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동물보호단체의 하나인 ‘원 보이스’(One Voice)는 최근 정기간행물에서 기업식 농장에서 참혹하게 사육되고 있는 가축들의 실상을 고발하면서 그들의 생존조건을 개선할 것을 호소하고 나섰다.

이에 따르면 프랑스인들은 한 해 평균 일인당 50kg의 고기를 먹으며 이를 위해 2000년 한 해 동안만 해도 113억3천228만1천마리의 가축들이 도살됐다고 한다. 돼지의 경우 수요에 비해 공급이 2배 더 증가했으며 1968년만 해도 한 농장당 평균 12마리 정도를 사육하던 것이 오늘날에는 700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그러나 한 마리를 돌보기 위해 소요되는 시간은 예전의 8분의 1로 줄었다고 한다.

가축들은 또한 여러 차례 고통스런 신체 절단을 경험한다. 새끼 돼지는 꼬리와 이를 끊기고 수퇘지는 감금과 욕구불만 때문에 나타나는 스트레스성 폭력 행동을 방지하기 위해 거세당한다. 닭도 주위 닭들을 쪼는 스트레스성 질병을 막기 위해 부리를 잘린다. 부리절단은 함부로 행해져 닭은 고통스럽게 일생을 보내게 된다.

한편 기업식 농장의 가축들은 협소한 우리에서 사육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송아지다. 송아지는 거의 태어나자마자 어미와 떼어진 후 사지를 펼 수도 뒤를 돌 수도 없게 만든 우리에 가둬 키워진다. 농장주들은 분홍색 연한 살을 얻기 위해 송아지에게 건초와 철분을 절대 먹이지 않고 우유만 먹인다. 더욱이 빨리 살찌우기 위해 물도 먹이지 않고 목이 마를 때조차 우유를 먹여 집중적으로 살을 찌워 도살한다. 씨암퇘지 역시 마치 ‘돼지 생산기계’처럼 취급받으며 조금도 움직일 수 없도록 고안된 우리 안에서 새끼를 낳으며 일생을 보내게 된다.

그리고 가금장의 닭은 옴짝달싹 못하도록 꽉 들어찬 우리 안에서 살만 찌우며 일생을 보낸다. 한 가금장 안에 약 1만여 마리의 닭을 함께 가둬 키운다. 닭들은 배설물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로 인해 발을 데이기도 하고 숨쉴 수 없는 공기 속에서 살고 있다. 게다가 알 낳는 닭은 너무 협소한 가금장의 인공조명 아래에서 계속해서 알을 낳아야만 한다.

젖소는 외양간 한켠에 가둬 빨리 살을 찌운 후 젖의 분비가 가장 왕성한 5년 정도 동안 집중적으로 젖을 짜낸다. 그리고 결국엔 ‘으깬 스테이크용 고기’가 되는 운명을 밟는다.

물론 이렇게 비생존적인 조건에서 일생을 보낸 가축들의 고통이 여기서 끝나는 것은 아니다. 이들은 또 몇 시간, 때로는 며칠씩 꼼짝도 못한 채 먹지도 마시지도 못하면서 도살장으로 운반돼 도살된다. 프랑스에서는 1995년부터 도살될 가축들의 이동시간이 8시간을 넘지 못하도록 제한하고 있지만 여전히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영국은 이미 1999년부터 꼼짝할 수 없는 씨암퇘지 우리를 금지시키고 있지만 프랑스는 오는 2006년부터 이를 금지하기로 했다. 또 2012년 이후에는 좀더 넓은 공간에서 이들이 그룹으로 살게 할 것이라고 한다. 이미 많은 유럽 국가들이 송아지 우리를 없앴음에도 불구하고 프랑스는 2007년부터 금지하기로 결정했으며 2012년에야 산란용 닭들의 가금장을 금지할 것이라고 한다.

‘원 보이스’는 가축의 고통을 감안하지 않는 프랑스 정부 시책에 대해 문제제기하면서 이 시책을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들은 바로 소비자들임을 상기시켰다. 이들은 육식 위주의 식습관을 변화시켜 고기 소비를 줄여나가고 적게 먹더라도 건강하게 사육된 고기를 구입하도록 소비자들에게 당부했다. 더욱이 모든 육류 생산품에 사육조건을 상세히 명시한 라벨을 붙이는 제도를 도입해 자신이 먹을 고기에 대한 정보를 분명히 알고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소비자들에게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고> 원 보이스 정기 간행물- 아니마시옹 2002년 8월호 기사

정인진 프랑스 통신원-릴 3대학 교육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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