 부가가치세를 폐지할 거면 맥주도 면세하고 속옷도 면세하자고 난리다. 생리대 부가가치세를 내리는 것은 여성에게만 해당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엄연한 역차별이라나.

예전부터 느끼는 거지만 난 도무지 이런 식의 ‘딴지’를 이해할 수 없다. 생리대 부가가치세를 내리는 게 그리도 배가 아픈가. 어차피 내리는 거 여성들에게 좋고 남성들에게 해가 되는 게 아니라면 자기들 논리대로 좋게좋게 하면 될 터인데 꼭 딴지를 건다.

게다가 가만히 생각해보면 월경의 문제가 남성과 무관한 것도 아니다. 좀 거창한 이야기지만 월경이 없으면 사회구성원의 재생산도 없을 것이고 이것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우리 모두의 문제임이 틀림없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문제에 ‘역차별’을 들고일어나다니… 절망스럽다.

사회적인 문제인 월경을 누가 책임져 줄 것인가에 대해서도 당연히 문제가 제기돼야 하는 게 아닐까. 날짜 되면 몸에서 배출되는 핏덩어리를 개인적으로 처리하라는 것은 공중화장실을 만들지 않겠다는 말과 비슷한 것 같다. 세상의 반이 여자라고 잘도 말하면서 세상의 반이나 차지하고 있는 여성들의 권리에 대해서 그렇게 짜게 구는 남성들의 심리를 이해할 수 없다.

김경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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